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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_이장]선흘에서 팔색조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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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_이장]선흘에서 팔색조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 이상영
  • 승인 2021.05.28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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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을 어르신들의 핫이슈는 ‘코로나19 예방백신을 접종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지난 4월에 이미 마을 사무장님이 75세 이상 어른들께 일일이 전화드려 동의서를 읍사무소에 전달했지만, 선흘2리는 접종 순서가 제일 마지막에 배정된 탓에 6월 1일에야 맞게 되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라 제주도에서는 관광버스를 대절했다. 75세 미만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6월 3일까지 직접 신청을 해서, 개인별로 인근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맞게 된다. 부작용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아서인지 접종을 포기(거부)하시는 분들도 있고, 포기했다가 다시 신청하시는 분도 있다. 아무튼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선흘 곶자왈에서 찍은 팔색조(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한편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사는 곶자왈과 여름철새들이다. 5월 초부터 마을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름 철새들이 곶자왈에 왔다는 신호다. 얼마 전 세계자연유산센터 해설사들로부터 비자림로에 팔색조가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음날 바로 곶자왈로 향했다. 깊고 깊은 제주 곶자왈은 멸종위기 여름철새들의 피난처이자 번식처이다.

색이 화려해 유독 눈에 띄기 쉬운 팔색조, 긴꼬리딱새 같은 친구들일수록 어두운 골짜기에서 관찰된다. 지난해 팔색조를 처음 만났던 폭포 위 바위에 앉아 숨죽이며 바나나를 까먹고 있을 때였다. 특유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려 황급히 카메라를 주워들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서야 나뭇가지에서 울고있는 팔색조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손이 수전증 환자처럼 떨렸지만, 다행히 사진 몇 개는 건졌다. 아싸라비야!

긴꼬리딱새(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선흘 곶자왈에서 찍은 긴꼬리딱새(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고 나면 우리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은 일시적으로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고 증상이 주는 고통으로 인간들을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이외에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또다시 인간사회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스트가 없었던 기억이 점차 사라지고 지금의 코로나에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다. 학교가 멈춰도 더 이상 놀랍지 않고 마스크가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기대는 꿈처럼 아득하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파괴가 지목됐다. 많은 이들은 더 이상의 개발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않을뿐더러 이제는 이러한 삶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모두 살 수 없다고.. 팔색조가 살 수 없는 지구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뼈아픈 실패를 금세 좀 더 쉬운 해결책과 헛된 희망으로 메우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길고 어려운 해결책을 외면하고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만으로 우리의 일상은 회복할 수 있을까? 먹고, 마시고, 함께 웃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바로 그 시절말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진짜 백신은 무엇일까? 드러난 증상을 예방하는 의학적 백신도 중요하지만, 바이러스 창궐의 근본적인 원인인 난개발과 야생생물 서식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백신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아름다운 곶자왈과 숲, 강과 바다가 더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이미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말뿐인 이상은 공허하다. 정작 구체적인 대책을 정책적으로 제시하고 애써 보는 현직 정치인과 행정가들을 만날 수가 없는 건 기분 탓인가?

사업장 사진(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장(사진=이상영 선흘2리장 제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3월 열대 맹수 동물원을 조성하는 변경계획안은 부결되었지만, 사업자는 여전히 15년 전 승인받은 계획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공사장 인부들이 주로 다녀가는 마을 식당발 뉴스에 따르면 기존에 승인된 조랑말 테마파크사업이라도 물고늘어지며 곧 공사가 시작될 거란다.

그래서 팔색조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지 안에서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어쩌다 고사리를 꺾으러 온 분들이 세워놓은 자동차 행렬만 봐도 마음이 내려앉는다. 이장 임기 동안 저 개발사업을 몇 년간 유예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의 정책대로라면 곶자왈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생태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보존되어 있는 제주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면역체계이자 백신이다. 제주 곶자왈에서는 여전히 여름철마다 천연기념물 204호, IUCN적색목록 취약종(VU),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며 세계적으로 1만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팔색조를 조금의 인내심만 장착한다면 만날 수 있다.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IUCN 적색목록 준위협종(NT)인 긴꼬리딱새 소리도 시끄러울 만큼 많이 들려온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곶자왈 웅덩이에서 몸을 비트는 고난이도 기술로 다이빙하는 긴꼬리딱새의 모습을 내년에도 또 볼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볼 수 있을까? 팔색조가 사라진 숲에 인간은 과연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상영 선흘2리장(사진=김재훈 기자)
이상영 선흘2리장(사진=김재훈 기자)

 

선흘2리 마을회장 이상영 씨는 '20년간 학교에서 지리와 사회를 가르치다 제주로 이주한 지 3년째인 초보 제주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2년 전에 참여한 마을총회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이 된 후, 최근 이장으로 선출·임명되었다. 1973년생인 이상영 이장의 고군분투 마을공동체회복기를 매달 1회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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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종복 2021-05-29 17:33:16
잘 읽었어요. 새들이 사라진 제주는 상상하기도 두려워요. 아름다운 선흘마을에 동물원을 짓지 말아야 해요. ㅡ 제주에서 풀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