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수확하는 일손. (사진=고기협 제공)
마늘을 수확하는 일손. (사진=고기협 제공)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농가소득은 4503만원으로 전년대비 9.3%로 증가하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농가소득은 4912만원으로 전년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농업소득은 감귤 및 마늘 등 월동채소 가격의 하락으로 319만원이 감소한 1209만원이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농가소득 변화를 살펴보면, 첫째, 농업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가소득이 2000년 2390만7000원에서 2020년 4503만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농업소득은 2000년 1090만원에서 2020년 1182만원으로 20년 동안 1000만~1200만원에 머물러 있다. 

제주도도 2000년 1188만원에서 2020년 1209만원으로 21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 2.3%를 고려하면 오히려 준 것이다. 그에 따라 농업소득 비중 또한 2000년 47.2%에서 2020년 26.2%로 줄어들었다. 

정부에서는 작년 농가소득이 역대 최고라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농업소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농가소득은 농가가 농산물을 팔아서 벌어들인 소득(농업소득), 다른 사업을 하거나 가족들이 노동해서 벌어들인 소득(농업외소득), 밖에서 지원받은 소득(이전소득), 부조, 또는 퇴직할 때 받은 돈(비정상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농업소득은 순수하게 농업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농업정책 성과와 농업경쟁력을 따지려면 농업소득에 대해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도 농업소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다. 

소득종류별 농가소득. 왼쪽은 전국, 오른쪽은 제주. (편집=고기협)
소득종류별 농가소득. 위는 전국, 아래는 제주. (편집=고기협)

둘째, 이전소득(외부로부터 지원받는 소득으로 공적 보조금과 사적 보조금으로 구성)이 2019년부터 농업소득을 앞지르기 시작하였다. 2020년 이전소득은 공익직불제 시행 및 코로나로 인한 지원금으로 2019년보다 303만원이 증가하였다.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공적 보조금은 1355만원으로 도시의 1분위가구(하위 20%)가 받는 공적 보조금 737만원의 2배에 근접했다. 이는 앞으로 농민기본소득제, 농민수당 등 소득보전정책 수립·집행 시에 도시민을 어떻게 설득해낼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셋째, 경영주 연령별 소득을 보면 20년간 가장 높은 농가소득을 보이는 연령층은 50대이다. 50대는 2020년 7042만원의 소득을 올려 도시가구 평균소득 6439만원을 넘어섰다. 특이한 것은 40대 농가소득이 50대보다 낮고(2020년 기준 1770만원 낮다), 70세 이상의 농가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구성비는 2000년 16.1%에서 2020년 44.9%로 증가하였다. 

참고로, 40세 미만 농가 수는 2015년부터 40대 농가에 포함되어 통계를 내고 있다. 40세 미만 농가 구성비가 1%도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작성되지 않는 공란이 공동화된 농촌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

넷째, 영농규모별 농가소득을 보면 영농규모가 커질수록 농업소득과 이전소득도 많아져 농가소득도 높다. 특히 3ha가 넘는 농가들의 평균소득은 2020년 기준 6469만원 이상으로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보다 높다. 농업소득 또한 3~5ha를 경작하는 농가는 2935만원, 5~7ha는 3770만원이며, 자영노동시간은 3~5ha를 경작하는 농가는 1707시간, 5~7ha는 2300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급으로 계산하면 3~5ha의 농가는 1만7194원, 5~7ha는 1만6391원이다. 3ha이상 경작해야 농업이 시간과 소득 면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논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논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다섯째, 농업경영비 증가 폭이 농업총수입 증가 폭보다 훨씬 크다. 농업총수입은 2000년 1951만원에서 2020년 3603만원으로 1.8배 증가하였지만 농업경영비는 2000년 862만원에서 2020년 2421만원으로 2.8배 증가하였다. 농자재,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의 상승세가 농업총수입의 상승세를 웃도는 상황이 20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소득은 농업총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농산물가격폭락은 밥 먹듯 하고,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매해 오른다. 농업소득이 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일곱째, 농가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농가 구성비의 70%를 차지하는 1ha미만 농가의 2020년 평균소득은 3813만원으로 10ha 이상 농가의 평균소득 1억743만원보다 6930만원이 적다. 이는 2010년의 소득격차 4742만원에 비해 2188만원이나 더 벌어진 것이다. 농촌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도농 소득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00년에는 농가 평균소득이 도시가구 평균소득의 80.5%였지만 2020년에는 69.9%로 떨어졌다. 이 추세를 바꾸지 않으면 농촌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수입 개방에 따른 낮은 농산물 가격, 과도한 농업경영비, 기후위기에 따른 잦은 재해로 농업소득이 20년간 정체상태다. 그리고 농가의 영세성과 고령화가 농업소득을 높이는 데 애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규모화와 청년 귀농은 농업수익률이 농지가격 이자율보다 높아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고, 경영비를 낮추어주며, 농작물재해보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70%를 차지하는 1h미만의 영세농가에 대해서는 농업농촌정책이 아닌 복지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기협.<br><br><br>​​​​​​​<br>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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