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 북부·서부지역은 마늘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우리 기관에서도 일손 돕기에 나섰다. 생전 처음 마늘밭을 밟은 신입직원을 옆에 앉히고, 정신없이 마늘을 뽑다 보니 손이 아리다. 마늘에 들어있었던 알리인(alliin)이 알리신(allicin)으로 변해 상처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 알리신이 바로 마늘의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내는 성분이다. 알리신은 페니실린보다도 항균력이 강해 감기와 식중독 등 세균성 질병에 효과가 있고, 혈전 분해 기능이 있어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다.
미국영양학회지에 따르면 마늘은 혈관 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대식세포·T세포·B세포를 생성하여 면역력을 증진한다고 한다. 마늘이 ‘혈관 청소부’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늘을 먹는 사람이 전립선암 발병률이 50∼70% 낮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는 마늘을 매일 반쪽씩 섭취했을 때 위암 발생 위험도는 50%, 대장암 발생 위험도는 30% 감소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스태미나와 정욕을 증진하고, 피로회복에다 기생충을 구제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2002년 타임지는 마늘을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지정하였다.
문제는 이렇게 몸에 좋은 마늘 재배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산 제주도 마늘 재배면적은 1305ha다. 작년 2122ha에 비해 38.5%가 줄었고, 2013년에 비하면 61.5%나 줄어들었다.
마늘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심고, 뽑고, 잘라야 하는 계절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급속히 진행되는 농가 고령화에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제한이 맞물리면서 2년 전 7~8만원이던 일당이 9~11만원으로 상승했다.
그에 따라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마늘은 상대적으로 일손이 덜 가는 양배추나 월동무로 작목이 바뀌고 있다. 엽채류 주산지가 마늘 주산지인 대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올해 마늘 수확에 필요한 인력은 연인원 5만 명이라고 한다. 도에서는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업분야 긴급인력 파견근로 지원사업’을 활용해 최대 635명의 인력을 지원받기로 했고 이를 위해 국비 1억 8000만원을 확보하여 4대 보험료와 파견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농협제주지역본부에서도 농업인력지원센터 등을 통해 하루 400여명의 인력을 중개하면서 중식비와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늘 농가의 일손 구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고용 노동력에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40%를 넘었다고 한다. 2003년 고용허가제도 시행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18년 만에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없으면 농사짓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시설채소와 축산 등 상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농장들은 ‘농장주는 한국인, 노동자는 외국인’인 구조가 이미 고착되었다.
이제 ‘이러한 구조가 우리 농업에 불가피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되었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가 농촌의 노동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대안인가?’ 라는 질문이다. 앞으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될까, 지속적으로 유입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저임금 구조가 유지될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지역의 유휴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력 플랫폼을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15년 전만 해도 마늘농가와 감귤농가는 서로 오가면서 수눌음으로 노동력부족 문제를 해결했었다. 제주도는 토양통이 다양하여 좁은 면적에 비해 상당히 많은 작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겨울철에도 바쁘다.
육지와 달리 상시고용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상시고용구조를 구축하면 계절적 수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와 노동자에게는 생돈인 중개 수수료와 반장 일당 15만원이 절약되고, 농가는 초짜가 아닌 숙련자를 고용할 수 있으며,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농기계 임대사업을 ‘농작업 도우미 사업’으로 확대하여 농가 위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경영과 농작업을 인력 플랫폼의 ‘공동농작업센터’에서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공동농작업센터에서 파종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수행하여 공동농작업센터 단위로 친환경 인증 등을 받아서 농사짓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농산물의 상품화에 따른 노동 투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비상품 열매솎기,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세척하고 왁스칠을 하며 크기별로 구분하는 선별작업, 난자에 담아 일일이 스티커를 붙이고 정렬하는 포장 작업 등은 가성비로 따지면 잉여노동이다.
물론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필요노동이다. 친환경과 직거래장터의 농산물은 선별·포장 등 상품화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본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가가 농촌 노동력 문제 해결에도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결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노동력을 적극 유인할 수 있는 농업 인력정책과 농업인이 안심하게 농사 지을 수 있는 농촌소득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여전히 손이 아리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처럼 농부가 될 수 있어요? 농대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10년째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농업이 차지하고 있고요.’라는 상큼한 상상에 가슴은 벌렁거린다. 한라산도 오늘은 너무나 선명하고 짙푸르다.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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