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7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7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23살 대학생 이선호씨가 지난달 23일 평택항에서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지 27일로 35일째. 그간 현대 제철 당진제철소에서도 기계 점검 노동자가 끼어서 숨졌고(5월 8일), 같은날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 업체 노동자가 용접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롯데 워터파크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수중작업 중 익사했고(5월 12일) 부산신항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7일 오후 2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터에서 숨진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예외없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1000명에 가까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내년까지 505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855명으로 줄었던 산재 사망사고는 지난해 882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지만 애초 논의보다 대폭 후퇴한 내용이 담겼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됐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됐다. 지난해 산재 사고로 숨진 882명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는 312명,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02명이다. 80.9%나 되는 노동자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유예된 것이다. 또 최근 5년 내 안전 조처 의무 관련 법을 3회 이상 위반한 경우 사업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도 삭제됐다. 

그뿐 아니다. 중대재해법을 실제 적용하기 위한 시행령을 이달 말이나 새달 초까지 확정해야 하는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가 팽팽하게 부딪히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법이 시행령에 일부 위임하고 있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이행 사항’ 등을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안전보건 책임자만 두면 경영 책임자(대표이사) 처벌을 묻지 않는다는 규정을 넣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법안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발악"이라며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고 1000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죽는 야만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만들어서 법 제정 취지가 온전하게 지켜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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