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31일 강정마을회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와 함께 ‘상생화합공동선언식’을 진행한 데 대해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쳐온 주민들과 활동가를 배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도의회에서 도와 강정마을회가 추진하는 ‘상생협력 협약서’에 ‘상생’에 대한 고민은 없고 ‘지역발전’ 내용만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제395회 임시회 2차 회의를 열고 ‘강정마을 갈등치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 체결 동의안’을 상정해 “심도 있는 논의 필요하다”며 심사보류했다. 

강정평화네트워크는 31일 제주도와 도의회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공권력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을 추진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엄문희 활동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31일 제주도와 도의회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공권력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을 추진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엄문희 활동가)

이날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을)은 “협약서 내용을 보면 지나치게 예산으로만 치유하겠다고 한다”며 “기금 얼마하겠다 해서 일자리 만들어주고 마을 시설만 만들어주면 공동체 회복이 되겠느냐. 이 협약은 상생협약이 아니라 지역발전 협약서”라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사법처리된 분들의 명예회복이나 복권 또는 주민분들 트라우마센터 이용하기 불편하다면 강정사무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이런 문구까지 담아냈어야 한다”며 “돈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쪽(마을회)으로만 진행이 돼서 마음이 아프다”며 “선언식날 왜 시위가 이뤄졌겠느냐. 그분들에게도 얘기를 하고 그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 여유를 줬어야 했다. 현상적으로 협약 하나 맺고 선언식하고 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강정마을 갈등이)여기까지 왔겠느냐. 실질적으로 치유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강철남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강철남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문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 역시 “사면 문제와 트라우마센터 관련 내용이 폭넓게 협약서에 들어가야 한다. 이 내용에 대해 반대할 분도 없지 않느냐”며 “강정마을은 오랜 시간 갈등과 아픔을 겪었다. 마을 갈등을 치유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약서, 배려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비용만 언급”

이상봉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을)은 “강정마을에서 십수년간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는 주민이나 해군기지 반대하는 주민을 비공식적으로라도 만나 소통한 적이 있느냐”며 “행정에선 마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대하는 주민과 실질적으로 사법 대상자가 된 248명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정마을에서 향약상 유권자는 500~600명 정도인데 주민회에 참석한 분은 100명대였다”며 “이번 협약서는 고통을 당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경제적 비용만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을 숙원사업이라는 내용은 우리 의도와 다르게 갈등 상황을 또 일으킬 수 있다”며 “더디게 가더라도 행정은 모두를 포용하고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좁은 시각에서 진행하는 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착잡해했다. 

강민숙 의원(왼쪽)과 문종태 의원(오른쪽).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강민숙 의원(왼쪽)과 문종태 의원(오른쪽).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반대 목소리엔 왜 귀를 기울이지 않나”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협약서에 찬성 주민 의지만 담겨있고 반대 주민의 목소리는 담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은 반대하는 주민이 소수라는 점만을 강조해 매우 불편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강정주민은 지난 14년동안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모두 피로감과 애로사항이 있고 지쳐있다”며 “찬성을 했든 반대를 했든 모든 목소리를 모두 녹아내야 한다. 선언식을 중단하라는 목소리에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선언식도 그렇고 협약서도 그렇고 절차상 순서가 틀렸다”며 “반대에 대한 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그 후에 비공식적으로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내겠다는 건 이미 늦은 것”이라고 따졌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제주도는 공동체 회복이나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날 참석한 오성율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은 “오늘 나온 제언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마을회 임원진’과 상의하면서 건설적인 방안이 없나 고민하겠다”고 답하며 여전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어떤 사안이든 100% 만장일치로 찬성이 이뤄지는 경우는 경험상 한 번도 없었다”며 “반대 주민까지 찬성하게 하는 건 국가적 차원에서 어렵다. 그런 부분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상봉 위원장은 “죄송하다는 말은 여기서 립서비스하지 마시고 강정마을에 가서 말씀하시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협약서에는 △지역발전 계획사업 지원 △공동체 회복 지원 기금 매년 50억원씩 250억 조성 △서남방파제 운영 △지역발전 계획사업 시 주민 우선 고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도의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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