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린성作, 무제. (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김린성作, 무제. (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할망의 손과 커피믹스 봉지는 대체로 시간의 더께만큼 주름졌고, 먼지 쌓인 이불 속 송장 냄새는 딱딱한 고름을 뚫고 날카롭게 방사한다. 김린성이 찍은 폐가는 (중략) 진실의 두려움을 가리기 위해 쳐놓은 환상의 장막이 불타버린 곳이다.”

-고승욱, <김린성 사진에 대한 단상> 중에서

지난 10년간 폐가를 찾아다니던 김린성 작가가 자신이 엿본 ‘두려운 진실’을 사진전으로 선보인다. 

제주 아트스페이스씨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지하 전시장(제주시 중앙로 69 지하)에서 김린성 개인전 <이왁>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전시회 <이왁(이야기의 제주어)>은 김 작가가 지난 2010년부터 폐가와 폐가에 가까운 집,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된 집기 등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작품 대부분이 ‘포토그램(photogram)’ 기법으로 작업됐다는 점이다. 이 기법은 카메라를 쓰지 않고 감광 재료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빛과 그림자만으로 영상구성을 하는 것이다. 

김린성 개인 사진전 《이왁》. (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김린성 개인 사진전 《이왁》. (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고승욱 사진가는 이를 두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있으면 속살은 하얗게 남지만 반소매 아래 팔뚝은 까맣게 타는 것과 같이 포토그램은 햇빛에 그을린 피부”라고 설명하며 “포토그램은 필름과 카메라가 필요없기에 원초적인 사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포즈는 있으나 응시를 잃은 이미지, 흐느적거리지만 촉감이 없는 이미지. 폐가와 함께 방치된 것은 욕망의 잔해인가, 잔해의 욕망인가. 폐허가 되었기에 비로소 욕망에서 해방된 이미지”라고 부르고 있다. 

관람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트스페이스씨에 전화(064-745-3693)나 이메일(artspacec@hanmail.net)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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