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로 줄지어 고랑을 내고 있는 받침반과 바람반 (사진=볍씨학교)
삽질로 줄지어 고랑을 내고 있는 받침반과 바람반 (사진=볍씨학교)

볍씨학교 9학년이 되면 졸업과정으로 제주에서 1년을 부모와 독립해 지낸다. 직접 밥도 짓고 같이 일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1년 더 제주학사에서 살아보고 싶다. 자신의 성장이 더 필요하다.'라고 느낀다면 2년 차를 선택하게 된다. 2년 차로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돌아보며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나는 올해 2년 차로 제주에 내려왔다. 작년 1년 차로 처음 제주 학사에 와서 매일같이 나를 돌아봤으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 처음 내려와 어색한 것투성이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며 나의 성장을 느꼈다. 그렇게 빠르게 1년이 지나가고 나의 진로를 고민했다. 고민하며 올해 1년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것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더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매우 많았다. 그리고 이후 내려올 1년 차 받침반과도 지내면서 내가 언니들에게 받은 만큼 선배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2년 차를 선택했다.

2년 차를 살면서는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동생들에게 코멘트하려면 나 자신이 당당해야 한다. 재작년, 받침반 친구들과 광명에 있는 본교에서 생활할 때의 내 모습은 불건강했다. 내 할 일을 동생들에게 미루면서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 나의 모습만 보던 동생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더 나의 일을 미루지 않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떳떳해지기 위해 무엇이든지 열심히 했다. 특히 일할 때 더 열심히 했다. 삽질할 때면 줄을 맞춰서 가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속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 옆엔 받침반인 민찬이가 있었다. 줄을 맞춰 선 다음 퍽퍽 소리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열심히 삽질한다. 동생들과 더 격차를 벌리려 삽질을 하면 민찬이가 뒤쫓아 따라온다. 그러면 나는 이를 악물고 더 빠르게 삽질을 했다. 내가 하고 있던 고랑이 끝나고 난 뒤 하얗게 불태웠다며 다 같이 웃으면서 즐겁게 삽질을 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운동으로 하는 요가도 작년에는 제대로, 정자세로 하지 않은 동작들이 많았다. 다리가 안 올라가면 그냥 그런대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요가도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세를 잘하는 사람에게 자세를 물어보기도 했고 작년 언니들이 어떻게 했었는지 생각하면서 제대로 자세를 잡아보려 해보려 했다. 그랬더니 내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자세가 좋아졌다.

그리고 2년 차 언니로 살면서 동생들에게 코멘트를 많이 하게 된다. 동생들에게 코멘트할 때는 많은 고민이 든다. 내 성격상 작년에도 코멘트할 때 머뭇거리기도 하고 해야 할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에는 코멘트할 때 “누가 돌집에 갔다가 세면장에 갔다가 그랬다가 저랬다가” 등의 이야기 핵심을 짚기보다 그 사람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눈치 보며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의 이야기를 주야장천 꺼내놓았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코멘트를 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바로 이런 점에 대해서 코멘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코멘트를 할 때는 다른 고민이 있다.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닌 그 친구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 자극을 받고 또 받아드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동생들이 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중요한 핵심을 콕 집어 코멘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코멘트할 때 답답하고 짜증 나는 마음에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감정을 배제하고 그 친구를 위해 진심으로 코멘트해 주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기에 코멘트의 방향을 생각하며 진심을 전하려고 한다.

올해 같은 2년 차인 연재, 가람이와 받침반과 지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2년 차끼리는 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동생들에게 어떻게 진심으로 코멘트를 할지 같이 고민하기도 한다. 또 동생들에게 내가 경험한 제주 생활을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작년보다 나에게 날아오는 코멘트가 더 적으니 더 긴장되기도 한다. 내가 스스로 성찰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것 역시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기에 2년 차 역할에 최선을 다해보고 있다.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2년 차의 자존심을 지키며 더 열심히 당당히 살아보고 싶다.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니로 떳떳하게 살고 싶고 많은 사람에게 내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 작년에 부족했던 나의 모습을 채워나가고 싶다.

신채은
안녕하세요. 제주학사 2년 차로 지내고 있는 신채은입니다. 저는 작년 1년 동안 치열하게 제주학사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살았습니다. 진로를 결정하며 1년 차의 모습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2년 차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년 차인 만큼 더 긴장도 있지만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더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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