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엄문희 활동가)
31일 반목과 갈등의 장으로 변한 강정마을 ‘상생화합공동선언식’.  (사진=엄문희 강정평화활동가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마을 주민 간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화합의 장은 반목과 갈등의 장으로 변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는 31일 오전 10시 강정 크루즈터미널 앞에서 ‘상생화합공동선언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원희룡 도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정의 불공정 개입에 대해 좌 의장은 2009년 12월 본회의에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과 '절대보전지역변경 동의안' 등을 날치기 처리한 것에 대해 인정하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이날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의 거세게 저항했다. 

피켓을 든 반대 주민들은 "공권력은 돈 잔치로 인간의 긍지마저 약탈했다며 "이것을 우리는 ‘기만’이라고 한다"고 목놓아 외쳤다. 이들을 막아 선 건 마을 내 주민들. 주민 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충돌 과정에서 서로에게 격한 표현까지 오고 가기도 했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도 비판 성명을 통해 "강정마을에는 5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평화와 인권을 외치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고, 많은 도민들은 긴 시간 동안의 갈등이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와 제주도는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을 강정마을 주민으로 인정해왔다"며 "도대체 제주도와 도의회는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제주가치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에 대한 문제와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돈으로 덮어 버리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모습의 국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갈등을 부추기고 상처를 덧내는 거짓 상생협약을 중단하고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으로부터 시작된 강정의 평화운동이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상징이 되고 강정마을이 아시아 평화운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보듬고 진정한 상생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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