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그리운 옥녀...

오름으로 가는 둘레길에 광활한 무밭

초록초록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바람결 따라 일렁이는 장다리꽃의 춤사위 

진한 향기로 들녘 가득 채운다.

[무밭]

장다리꽃 피는 4월~

버림받은 무가 예쁜 장다리꽃을 피웠다.

잔잔한 바람이 기분 좋은 봄햇살을 오롯이 담은 무밭에 

장다리 하양, 보라 나비가 살짝 내려앉았다.

연보라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이리 곱고 섬세한 꽃을 보지 못하고 식탁으로 올라왔구나...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크기나 모양이 다양한 양치류들이 터를 잡았다.

[고사리]
[고비]
[발풀고사리]
[풀고사리]
[등성이에서 바라 본 풍광]

옥녀꽃대를 만나기 10m 전 

 

이제 막 꽃잎을 연 각시붓꽃이 눈인사를 건네고 

삼나무 숲에 숨어 사는 새우난초 무리들은 겁 없이 일탈을 꿈꾸고 

작은 바람에 흔들거리는 그리운 그녀가 기다려준다.

[각시붓꽃]
[새우난초]
[옥녀꽃대]

옥녀꽃대는 홀아비꽃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숲 속 반그늘이나 양지, 토양 비옥도가 좋은 곳에서 자라고 

제주도와 남부 지방의 숲에서 만날 수 있다.

옥녀꽃대라는 이름은 거제도 옥녀봉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졌고 

과부꽃대라고도 부른다.

키는 15~40cm 정도이고 

 

넓은 타원형의 잎은 줄기 끝에 4장이 뭉쳐난다.

녹색의 잎은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끝은 뾰족하다.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는 갈라지지 않는다.

4~5월에 피는 흰색의 꽃은 향기가 있고, 4장의 잎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온다.

 

3개의 수술과 1개의 자방으로 연결되어 있고 전체에 털이 없다.

씨방은 달걀 모양으로 암술대는 없고 

 

열매는 노란색이 도는 녹색으로 6~7월에 둥글게 익는다.

꽃보다 꽃대로 더 유명세를 타는 옥녀 

 

꽃잎이 없어서일까? 

얼마나 보잘것 없었으면 꽃이 아닌 꽃대라는 이름으로 불릴까?

초록 이파리 예쁜 치마를 입고 봄 마실 나온 

곱고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게 되면 봄도 무르익어간다.

 

혼동하는 옥녀꽃대와 홀아비꽃대를 비교해본다.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 '열매']
[홀아비꽃대]

옥녀꽃대의 잎은 홀아비꽃대에 비해 얇고 부드러워 보이고, 

국수가락처럼 생긴 하얀 수술이 홀아비꽃대보다 가늘고 길면서 구부러져 있다.

옥녀꽃대의 열매는 짧은 방망이 모양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고 홀아비꽃대는 위로 솟구친다.

저지대에서 자라는 옥녀꽃대보다 

해발 400m 이상 고지대에서 자라는 홀아비꽃대가 일찍 꽃을 피운다.

[옥녀꽃대]
[옥녀꽃대]
[옥녀꽃대]

꽃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하얀 춤사위, 

짧은 봄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무리 지어 꽃을 피운 수수한 아름다움, 

오름에 숨어 사는 옥녀꽃대와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특별한 나만의 소확행이다.

 

옥녀꽃대의 꽃말은 '외로운 사람'이다.

[새우난초]

내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새우난초 무리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찐 행복,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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