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사진=안나 제공)
안나(본인의 요청에 따른 사진 배치임). (사진=안나 제공)

안나는 자신을 ‘#안나, #긍지, #표퍼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먼저 닉네임인 ‘안나’는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으로, 성인이 되어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자신의 삶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다. 

‘긍지’는 실명과 연계된 키워드로 자부심, 자존감 등을 내포한다. 인터뷰 내내 긍정적이었던 그의 에너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표퍼플’은 안나의 퍼스널브랜드를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로 어쩌면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매니악 기질이 있는 안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고 싶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최근 청년들은 안나처럼 다양한 ‘부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표현한다. 도민 3년 차인 그가 제주에서 어떤 삶을 만들어 가는지 궁금했다.

▶도민 3년 차죠. 제주에서 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경험주의적 인간이에요.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건 해봐야 한다’는 주의죠. 재미로 본 사주에는 역마살도 껴있다고 하더라고요. 제주에는 처음에 여행자로 왔어요. 20대 중반에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한달살이를 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살이를 하며 제주의 더 많은 모습을 경험하게 되면서 여행이 아닌 ‘삶으로서의 제주’를 시작해보자, 싶었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취업도 하게 되었고요.”

▶제 주변에서는 이주 3년 차가 많은 고비였던 것 같아요. 안나는 어떠신가요? 

“저 또한 2년 차쯤 약간의 고비가 왔었어요. 이주 이후 ‘제주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항상 가지고 살았는데, 오히려 작년 하반기에 이직을 하면서 정착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그때 역설적으로 안정감이 주는 권태로움에 사로잡혔죠. 전 계획형 인간이기도 한데요. 원래 31살이 되는 내년에는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예정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럼 계속 이곳에 남아야 할까, 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런데 처음 제주에 살기 시작한 것도 ‘제주에서 평생 살아야지’라는 다짐보다는 경험적 측면에서의 접근이었고, 생각해보니 아직 제주에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면서 마음을 다 잡아갔고, 최근에는 제주에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서 다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이직한 직장에서도 난생처음 일에 대한 만족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제주에서의 삶이 훨씬 즐거워지고 있고요.”

▶일에서 만족도를 느낀다고 하셨는데요. 참 쉽지 않은 이야기네요.

“일도 일이지만 사실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주에서 처음 다녔던 회사에서도 동료 분들이 정말 좋았고, 그 인연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죠. 현 직장에서는 지금은 퇴사하신 팀장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어요. 저와 성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지점도 있었지만, 제가 고민하는 것들을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셨죠. 저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성장해가는 기업들과 함께하는 보람도 있고, 제 생각과 의견들이 적용되는 등 업무에 있어서 자기주도권을 많이 갖게 된 지점이 큰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일 외에는 제주에서의 삶에 어떤 만족감을 느끼고 계시나요?

“올해 서른 살이 되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를 시작했어요.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과 정신이 정말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죠. 처음에는 체중 감량이 목적이었는데,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하나의 취미가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저는 제주의 오름을 정말 좋아해요. 오름을 올랐을 때 펼쳐지는 경관이 너무 좋아서 자주 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필름카메라 촬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남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필름카메라는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보다 한 장, 한 장 신중히 찍어야 하고, 그래서 더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결과를 바로 알 수 없다는 것도,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필카만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조금 비싼 취미이긴 하지만, 필름으로 꾸준히 저와 제주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제주에서의 3년. 어떠셨어요?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앞으로 제주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로선 너무 좋아요. 제주에서의 삶은 확실히 여유가 있어요. 자연환경이 주는 위로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살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에서 3년 동안 살아가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고, 물론 타지살이에 외로운 적도 있었지만 제주가 주는 ‘여유로움’으로 저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어요.”

▶안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가 속한 우물을 계속 넓혀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라고 생각하고요. 제주에 오지 않았더라면 겪을 수 없었던 경험들 속에서 동기부여가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현재 몸 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 우물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삶이라는 우물이 저의 경험을 통해 끝과 끝이 알 수 없는 거대한 크기로 확장하길 소망합니다.”

▶‘무사제주’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안나가 느끼는 제주의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저는 제주의 자연이 좋아서 제주에 머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주에서 너무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보전이 아닌 개발로 인해 제주의 자연이 훼손되는 것이 가장 걱정이 돼요. 제2공항도 도민 삶에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요.”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 중이 일부는 도민 2~3년차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갔다. 이유야 다양할 것이지만 이상적이었던 제주의 삶과 현실은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도민 3년 차인 ‘안나’. 그는 현재 제주에서의 삶을 누구보다도 긍정적으로 느끼고, 제주를 사랑하고 있다. ‘안나’처럼 자유롭고, 제주의 매력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주가 되길 바라본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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