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이 주는 푸르름과 하늘을 찌르는 울창한 삼나무 숲길 

초록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허리까지 자란 연초록 조릿대가 길게 이어지고 

작게 흔들리는 바람은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조릿대와 화음을 넣으며 

숲이 주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제주조릿대]
[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

한라산 허리에 자리 잡은 조릿대에 점령당한 정상  

남서쪽으로 드넓은 초록의 광야와 산방산을 중심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오름 능선의 아름다움에 시선이 멈춰 선다.

[순백의 '백작약']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겠지...

계절 잃은 노랗게 피어난 세복수초 사이로 함지박 한 하얀 미소로 홀로 핀 '백작약'

크게 웃어주는 순백의 모습에 숨이 멎는 듯하다.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사각사각 제주조릿대의 새순이 돋아나고, 

점점 짙어가는 봄의 나뭇잎들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리며 뽐내는 고추나무와 덜꿩나무, 

맑고 고운 이름 모를 새소리까지 숲 속 주인공들이다.

[각시붓꽃]
[풀솜대]
[백작약]

잊고 있었던 굼부리 

 

자리를 지켜준 우아한 자태 '각시붓꽃'

작은 기쁨이 되어주는 지장보살 '풀솜대' 

무성한 조릿대 틈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 산속의 안방마님 '백작약' 

수줍은 듯 순백의 아름다움은 작은 떨림으로 다가온다.

지난밤 내린 봄비로 지천에 신록으로 가득 채웠다.

 

퍼부어대는 비바람을 이겨내고 빗물이 고인 백작약의 모습 

더없이 청초하고 고귀한 자태로 숲을 환히 밝힌다.

하얀 꽃잎은 소박하지만 화려한 꽃술로 곤충들을 유혹하지만 

고인 물 엉덩이에 빠져 수분을 보충하며 흐느적거리는 모습까지 

자연이 내민 아름다운 모습은 감동을 더한다.

백작약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지 낙엽 수림대의 숲 속 그늘이나 유기물이 많은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높이는 40~50cm 정도로 자라고 

 

앞면의 잎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털이 없고 흰빛이 돈다.

3~4개의 작은 잎은 갈라져 어긋나고 소엽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양 끝이 좁다.

백작약이 꽃잎을 활짝 열기 전 오므린 모습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껏 부풀어 오른 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꽃 모양이 함지박처럼 크고 탐스러워 백작약을 옛날부터 함박꽃이라 부르고 있다.

5~6월에 피는 꽃은

 

원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는데 꽃받침은 3개이다.

많은 수술이 보이고 암술대는 붉은빛이 돌고 뒤로 젖혀진다.

7~10월에 긴 타원형의 골돌과가 달려 익는데 

 

벌어지면 안쪽이 붉어지고 검은 씨가 들어있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나는 

 

고귀한 자태와 정갈한 모습의 '백작약'은 뛰어난 약효 때문에 

무분별하게 채취되어 점점 사라져 가지만 

숲 속의 우아하고 단아함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재배하는 화려한 적작약보다는 소박하지만  

 

야생에서 볼 수 있어 더 값진 고귀한 선물은 

이곳에서 벗어나지 말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길...

작년에는 꽃잎을 활짝 열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올해는 꽃봉오리부터 활짝 핀 모습의 꽃과 열매까지

고귀한 모습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봄이 한창 여무는 날~

 

숲 속을 밝히는 고귀한 자태 순백의 미 '백작약' 

산속의 비밀을 만나러 가는 길은 떨리는 두근거림으로 일렁인다.

백작약의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이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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