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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윤여정, 해녀 그리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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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윤여정, 해녀 그리고 바다
  • 강영글
  • 승인 2021.05.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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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춘할망》의 스틸컷.
영화 《계춘할망》의 스틸컷.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워낙 다작 배우이기도 하고, 매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최고의 작품을 하나 선택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계춘할망(2016)》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윤여정 배우가 주로 연기한 도시적이고 시크한 캐릭터와는 달리, 《계춘할망》에서는 물질을 하는 해녀이자 손녀 혜지에게는 세상 헌신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물질하는 해녀들의 모습과 너른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 샛노랗게 피어난 유채꽃, 고사리를 꺾고 돌담 위에 말리는 모습 등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 가장 제주다움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배우 김고은의 연기, 그리고 영화를 가득 채우는 조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사실 영화는 지독하게 신파적이다. 그걸 알면서도 보는 중간중간 눈물을 흘렀던 이유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속에서 우리의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이 영화 속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던져지는 물음 “하늘이 널브냐? 바다가 널브냐?”에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혜지는 바다가 넓다는 답을 내린다. 바다가 하늘을 품기 때문이다. 홍계춘 할망은 손녀 혜지의 마음을 사랑으로 품는다. 그러므로 할망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보다 더 넓다. 그것을 잘 알기에, 사랑과 그리움으로 영화의 신파를 품을 수 있었다.

영화 속 홍계춘 할망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해녀라는 점이다. 위험천만한 물질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과 그 안에 담긴 제주 여성의 강인함, 그리고 다음을 위해 욕심부리지 않는 해녀 문화는 제주 역사와 여성 그리고 바다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계춘할망》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물숨(2016)》은 무려 7년이라는 제작 기간을 통해 우도 제주 해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아름다운 우도 바다의 모습, “휘이” 들려오는 숨비소리 그리고 그것들을 더 빛나게 하는 양방언의 음악은 이 영화에 감동을 더한다. 

영화 속 해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들에게 쌀밥 먹이고, 자식들 공부시켜 장가와 시집을 보내고 손주 손녀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한평생 목숨을 담보로 숨을 꾹 참으며 물질을 한 보상임을 알 수 있다. 해녀 사회에서 존재하는 계급(상군, 중군, 하군)과 물숨의 의미 등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 해녀의 문화와 삶을 아주 잘 담은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해녀, 이름을 잇다》 컴필레이션 음반 이미지.
《해녀, 이름을 잇다》 컴필레이션 음반 이미지.

《해녀, 이름을 잇다(2014)》는 여러 뮤지션의 참여로 해녀 이야기를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앨범의 첫 트랙으로 파도 소리와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곡 ‘물의 아이’는 뮤지션 강아솔의 곡이며,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Devil_E_So_Marko(데빌 이소 마르코)’의 ‘나의 이름’은 마치 홍계춘 할망이 썼을 것만 같은 가사(너의 아픔은 내가 다 가져갈 테니, 너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이젠 내가 너 살아가게 해줄게)를 무덤덤하게 부른다. 

두 곡을 부르는 강아솔과 이소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뮤지션인데, 앨범의 처음과 끝을 모두 제주 출신 여성 뮤지션의 목소리로 장식했다는 것은 제주 해녀를 향한 사려 깊은 구성일 것이다. 더하여 앨범이 한 바퀴 돌아 ‘나의 이름’에서 ‘물의 아이’로 다시 이어지는 것은 해녀의 문화를 지켜야 하는 이유,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풍족한 바다를 유산으로 남겨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외에 많은 좋은 뮤지션들이 참여를 해주었다. 김목인은 그 만의 특유한 담백함으로 해녀의 삶을 이야기하듯 따뜻하게 노래한다. ‘길고 긴 숨’을 부른 진정한 숨은 고수 윤영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에 자리 잡아 구럼비 바위와 제주 환경을 위해 곡을 쓰고 노래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꽃밭에서’의 가수 정훈희, ‘너를 사랑해’와 ‘사랑의 서약’(그리고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작사·작곡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한동준도 참여하였고, 기타 신동으로 불린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청량한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영화와 음악은 기록의 의미도 가진다. 해녀의 삶과 이에 향한 존경 그리고 해녀 문화 지속의 필요함을 담았다는 의미에서 영화 《물숨》과 음반 《해녀, 이름을 잇다》는 제주 해녀에 대해 뛰어나게 기록한 작품이다. 

우리 제주의 소중한 자산이자 문화인 해녀를 훌륭하게 담아준 예술가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계춘할망》에서 우리 할망의 모습을 눈물 가득 연기한 세계적인 배우 윤여정 님에게 아주 큰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올해 6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빛나는 순간(2021)》에서 배우 고두심의 제주 해녀 진옥의 모습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홍계춘 할망과는 다른 진옥의 모습으로 또 다른 제주 해녀의 모습을 기록해주길 바란다.

강영글.
강영글.

잡식성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 중학생 시절 영화 <School Of Rock(스쿨 오브 락)>과 작은누나 mp3 속 영국 밴드 ‘Oasis’ 음악을 통해 ‘로큰롤 월드’에 입성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컴퓨터과학과 입학 후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자로 전향. 평생 제주도에서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제주와 관련된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음식, 술, 영화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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