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볍씨학교)
​​동백동산에서 선흘분교 6학년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중인 볍씨학교 친구들   (사진=볍씨학교)

요즘 우리는 선흘분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위해 주1회 수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가 배우는 입장이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영어, 국어, 과학 등 지식 교과 위주의 수업이 아닌 우리가 아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는 활동으로 진행한다. 매일 하는 농사, 어릴 때부터 재미있게 했던 마당놀이, 손 놀이, 바느질, 요리, 목공 등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농사, 요리, 바느질 등 앞으로 살아가며 필요한 경험을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의미를 담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내가 분교수업 진행팀에 들어간 것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유치원교사를 꿈꾸고 있다.  

6학년 때, 우리 마을 주변에서 내가 배우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을 일주일간 현장에서 배우는 '마을학교'라는 과정을 밟았다. 나는 육아라는 주제로 우리 학교 옆에 있는 유치원에 가서 보조 선생님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또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나랑 맞는다고 생각했다.

7, 8학년 때도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고 8학년 때는 인턴십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선생님 역할을 맡았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좋았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따라오는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개인 과제도 있었는데 유아 관련 책을 읽고,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담은 관찰일지를 쓰기도 했다. 공부해보니 유아는 선생님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이 시기에 성격 형성과 성장을 한다고 했다. 이런 중요한 시기일 때 내가 중요한 역할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분교수업도 마찬가지이다. 유아는 아니지만 내가 선생님의 입장에서 서보는 것은 같다. 사실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은 힘들다. 특히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에게 잔소리, 쓴소리해야 할 때다. 참 어렵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사람의 반응이나 느끼는 것이 나에게 안 좋은 감정으로 오지 않을까 두렵다. 관계에서도 걱정이 많아서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대하게 된다. 좋은 점만 말해주고 싶고 안 좋은 점이나 고쳐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잡아주어야 할 것은 확실히 잡아주어야 한다. 수업 진행을 위해, 또 아이들이 수업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또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턴십을 하면서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을 많이 연습했고, 이번에 분교 수업을 하면서도 연습 할 수 있었다. 

한창 사춘기인 6학년 친구가 부정적인 말을 하며 하기 싫다고 했을 때 그 친구에게 한번 해보라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선생님이 준비한 프로그램이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알았다며 아주 재미있게 참여했다. 정말 뿌듯했다. 단순히 내가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준비한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나에겐 아이들도 중요하다. 아이들 하나하나 성향이 다르고 단짝이 있거나, 또 아이마다 도움을 주는 방향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분교 수업을 진행하는 볍씨 친구들과 다 같이 한 아이마다 개별 평가를 따로 하고 있다.

수업을 하면서 어떤 친구가 눈에 띄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다음 수업 때 더 신경 써서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나는 그게 너무 재미있고 좋다. 수업하며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살펴보는 친구는 어떤 성향을 가진 친구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이야기 나눈 다음, 다음 차시에서 도움을 주고 그 도움으로 인해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정말 뿌듯하다. 아직 그 경험을 충분히 해보지는 못했지만, 더 크게 느끼고 싶다. 

그리고 선흘분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신 이용규 선생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신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시고 전체적인 흐름을 더 챙겨주신다. 이제는 우리가 더 신경을 써서 원활한 진행을 위한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겠다.

늦은 밤마다 선흘분교 수업 준비팀끼리 모여 기획하고 평가하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 쉽지만는 않다. 하지만 선흘분교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면 그런 마음들이 눈 녹듯 사라진다. 특히 아쉽다며 수업을 더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면 더더욱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준비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다음 차시 수업을 더 알차게 준비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내가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서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분교 수업을 하며 내가 유치원교사가 되기 위해서, 유치원교사가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들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수업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신채은
안녕하세요. 제주학사 2년 차로 지내고 있는 신채은입니다. 저는 작년 1년 동안 치열하게 제주학사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살았습니다. 진로를 결정하며 1년 차의 모습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2년 차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년 차인 만큼 더 긴장도 있지만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더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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