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줌을 통해 강연을 하고 있는 강종우 센터장(사진=박소희 기자)
7일 코로나19로 인해 줌으로 온라인 강연을 하고 있는 강종우 사회적경제센터장.(사진=박소희 기자)

불평등을 타파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제주도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정책 모토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종우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7일 오후 2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제주특별법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과제’ 강연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그림자인 불평등과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사회적 경제”라며 이제는 자본을 핵심 자원으로 '사고 파는' 시장 경제에서 연대를 핵심 자원으로 '주고 받는' 사회적 경제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호혜성과 나눔을 원칙으로 경제 주체를 자본가에서 공동체로 전환해야 시장의 실패로 나타난 대규모 실업과, 국가의 실패로 나타난 복지 후퇴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그림자들. (그래픽=강종우 센터장 제공)
자본주의 체제의 그림자들. (그래픽=강종우 센터장 제공)

지금껏 미온적이던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은 세계를 발칵 뒤집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불이 붙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성장 없는 경제, 일자리 없는 사회 등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예고하고 있는 ‘작동 중지 사회’의 체험판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팬데믹이라는 위기가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약과 질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개의 축으로 추진되는 제주형 뉴딜도 새로운 생존 전략이란 세계적 흐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강 센터장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다른 경제 모델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제주가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새로운 사회계약(뉴딜)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계약 주체도 자본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삶의 공간도 도시에서 지역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고용불안, 저임금,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격차 등 사회 위기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이라는 생태 위기를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종우 센터장은 "문제는 시장의 실패(노동)와 국가의 실패(복지의 개인화)로 나타난 사회 문제가 가장 약한고리부터 무너뜨린다는 것"이라며 "제주특별법이 추구한 국제자유도시는 되본 적도 없고 될 가능성도 없다.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장중심의 국제자유도시는 용도 폐기하고 그 자리에 사회적 경제를 채워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강종우 센터장 제공)
다양한 마을기업. (그림=강종우 센터장 제공)

강 센터장이 말하는 사회적경제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서로 돕고 살았던 제주의 수눌음 전통이 바로 사회적경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안전한 생활을 책임지는 한살림 철학을 떠올리면 쉽다. 

경제 원리를 경쟁·선택·집중에서 호혜·나눔·배려로 재편하고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인데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정책의 핵심원리로 삼으려면 우선 사회의 체질을 규정하는 제주특별법에 사회적 가치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의 위상과 역할을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사회적 가치가 확산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도내 사회적 경제 제도가 가진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제기했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그 유형에 따라 관련 부처 및 관련 법률이 다양하다. 따라서 일선에서는 업무 혼선이 빚어지는가 하면 지원 근거가 상충해 유형별로 동등한 기회와 권한을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강 센터장은 현행 특별법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경제 관련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포괄적으로 이양 받아 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현재 국회 계류중인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제주특별법에 자동 반영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사회적 기업'에 국한된 제주특별법 특례 조항도 '사회적경제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돼야 자활기업과 사회적기업에만 적용되는 권한을 모든 사회적경제 활동 조직에 적용할 수 있어서다. 

또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법정 계획 수립 및 재정 조달 방안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사회적경제 발전 기본계획은 5년에 한 번 수립하도록 조례로 강제돼 있는데 이를 특별법에 넣어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종합적인 시책과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세우고 그 추진에 필요한 예산과 조직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제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는 사회적경제 내용이 단 한 줄도 안 담긴다"며 "경제·사회·문화·자연환경 등 지역의 전 부문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은 지역사회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종우 센터장은 그림책 으뜸헤엄이에서 빨간 물고기들과 으뜸헤엄이가 만든 커다란 빨간 물고기 장면을 빗대며 거대 자본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시민들의 연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글·그림 : 레오 리오니)
강종우 센터장은 그림책 으뜸헤엄이에서 빨간 물고기들과 으뜸헤엄이가 만든 커다란 빨간 물고기 장면을 빗대며 거대 자본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시민들의 연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글·그림 : 레오 리오니)

사회적경제 핵심은 시장경제에서 소외된 사회구성원들의 주체성 확보와 공동체 회복에 있다.

이날 강 센터장은 "무늬만 새로운 사회가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도 제대로 사회 전환을 이루려면 자치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민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을 특별법 안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풀뿌리민주주의 실현과 맞닿아 있다. 

서구의 경우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사회적경제운동에서 출발해 협동조합이나 결사체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발전, 이후 제도화 과정을 밟았다. 

반면, 한국은 중앙정부가 주도해 관련법 제정과 정책을 수립하고 여기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주체형성과 역량확보가 뒷받침돼야 지속가능한 포용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중심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 관련 조항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자치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 교육 훈련 및 홍보 관련 조항과 지역(마을)주권 법적 토대 및 제도기반도 마련돼야 강조했다. 

그는 "도민이 주체가 돼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치분권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마을공동체에 지역사회 개발과 행정의 권한을 주는 지역주권(가칭)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며 "이는 제주도를 망가뜨리고 도민 삶의 질을 저하하는 무분별한 난개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 센터장이 제안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1. 사회적 가치 조항 명시 

2. 사회적경제 위상과 역할 인정 

3. 중앙정부 사회적 경제 관련 권한 포괄 이양 및 공통의 법적 토대 마련

4. 사회적경제 발전 법정 계획 수립 및 재정조달 방안 마련

5. 지역 중심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 관련 조항 명시

6. 사회적경제 교육훈련 및 홍보 관련 조항 명시

7. 지역(마을)주권 법적 토대 및 제도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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