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따낸 옥수수. (사진=김연주 제공)
막 따낸 옥수수. (사진=김연주 제공)

텃밭 농사를 시작하고서 좋아하게 된 작물이 있다. 전에는 먹지도 않던 옥수수를 꼭 심고 가꾸어 늦여름 간식으로 즐긴다. 질기고 질기기만 했던 옥수수가 농사를 시작하고서는 세상에 없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 되었다. 

한여름 작렬하는 태양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어 알알이 영글었으니, 따자마자 쪄내면 순식간에 서너 개를 먹어 치운다. 올해도 여전히 옥수수를 심었다. 빠른 곳은 곧 옥수수가 나올 만큼 자라있기도 하던데 우리 옥수수는 이제 막 세상 구경을 마치고 자리 잡았다. 곧 뜨거운 태양과 함께 폭풍성장하겠지?

내가 키우는 옥수수는 종이컵에 다섯 개도 들어가는 아주 조그만 옥수수다. 이 작은 옥수수는 한 열 자루쯤 먹어줘야 입에서 옥수수 냄새가 좀 난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수수는 혼자서 한 자루를 다 먹기가 벅찰 정도로 크다. 

종이컵에 다섯 개도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옥수수. (사진=김연주 제공)
종이컵에 다섯 개도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옥수수. (사진=김연주 제공)

자연재배를 알게 되면서 농사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무작정 김윤수 선생님을 찾아나섰다가 받아 온 옥수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조그만 옥수수 한 자루를 선물로 주셨다. (정말 작아서 ‘선생님이 교육도 많이 하시고 말씀은 좋으시나 농사는 잘 못 짓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 옥수수를 현재까지 심어 먹고 있으니 내게 온 지도 10년은 된 듯하다. 첫해 옥수수 농사를 짓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달콤하고 고소하기가 세상 최고였다. 그런데 너무 작았다. 조금만 시기를 잘못 선택해도 먹잘 게 없다. 만약 판매를 한다면? 하나에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5개에 1000원은 받을 수 있으려나? 

옥수수가 작다고 한 그루에 다섯 개씩 달리지는 않는다. 이것도 옥수수인지라 2자루가 열린다. 그래서 내 텃밭에서 퇴출(?) 당했다. 그런데 그 작은 옥수수 없는 1년을 보내고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분양해 줬던 선배에게 수소문하여 다시 씨앗을 데려왔고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여전히 판매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제주 우도에 우도 땅콩이 아주 유명하다. 요즘은 땅콩 아이스크림으로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듯하다. 우도 땅콩이 또 콩알만하다. 너무 작아서 수확할 때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도 먹을 땐 ‘역시 우도 땅콩이지’하고 있다. 

알이 작아도 너무 작아 땅콩을 깔 때면 양이 늘지 않는 바구니를 보며 알이 큰 땅콩과 자꾸 비교해본다. 요즘 새로 나온 땅콩은 색도 다양하게 검은색, 붉은색 등이 있고 크기도 정말 큼직하게 생겼다. 작은 땅콩을 계속 심어야 하나? 여전히 고민 중이다. 

완두. (사진=김연주 제공)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완두. (사진=김연주 제공)

이제 막 수확을 마친 완두 이야기를 더 해보자. 완두도 종류가 참 많아서 노란 완두, 초록 완두, 분홍꽃 완두 등이 있고, 모양은 동글동글한 게 있고, 쭈글쭈글 주름진 완두가 있다. 크기가 아주 작아서 쥐눈이콩만큼 한 완두도 있지만 대두만큼 큰 완두도 있다. 부여의 여성농민 신지연씨에게서 받아온 토종 완두를 몇년 째 심고 판매도 조금 하고 있다. 

조금 일찍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이기도 하고 포실포실한 맛이 그 어떤 완두보다 좋다. 색도 예쁜 초록이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이게 또 알이 작다. 1kg을 따려면 허리가 휜다. 큰 완두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긴다. 시장에서는 당연하게도 볼 수 없는 완두들이다. 판매하고 있는 완두는 알이 크고 달달한 맛이 나는 완두다. 

분홍꽃 완두(왼쪽)와 흰꽃 완두(오른쪽). (사진=김연주 제공)
분홍꽃 완두(왼쪽)와 흰꽃 완두(오른쪽). (사진=김연주 제공)

크고 달달한 완두는 맛이 초당옥수수를 닮았다. 초당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완두도 분명 좋아할 것 같다. 며칠 전 수입 오렌지를 먹던 작은아이가 파인애플맛이 난다 했다. 오렌지가 파인애플이 되고 완두가 초당 옥수수가 되고 있나? 무얼 먹든 한가지 맛이 난다? 달달하고 달달하다. 부드럽고 부드럽다. 수박을 먹어도 달달하고 참외를 먹어도 달달하다. 수박이나 참외를 먹으면 되지, 수박을 혹은 참외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알이 작은 우도 땅콩을 대신하여 알이 큰 땅콩만을 심고, 열 자루씩 먹지 않고 하나로도 충분한 큰 옥수수를 심고 바구니가 금세 차는 큰 꼬투리의 완두만을 심고, 머지않아 파인애플은 사라지고 오렌지만 먹고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달달한 완두가 그리울 땐 초당옥수수를 먹으면 되는 그런 날이.

강원도에서는 매해 농사지어 거둔 옥수수 중에 큰 옥수수를 씨앗으로 남겨 다음 해에 심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 어느 지방의 옥수수보다 큰 옥수수를 가지고 있다 한다. 따뜻하고 습한 제주도에서는 작지만 달고 찰진 종이컵에 다섯 개씩도 들어가는 옥수수를 많이 키워 맛나게 먹어야겠다.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3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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