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먼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주체적으로 하게 된다면 다양한 이점들이 있다.(...) 국가 폐기물정책의 큰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제주도가 생활쓰레기 저감의 선도모델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는 전 세계적 골칫거리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사용을 줄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표주자는 우리에게 일회용품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빨대, 컵, 봉지가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관광지라는 특성상 플라스틱 일회용품에 대한 소비가 상당한 편이다. 특히 음료전문점이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주로 컵과 빨대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빨대의 경우는 다행히 2022년부터는 제공이 금지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컵의 경우 매장 내 사용만 금지되어 있을 뿐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제공이 가능한 상태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다양한 이유로 재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관광지의 특성을 띈 제주도는 발생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태우거나 매립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단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사용량은 2009년 1억 6229만개에서 2015년 2억 7816만개로 약 71%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종이컵이 45% 증가한 것에 비하면 굉장히 가파른 상승세다. 이러한 현상은 커피 등의 음료 프렌차이즈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동반된 현상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사업장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사용 자제 협약을 자발적으로 맺은 대형 커피전문점 12개사와 패스트푸드점 5개사다. 즉 이들 대형업체에서 엄청난 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부의 데이터에도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증가가 엄청나게 반영된 것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사용증가가 커피 등 음료 프렌차이즈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활용품 선별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사진=김재훈 기자)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양은 33억개(45,900톤)에 달한다. 커피 등 음료산업의 성장과 함께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사업자도 덩달아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른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도 크게 증가하게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은 제주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이에 더해 관광지역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인구대비 더 많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4월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상권정보 분석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제주지역 커피전문점 수는 1856개소로 인구 대비 1만명 당 27.8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은 곳은 국내관광객 방문 1위 지역인 강원지역으로 인구 1만명 당 22.3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주요관광지의 특성을 띄고 있는 곳들에서 주로 커피전문점이 인구대비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구당 커피전문점 밀집도를 제주지역에 한정해서 보면 관광지 특성을 띄는 곳에 커피전문점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읍면동 단위로 확인해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우도면의 경우 인구는 약 2000명인데 반해 커피전문점 수는 25개나 된다. 제주도 평균 커피전문점 밀집도에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구가 비교적 적은 한경면의 경우 인구는 약 9000명인데 반해 커피전문점 수는 35개, 안덕면은 인구 약 1만2000명에 커피전문점 수는 78개나 된다. 약 5만명이 거주하는 이도2동과 노형동의 커피전문점 수가 각각 111개와 127개로 인구 1만명 당 각각 22.2개, 25.4개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밀집도가 아닐 수 없다. 관광지의 특성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수치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활용품 선별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사진=김재훈 기자)

결국 제주도는 관광지역의 특성상 인구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통계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봄과 여름철 관광 성수기에는 계절적 특수성이 결합되어 더욱 집중적으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 문제는 해당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복합재질로 만들어지거나, 겉면 상표인쇄 등으로 재활용에 용이하지 않은 형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분리배출도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관광객 등에 의해 무단투기 되는 사례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렇게 배출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향하거나 자연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즉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사실상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대한 도민사회의 생각은 어떨까?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 1년 이상 거주한 도민 304명을 대상으로 일회용 용기사용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일회용 용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에 대한 공감도는 91.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도민들이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퇴출해야할 일회용 용기의 재질은 플라스틱(83.2%)으로 나타났으며, 제품으로는 컵(42.8%)과 빨대(22.7%)였다.

도민사회 역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도대체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 것일까? 현행법령으로도 충분히 규제는 가능하다. 문제는 환경부령으로 규제를 하게끔 되어 있는데 환경부가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퇴출시키기 위해서는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다면 마냥 환경부의 정책전환만을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부하상황이나 섬의 환경적 특수성과 민감도를 고려해 매해 이뤄지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도가 먼저 선도적으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행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시설과 업종에 대한 준수사항을 환경부령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0조의 3항) 이를 제주도지사에게 위임하도록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주도가 먼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주체적으로 하게 된다면 다양한 이점들이 있다. 일단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해결에 전환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제도개선 효과는 물론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개선사항까지 미리 점검해 볼 수 있어 국가차원의 정책개선에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즉 플라스틱 일회용품 규제를 미리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의 역할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곧 국가 폐기물정책의 큰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제주도가 생활쓰레기 저감의 선도모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불편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제기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물론 제도개선으로 소비자 특히 관광객의 불편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위기 시대의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강화된 환경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불편을 감당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불편을 넘어 '재앙'을 감내해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일회용품이 퇴출되기 이전에 중간단계로써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테이크아웃 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높은 재활용성과 차가운 음료에도 버틸 수 있는 물성을 지닌 종이컵이 시판중이기 때문에 이를 당분간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가격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으나 이 또한 사용 확대에 따라 가격조정이 가능하고, 제주도의 경우 제주도개발공사 등의 유통망을 활용해 마진 없이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사용 후 종이컵을 일정규모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제주도에서 직접 재활용하여 재활용 종이컵을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자원순환 생태계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퇴출은 종국적으로는 향후 모든 재질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과정에 일부여야 한다. 어디까지나 그 시작이 플라스틱 일회용 컵일 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회용품을 퇴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권한을 제주도가 쥐게 된다면 조례로서 사용규제를 결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제주도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완전한 퇴출시킬 수 있다. 더욱이 향후 일회용품의 퇴출을 위한 제주도의 중장기적인 로드맵도 법적 강제성을 가진 형태로 마련할 수 있다. 생활쓰레기 저감정책의 핵심이 일회용품의 퇴출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요구되어온 과제다.

이미 생활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생활쓰레기 문제는 제주도를 넘어 우리 인류가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제는 단순히 소비자의 불편함이나 사업자의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문제를 외면하기엔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그리고 개인의 변화와 인식증진에만 기대기엔 시간이 모자라다.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규제하는 제도를 적용할 때가 되었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 국회의원들이 미래세대의 위기를 분명히 직시하고 제도의 변화로서 미래세대에게 분명한 답을 주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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