제주도정의 재원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확대보급에만 쏠려 있다. 정작 재생에너지는 급격히 늘어난 화력발전에 의해 신규허가가 어려운 상황에 치닫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도 늘고 전기차까지 늘어가며 교통문제를 심화시키는 상황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정책은 그린뉴딜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있어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그린뉴딜인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강력한 경제회복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등으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그린뉴딜이 과연 미국의 그린뉴딜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미국의 그린뉴딜은 한국의 그린뉴딜과 달리 단순히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의 전환과 그에 따른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진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그린뉴딜은 미국 경제의 탄소제로화 실현을 위한 전폭적이고 과감한 재정을 동원하고, 경제 구조적 불평등 해소에 중심을 둔 정책이다. 이에 따라 그린뉴딜의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미국 경제의 탈탄소화, 경제 불평등 및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의 두 축으로 분류되어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화에 대한 내용은 있으되 이에 따른 일자리 증가와 경제성장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뿐이다. 경제 불평등이나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미국의 그린뉴딜은 단순한 기술적, 경제적 과제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초래한 경제구조, 사회구조의 어두운 단면들 이를테면 빈곤, 소득 불평등, 인종차별, 젠더문제 등의 해결을 같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런 부분은 이미 2019년 2월 미국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제출하고, 111명의 의원들이 이에 서명하면서 이미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있다. 특히 이 결의안은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 동원의 10년 계획을 뒷받침하는 문서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결의안에서도 앞서 거론한 불공정, 불평등, 차별의 해소는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공정한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제로화 ▲모든 미국인을 위한 청정한 대기와 물, 기후 및 지역사회의 복원력, 건강한 음식, 자연에 대한 접근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장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와 공정성 증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이 내용은 결의안 상단에 위치하며 매우 중요한 사항임을 알리고 있다.

이런 그린뉴딜의 기조는 곧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그린뉴딜은 공정, 불평등과 차별의 해소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유한 계층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즉 증세정책이다. 가구 소득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U자 모형의 곡선 그래프를 보인다는 EU 국가들의 분석(BRISKEE, 2018)등을 근거로 고소득 국가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면 자연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으로 부가 집중된 곳에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2000조 이상의 재원을 그린뉴딜 정책에 사용하겠다며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을 인상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이미 기후위기의 불공정, 불평등에 대한 정책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린뉴딜의 원조라고 얘기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은 이렇듯 기후위기를 초래한 불공정과 불평등, 차별의 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연하게도 화석연료,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의 전환에 따른 일자리의 전환문제, 특히 취약한 노동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기후위기의 대응이 곧 신자유주의로 대변되어온 경제체계와 사회체계를 상당부분 바꿔내는 일일 수밖에 없음을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해온 미국도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후위기 대응계획이자 탈탄소 전환계획이라는 제주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CFI2030)은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그린뉴딜의 반쪽 수준이다. 즉 탈탄소 사회를 위해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과 전기차의 확대보급과 이에 따른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만 들어 있다. 불공정이나 불평등, 차별에 대한 해소는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고, 화석연료 기반의 일자리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없다.

오로지 산업적 측면과 경제성장에만 방점이 찍히다보니 계획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EU 등 선진국들이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며 정책화시키는 와중에도 이에 대한 반영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제주도정의 재원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확대보급에만 쏠려 있다. 정작 재생에너지는 급격히 늘어난 화력발전에 의해 신규허가가 어려운 상황에 치닫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도 늘고 전기차까지 늘어가며 교통문제를 심화시키는 상황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정작 화력발전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남는 전기를 어떻게 저장할 것인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보행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뒤로 밀려있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주유소, 경정비 등의 기존 화석연료 기반산업과 그에 딸린 일자리에 대한 정책마련이나 연구용역도 '당연히' 없다. 그뿐인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연구나 조사도 전무하고 정책개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선 제주도정의 현주소다. 한쪽 바퀴로만 달리는 자동차가 당연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왜 제주도정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 참 답답할 따름이다. 참고할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을 경청할 기회나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제주도정의 정책은 일방으로만 달리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디 구호만 외치는 그린뉴딜이 아니라 색깔만 입힌 구린뉴딜이 아니라 정말 정체성에 부합하는 그린뉴딜정책이, CFI2030계획이 될 수 있도록 제주도정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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