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1 제주 시청앞 시위에 대하여

지금 나는 두달 가까이 제주시청앞 조형물광장에서 제주민 다수의 제2공항건설 반대 결정에 반하여 국토부에 제2공항 건설 찬성입장을 전달한 도지사 원씨를 규탄하고 현재 우리 제주가 처한 위기 상황을 알리고자 평일 점심시간에 시위를 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여론조사에서 어렵사리 다수의 제2공항 반대 결정을 얻었음에도 이후 도지사 원씨의 패악적인 작태에 대하여 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반대 측의 대응이 아주 미흡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제2공항 반대싸움은 단순히 제2공항 건설반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는 제주민의 생존을 위한 싸움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하며 이를 인식하고 각성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하여 시위장소를 시청 앞으로 정한 것은 지금까지 대개의 싸움 형태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집회, 시위, 농성으로 이어졌다면 시민들을 향한 보다 직접적인 선전 선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2 제2공항 반대싸움 이후의 고민

물론 제2공항 반대싸움 이후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줄곧 있어왔으며 최근 창립한 ‘제주가치’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기존 보수 정당정치의 구습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시민정치연대체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내년에 치르게 될 지방선거(개인적으로 지방선거는 잘못된 호칭이라 여긴다. 지역선거라는 개념이 맞기 때문에 이후 지역선거라 이르겠다)를 염두에 두고 일정한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창립한 제주가치이고 보면 앞으로 많은 변화발전을 이룰 것이고 제주사회에 제 몫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의 지역선거가 제주사회에 큰 변화의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지역선거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싸움에 대한 방향을 짚어보자.

지난달 30일 오후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3 지역선거의 테마와 연대에 대하여

지금까지 지역선거판은 주로 보수 양당 그들만의 리그였다. 지난 선거 때 녹색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고 신선한 후보와 선거운동을 통하여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여전히 고민의 축은 그대로다.

먼저 지역선거 싸움의 테마다. 당연히 제주의 현안이겠는데 곧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가든 부든 제2공항 반대싸움과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전 수산리 촛불집회는 승리선언 마당이 되었는데 활동가들로서는 만약의 경우에 대한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겠다. 또한 승리할 경우 반대싸움의 (조직적) 성과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인데 제2공항반대싸움의 조직은 향후 기본적 생존권 싸움의 큰 구심점 역할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글에서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서 ‘제주민생존을 위한 비상도민행동’으로 어이지기를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제주가치의 모습은 제2공항 반대싸움을 일단락짓는 향후 새로운 조직형태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문제는 ‘앞으로 어떤 테마를 가지고 지역선거에 임할 것인가’이며 ‘지역선거 때까지 무엇을 동력으로 삼아 이끌어갈 것인가’이다.

지금 시청 앞 시위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이 점인데 제2공항 건설반대와 지금 제주의 위기상황을 아울러 선전함으로써 이후 자연스레 제주의 위기상황을 이슈 파이팅의 중심에 두기 위함이다. 이것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보수정당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슈인 반면에 주민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정치연대체로서 갖는 제주가치의 포지션 문제다. 정치연대체의 대표적 단체가 정당이라고 보면 ‘기존의 진보정당과 차이점이 무엇인가’이다. 선거 시기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간 연대하거나 후보를 조율하는 일은 현실적이며 필요에 따라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표방하는 대로 시민정치연대체라는 성격과 이를 아우르는 지점이 지금까진 잘 보이지 않는다. 

#4 선거도 싸움의 연장이다

끝내 지역선거에서 진보적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의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연대 후보를 세우는 일은 필요해 보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부터 싸움을 준비하여 선거판을 싸움의 연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며 싸움이 곧 선거운동이 되는, 다시 말해 주민들에게 가닿는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싸움을 고민하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도지사 원씨가 P4G 정상회의에서 ‘2030 카본프리 제주’ 사례로 연설했다고 한다. 제2공항을 악착같이 짓겠다는 이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실천방안의 모범사례로 채택된 것이다. 그게 지금 제주와 이 나라의 현실이며 우리가 싸워야 할 타겟이다.

개인적인 시청 앞 시위싸움은 특별한 계획이나 궁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내세우려 함도 아니다. 다만 싸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의 모습을 통하여 앞으로 지역선거를 앞두고 이런 싸움과 조직적 성과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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