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혜원 제주문화예술재단 노조 지부장(사진=김재훈 기자)
국혜원 제주문화예술재단 노조 지부장(사진=김재훈 기자)

#2019년 재단 내 성희롱 사건 후 재단 조직 시스템 구축 미비 여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소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지난 3월 3일 출범했다. 재단 설립 20주년 만이다. 노조 출범의 계기는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혜원 노조 지회장을 비롯한 재단 직원들은 재단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2019년,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와 재단 구성원들이 볼 때 사측이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단 측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 것.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을 또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재단 노동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시 재단 노동자들은 재단 내 경영 시스템 미비 문제를 지적하고 조직 혁신안 등을 요구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강하게 얘기해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기제 이사장이 교체되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국혜원 지회장은 ”박경훈 이사장이 온 뒤 조직을 확장했고, 경영 시스템 안정 작업 중 퇴임했어요. 그 이후 이사장들이 그 부분을 놓치고 있어요. 그래서 결국 아직 조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봐요.“고 말했다. 국 지회장은 재단에서 각각 사안이 발생할 때 대응을 빠르게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불안정한 조직 시스템을 들었다.

이승택 이사장 체제가 되면서 조직 개편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것. 재단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힘을 받지 못했다. 산발적인 이야기만으로는 재단 내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목소리를 모아낼 필요성을 체감한 노동자들은 3월 3일 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승택 이사장, 예술가보다 기획자 위주...예술가의 처지에 대한 이해 떨어져

최근 이 이사장이 재난 내 직원용 게시판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따른 논란이 일었다. 국 지회장은 이 논란과 관련해 “게시판을 이용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직원들이 계속해오던 민주적 과정이에요. 그런데 의견 개진 같은 것도 하지 말라는 뉘앙스였어요.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가이드라인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요구했는데, 결국 사과하지 않았죠.”고 말했다.

국혜원 지회장은 건축가 출신인 이승택 이사장이 전임 이사장들에 비해 예술 및 예술가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밝혔다.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재단의 근간이라는 것을 이 이사장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말하는 것을 보면 예술가보다 기획자를 위주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해요. 즉, 예술가 지원보다는 오히려 문화산업과 관련된 부분이 많은 거죠.“

#이승택 이사장 공모사업 심의위원 위촉 개입...공정성 훼손 우려

국 지회장은 재단에서 진행하는 공모 지원사업의 심의위원을 위촉하는 데 이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 지회장은 ”본인이 서명하기 때문에 본인이 위촉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요“라면서 ”심사위원 구성 담당 직원 본인도 심사 날에야 심의위원을 알게 된 날도 있었고요.“라고 털어놓았다. 심사위원 연락 순서를 이사장이 직접 짜서 주기도 했다고.

심의위원을 구성하는 데 이사장의 관여가 얼마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긴 했지만, 이승택 이사장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즉, 공모 지원사업 심사에 이 이사장의 입김이 반영될 우려가 따르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의위원 구성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

국 지회장은 "본인이 서명하기 때문에 본인이 위촉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결국 자기 사람들을 추천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것을 당연히 여기고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생각이 없는 듯해요."라고 비판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사진=다음 지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사진=다음 지도)

#예술가의 노동권 확보 위해 재단이 앞장 서도록 노조가 챙길 것

국 지회장은 재단 내 노동환경 개선 뿐 아니라 지역 예술가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 더욱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예술가들이 직격탄을 맞았어요. 예술인 복지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도록 재단이 앞장서야 하는데, 노조에서 그런 부분 같이 챙기고 싶어요.“

국혜원 지회장의 올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연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국 지부장은 “단협안을 계속 작성 중이에요. 교섭을 요구해서 진행하고자 해요.“면서 단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전망되는 사안은 인사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인사 때 협의를 해달라는 것이에요. 노동자들이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이사장 측에서) 반감을 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인사권에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칙과 기준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에요. 원칙과 기준이 없다면 계속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원칙이 있고 납득 가능한 인사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어요.“

제주문화예술재단 노조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노조 지회장 및 간부들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노조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많이 기대해주시는 듯해요.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비조합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간부들이 최선을 다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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