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초대의날 "혼저옵서"에서 선보일 풍물연습을 하고 있는 받침반 친구들 (사진=볍씨학교)
부모님 초대의날 '혼저옵서'에서 선보일 풍물연습을 하고 있는 받침반 친구들 (사진=볍씨학교)

나는 올해 3월 2일부터 제주에 내려와 친구들과 선배들, 선생님 그리고 주변 마을 삼촌들과 함께 1년 동안 제주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각자 제주에 오는 이유와 목표는 다르겠지만 나는 건강해지기 위해서 제주를 선택했다. 육지에서는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로, 미디어로 나태한 삶을 살았다. 육지에 있을 때는 학교 갔다 집에 오면 도착하자마자 가방 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종일 미디어만 했다. 육지 생활은 학교, 미디어, 학교, 미디어 무한 반복이었다.

육지에서는 엄마 아빠가 바빠 우리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학교 갔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생활을 해도 부모님은 이런 모습을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가 집에 왔을 때 “오늘 뭐 했니? 어떻게 지냈어?” 질문했을 때 “공부했어, 숙제했어”라고 말하면 끝이었다. 나는 이런 생활이 좋았다. 잔소리할 사람도 없고 밥을 먹지 않고 과자로 끼니를 때워도, 미디어만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밥을 알아서 챙겨 먹고, 알아서 학교 가고, 스스로 청소하고 집안일을 하며 부모님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부모님이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처럼 느껴져 뿌듯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었다. 나도 아침에 엄마가 깨워주었으면, 집에 가면 엄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종종 들 때도 있었다.

사실 엄마는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말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다. 혹시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게 싫냐고 물어보았을 때는 솔직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 집은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 명이 살아가고 있다. 아빠는 주말에도 거의 쉬지 않고 일하신다. 엄마는 직업과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데 아빠보다 더 바빠 보일 때도 있다. 현재 엄마는 사람에 대한 이해, 내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엄마도 굉장히 많이 성장하였고 우리 집 분위기도 전보다 좋아지는 중이다.

동생은 그냥 철없는 동생이다. 우리 가족은 겉으로는 큰 문제도 없어 보이고 나와 동생은 안정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받는다. 나의 시선이 더 확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가족의 가장 큰 단점은 소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로 각자 할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기분이 상하고 뭐든 서로 조율이 안 되고 짜증도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대화 방식도 좋지 않았고 우리 가족 모두의 말투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것이 내가 제주에 오기 전 기억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얼마 전 여기 제주에서 부모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세달 만에 제주에서 엄마를 봤을 때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제주에 오기 전에도 부모님과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고, 제주에서 지내면서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당일인 토요일 날까지도 부모님을 석달 만에 봤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저녁 부모님의 가족사를 받고 읽어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엄마, 아빠의 이야기였다. 나는 전부터 부모님의 가족사와 부모님의 생각을 궁금해 왔고 같이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육지에서는 그럴 시간도 용기도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부모님과 함께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부모님과 제주에서의 만남 두 번째 날, 굉장히 오랜만에 또 어쩌면 처음으로 부모님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대화도 나누고 함께 '어튠먼트'라는 우리의 몸을 조율하고 서로의 기를 나눌 수 있는 명상을 했는데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아빠와 어튠먼트하며 아빠의 얼굴을 자세히 오랜 시간 차근차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히 집중해서 아빠의 얼굴을 봤었던 적이 있나 생각했고 어튠먼트를 하며 굉장히 많은 생각들 감정들이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생각 단어들이 떠올랐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벌써 또 서로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버렸다. 정말 바람같이 왔다 바람같이 가버렸다.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성장해 다시 만나 변화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다.

정소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9학년 받침반 친구들과 함께 제주로 내려오게 된 정소민입니다. 저는 이번에 제주도로 내려오며 올해 꼭 성장하고 기존에 있던 저희 안 좋은 모습 불건강했던 모습들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나 진정한 저를 찾기 위해 제주에 왔습니다. 아직 제주에서 지낸 지 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깨지기도 하고 넘어지고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저를 보면 제주 마지막 날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아직은 힘도 체력도, 저를 살필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올해 제주에서 이것들을 채워나가 당당하게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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