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귀포시 강정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왼쪽부터)좌남수 의장, 원희룡 지사,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강정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왼쪽부터)좌남수 의장, 원희룡 지사,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 글(지역선거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서 밝혔듯이 내가 시청앞 조형물 광장에서 개인적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제2공항 반대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또한 지금 싸움이 제2공항 반대싸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는 제주민의 생존을 위한 싸움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함을 알리고 그 싸움의 고리를 잇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 제2공항 반대싸움을 지역선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이며 어떠한 동력으로 지역선거까지 이어갈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주민들을 만나는 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며 그 선전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이에 걸맞은 조직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차츰 그리고 같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겠는데 최근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서 제주도정과 도의회, 같은 말이지만 도의원들의 반도민적 작태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얘기해보자. 

#1 강정마을 상생화합선언식

정확히는 ‘강정마을 갈등치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서’ 체결식이 지난달 31일 강정마을 크루즈 대합실에서 열렸다. 강정마을회의 공식적인 사과 요청으로 진행되었다는 이번 공동선언식은 제주도와 도의희, 강정마을회가 그 주체였다.

그런데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거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보여주기식 쇼라고 하지만 이건 천박하고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강정마을회야 잔칫상 차려준다는데 잔치 떡이나 먹으면 된다지만 명색이 제주도정과 도의회 아닌가. 대체 이게 말인가 빵군가 하나씩 짚어보자.

상생이 서로 같이 살자는 뜻인데 그 상생의 주체가 어디인가.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제주도민이나 강정마을과 따로 떼어져 있는가? 도민과 마을주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 아닌가. 그렇다면 도민의 뜻을 따르고 도민에 충성해야 하는 기관이 어찌 상생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다음으로 ‘갈등 치유와 공동체회복’을 위한다고 했는데 이런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 주범이 누군가? 찬성주민들에게 사탕발림 약속을 하면서 날치기 부지 선정과 적법하지 않은 밀어부치기로 해군기지를 만든 정권과 해군 아닌가! 그 과정에서 물리적 공권력으로 반대 측을 민형사상 죄를 물어 범법자로 만들고 옥죄지 않았는가. 당연히 이 사람들이 사과든 사죄든 대상이 되어야 함이다.

그렇다면 이런 원인을 제공한 정권과 해군이 반대 측 인사와 단체에 사과와 함께 거기에 맞는 배보상을 약속하고 협약을 체결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제주도민을 위하고 강정마을의 편이 되어야 할 도정과 도의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도리어 반도민적 행동을 하였다면 도민과 반대주민들에게 사과가 아닌 사죄를 청하고 관련인사를 처벌해야 하지, 어찌 이자들이 상생의 주체가 되어 만세를 부를 수 있는가. 

특히나 마을발전기금으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을 리 만무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수백억의 돈을 왜 제주도민들의 혈세를 써야 하는가. 갈등과 분열의 원인 제공자인 국가나 해군이 내야 맞지 않는가? 그리고 사죄해야 마땅할 이들이 그런 돈잔치의 주인공이 되어 으스대고 들먹거리고 어깨동무하고 있는가. 수백억의 기금은 도민들의 혈세로 물면서 번지르르한 생색내는 쇼를 하고 싶은건가.
 
그이들의 진정성 운운하기도 같지 않지만 아직도 강정해군기지라 부르지 못하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니…. 그래서 강정에 크루즈선이 드나드는가? 핵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있지 않은가. 핵잠수함이 폐기물 싣고 들어오지 않는가. 크루즈 대합실이 도지사 원씨 쇼장인가!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강정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31일 서귀포시 강정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린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 오등봉공원 등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가결

지난 9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가결하여 오등봉공원부지 등 2개 공원지구에 대규모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미 5년 전 제주시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 환경도시위원회 심사에서 상수도 확보, 하수처리문제 등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였음에도 이번엔 원안대로 가결하여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지난 KBS의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제주시내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뽐내는 공원지구에 1천400여세대 14층 고층아파트가 세워지는 걸 좋아할 제주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제주의 도시공원면적비율은 전국 최하위로 (전국 평균 1인당 10㎡, 제주 6㎡) 가뜩이나 부족한 공원부지에 최고분양가의 고급아파트가 들어선다지 않는가. 

‘개발 불가’를 외치던 제주도정이 앞장서 총대를 메고 이전에 지적한 근본적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동의안을 원안 가결한 도의회가 뒷배를 봐준 전형적인 지역 난개발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다.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지역 관료와 토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답답하고 막막하다.

제주도의회를 보면 지난 강정마을 상생화합 체결 관련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들이 체결안을 심사보류하며 반대주민들의 피눈물을 들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소수의 건설업자 개발업자들만을 위한, 대다수의 주민과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이미 제주도정의 충실한 거수기 노릇을 하는 도의원의 자리.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달려드는 이해당사자들의 행동을 직접 막아낼 수 없는 주민들과 시민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자리임을 말하는 것도 부질없다 싶다.

꼭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난 강정마을에서 좌남수 도의장이 2009년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및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번 환경영향평가 동의안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관련자들이 개발이익을 다 빨아먹고 난 다음 사죄하고 주민들과 어깨동무하고 만세 부르면 되는 것인가.

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도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도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3 지역선거와 연결된 싸움이어야 하는 이유

여전히 제주민의 삶보다 돈과 권력을 좇거나 이에 영합하여 제 잇속과 앞길을 닦는 데 여념이 없는 제주도정과 도의회를 타깃으로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싸움의 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역선거일 것이다. 우리가 제2공항 반대싸움에 그칠 수 없는 이유며 지역선거와 연결하여 이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갈 길이 멀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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