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 및 지방자치부활 3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2시 제주 시리우스호텔에서 진행된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 및 지방자치부활 3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2시 제주 시리우스호텔에서 진행된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집중된 도지사 권한을 마을단위까지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원희룡 도지사 사퇴설이 불거지며 발생한 ‘제주도 올스톱’이 도지사 원탑 체제의 부작용이라서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교 명예교수는 10일 오후 2시 제주 시리우스호텔에서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읍·면·동 권한까지 도에 있는 곳은 제주도밖에 없다”며 특별자치도 시행의 가장 큰 실패는 사실상 도의 ‘권한 독식’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제주도지사에 이양된 권한은 1619건(5단계 기준)인 반면 행정시장은 7건, 도의회 권한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 및 지방자치부활 30주년 기념 제주권 대토론회로 김중석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제도분과위원장과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발제자들은 이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성과에 주목했다. 

‘문재인정부 자치분권 관련 법제의 성과와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김중석 위원장은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의의와 세부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무늬만 특별자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제주도가 지방자치 모델로써 선도적 역할을 했다. 자치도로 승격 후 받은 것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민기 교수는 ‘자치분권2.0시대 :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응과 과제’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배경과 과제를 정리하며 “(특별자치도 비판 여론)은 핸드폰 기능을 20%밖에 쓰지 않고 핸드폰 별로라서 바꿔야 한다는 것과 같다”며 “제주도에서 시범적 분권을 통한 국정운영이 있었기에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기점으로 이전 시대를 지방자치 1.0시대, 이후를 지방자치 2.0시대로 부른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성과 위주 발제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양영철 교수는 최근 힘이 실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7월 사퇴설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했다. 

양 교수는 “제주도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주도는 굉장히 영광스럽겠지만 (대선 출마를 위한) 도지사 사퇴설이 불거지니까 제주도가 올스톱”이라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는 스스로 반성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당시 없앤 시·군 제도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기 위해 제주도는 4개 시·군으로 구성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없애고 2개 행정시만 두는 현재 단일광역자치단체 체제로 만들었다. 당시 중앙정부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독립된 자치권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행정시장은 도청 과장만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식물행정’에 지나지 않는게 현실이다. 

이상봉 제주도의원 역시 지정토론에서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특별자치도 설치 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면서 멀쩡하게 있던 기초자치단체를 숙의과정 없이 폐지한 건 도민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와 더불어 “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외연적으로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도민복리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특별자치도 설치(2006) 이후 GRDP(지역내총생산)는 약 8700억 원에서 2019년 약 2조로 2배 이상 뛰었지만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양정 팽창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증가했지만 임금 노동자 평균 임금은 전국 꼴찌로 지역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슬로건은 멋있지만 구체적으로 우리 삶의 어떻게 바꿨냐고 물으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지방자치법 개정을 32년만에 이뤘으니 제도적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었겠지만 ‘주민자치’ 조항이 빠져 사실상 단체자치만 강화했다고 설명하며 전부개정안을 '반쪽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세와 지방세 배분비율을 8대2에서 6대4 수준까지 올린다고 했지만 현재도 8:2 수준인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사실상 별책부록이었다”며 “수도권과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소멸위기다. 따라서 핵심 과제는 지방자치를 헌법적 지위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특별자도가 정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지도 따졌다. 

특별자치도 6단계 제도개선에 이르는 동안 특례 형식을 통한 국가 권한의 지방이양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세부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비판적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이양한 과제를 보면 지방분권보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 관련 내용에 치중해 있어서다. 

실제 5단계 제도개선까지 이양된 4831건 과제 가운데 지방분권 분문은 351건으로 전체 7.3%에 불과하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핵심산업 23.3%, 투자여건 조성 11.3%, 산업인프라 20.8%, 도시·교통 14.4%, 환경 15.2%, 기타 7.7%다. 

강 센터장은 “특별자치도기는 한데, 사실상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만든 수단이었다”며 “가령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제주국제학교만 봐도 치외법권이다. 도민들은 (너무 비싸서) 못 보내고, 연예인(부자) 자녀 학교가 됐다. 다른 지역도 자치권 확보 측면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장 제주도 기초부활이 어렵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려고 한 마을공화국(읍·면·동 단위 자치)을 시범적으로 운영해서 마을자치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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