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진창작집단 '섬에서 부는 바람' 회원들의 사진 찍기는 폭낭(팽나무의 제주어)에게 하는 인사로 시작됐다고 한다. 촬영하는 폭낭의 수령이 회원들 나이보다 서너 배에서 최대 이십 배가량 많아서다.

제주 사람들과 긴 시간을 함께하며 옛사람들의 정서를 오늘날까지 이어주는 폭낭. 어르신처럼 깍듯하게 모시며 촬영한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19th)' '나무의 시간'이 오는 20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고남수, 강기범, 신인숙, 변연희, 고성자, 강용언, 김은주, 고명순, 안민희, 김성인, 강선희, 김성권, 박옥자 이상 13명의 작가들은 제주의 오랜 시간이 고스란이 기록된 폭낭의 사계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고남수 사진가는 "오래된 나무들은 어느 계절에 보느냐에 따라, 어떤 각도에서 다가가느냐에 따라 꽤나 다르게 보인다"며 이번 전시는 자연 현상의 아름다움과 여러 세기에 걸친 그들의 생존력, 폭낭에 나타난 문화적 의미에 대한 경탄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고 작가에 따르면 제주 폭낭은 워낙 유명해 오래된 폭낭들이 뿌리 뽑혀 도시 곳곳 대단지 아파트나 부유층 저택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꽤 비싸서 불법 거래까지 이뤄진다. 

이에 작가는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자생식물을 잃는다는 건 터전을 잃고, 정신을 잃고, 살 전체를 잃는 것과 같다"며 "그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들을 보는 누구라도 마음이 움직여서 동네 주변의 폭낭에 눈길 한 번, 마음 한 번이 더 간다면 이 사진들은 할 일을 다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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