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조천'

조천 지역에는 현재 30개 이상의 용천수가 남아 있다.

조천 '용천수 탐방로'는 

조천리 일대 20여 개소의 용천수들로 이어진 탐방로로 

과거 제주민들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고 용천수의 역사와 전설을 알아갈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돌담길, 잔잔한 바다와 용천수 등을 만날 수 있는 탐방로이다.

[엄장매(엉장매) 코지]

제주의 마을은 저마다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제주 정신과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신흥리와 조천리의 경계를 이루는 

바다가 높은 언덕, 바닷가에서 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엄장매(엉장매)'

설문대할망이 육지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던 전설의 장소이기도 하다.

엉장매 코지 맞은편 이들물을 시작으로 용천수 탐방길에 나서본다.

[23 이들물]

만조 때에도 이들물을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마을과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물을 뜨러 왔다.

또한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돼지를 잡기도 했다.

[나비나물]
[돈나무]

제주 냄새 물씬 풍기는 한적한 에메랄드빛 잔잔한 바닷가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바윗돌에 의지한 '나비나물'

아름다운 모양새와 어울리지 않게 악취가 특징인 '돈나무' 

윤기 나는 잎과 봄날의 흔적은 햇살을 붙잡는다.

[팽나무]
[조천연대 : 조선시대 조천진 소속의 연대]

연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으로 

조천연대는 서쪽으로 원당봉수, 동쪽으로 왜포연대와 교신했다.

봉수대는 산 정상에, 연대는 주로 해변이나 구릉에 설치했다.

[용천수 탐방길 안내도]

용천수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에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을 의미한다.

용천수는 제주 마을의 형성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희미해진 기억을 되짚어 꺼낸 이야기 

용천수의 역사, 용천수와 함께 한 어르신들의 경험과 생활을 그대로 담아낸 

제주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용천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이야기가 흐르는 조천 용천수 탐방길'이 조성되어 있다.

[22 큰물(여탕)]

큰물은 조천리 용천수 중에 제일 크고 넓으며 

솟아나는 물의 양이 많아 큰물이라 하였다.

용출량이 풍부하여 주로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으며

먹는 물을 비롯하여 채소 씻는 물, 빨래하는 물, 목욕하는 물로 사용했다.

[21 족은 돈지물(남탕)]

돈지 영감의 이름을 따 족은(작은) 돈지라 불렀다.

남자들이 목욕할 때만 사용해 공간의 구분 없이 한 통으로 되어 있다.

[20 생이물]

생이물은 물이 솟아 흘러내리는 모양이

마치 '생이(참새) 입 모양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출량이 매우 적어 생이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주변에 살던 돈지 영감이 먹는 물로 사용하였던 용천수라 한다.

지금은 용천수를 둘러싼 돌담이 무너져 있는데 

밀물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빌레물]
[19 장수물]

장수물은 크기가 크고 물이 많아서

설문대 할망이 한 발은 장수물에, 또 한 발은 관탈섬에 디디고 

빨래를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다리를 놓으면서 훼손되었지만 여전히 물이 많고 

다리 밑에는 용천수를 둘러쌓았던 돌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맑고 깨끗한 물은 물 속 고기떼들의 움직임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북정]

연북정(제주도 유형문화재 제3호)은 

조천포구 '조천 진성' 위에 세워진 조선시대의 정자로 

옛날 제주에 파견된 관리들이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임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곳이다.

조천포구는 화북포와 함께 관원이나 도민들이 본토를 왕래하는 관문이었고 

순풍이 불어 귀경할 날을 기다리는 후퐁소(候風所)이기도 했다.

[18 두말치물]

두말치물은 한 번에 두 말 정도의 물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물이 풍부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제주송이 맨발 걷기, 용천수 발 담그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고 

상동에도 같은 이름의 용천수가 있고, 이곳 중등의 저녁노을이 특히 아름답다.

[17 빌레물(양진사물)]

빌레물(양진사물)은 절(양진사) 안에 있는 용천수로 

식수 및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을 하였으며 

특히 이곳은 2중 구조로 되어 있어 스님들의 수련을 하다가 

심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목욕을 하기도 하던 곳이다.

[16 족박물]

용천수 입구 모양이

'족박(작은 바가지)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양진사 절 북쪽 마당 한가운데 우물처럼 되어 있고, 

물이 깊고 밀물 때만 물이 솟는다.

[15 도릿물, 도리물]

수로가 바다 방향이 아닌 마을 방향으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며 

다른 용천수와 달리 장마 때도 맑은 물이 계속 솟아올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14 개낭개엉물]

개낭개엉물은 전형적인 제주의 용천수로 

쓰임에 따라 세 칸으로 분류했다.

위 칸은 먹는 물로, 가운데 칸은 채소를 씻을 때,

아래 칸은 빨래를 할 때 사용했다.

[13 개낭개(신남머들) 남탕]

개낭개의 대표적인 남탕이다.

주변 지역의 원담에서 어로 작업을 한 후 이곳에서 몸을 씻었는데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성인들도 입수하여 2분을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곳 주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승상 용암(새끼줄 모양 용암)은 

제주가 화산섬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손바닥선인장]
[팽나무]
[풍치목 '회화나무']
[멀구슬나무]
[12 상동 두말치]

두말치물은 한 번에 두 말 정도의 물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물이 풍부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말치물은 아이들이 목욕하던 장소로 중등에도 같은 이름의 용천수가 있다.

용천수를 둘러싼 돌담은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허리춤 높이(1m 정도)의 돌담은 

물허벅(물동이)을 등에 지기 전에 잠시 올려 두는 물팡(선반)의 용도로 사용했다.

[11 세물]

'암반 사이로 용천수가 가늘게 솟아 나온다' 하여 세물이라고 한다.

 

다른 용천수에 비해 규모가 작고 물이 적으나 

접근하기 쉬워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10 제주자리물]

주변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태웠던 바위섬에 있는 물이라고 하여 

'제주자리물' 이라고 부른다.

비가 오고 나면 주변에서 물이 솟아나 장관을 이뤘다고 하나 

지금은 물이 적어 볼 수 없다.

[9 엉물 빨래터]

전형적인 제주의 용천수로 쓰임에 따라 세 칸으로 분류했다.

 

위 칸은 먹는 물로, 가운데 칸은 채소를 씻을 때, 맨 아래 칸은 빨래를 할 때 사용했다.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과 이끼 옷을 입은 아낙네 모습이 정겹다.

[8 엉물(여탕)]
[7 엉물(남탕)]

조천리 상동의 대표적인 노천탕으로 

조천 용천수 중에 이 두 곳만 비가림 시설이 되어 있다.

남탕은 경치가 뛰어나고, 여탕은 아늑하다.

[6 수암정 알물]

주택가와 가까운 용천수로 

윗물에서는 채소를 씻고, 아랫물에서는 주로 빨래를 하였다.

지금도 이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탐방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올레길 시그널]
[5 앞빌레]

 

넓고 평평한 빌레(암반) 사이에서

솟아 나오는 물이어서 '앞빌레' 라고 부른다.

돼지를 잡을 때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너른 빌레에서 나오는 빌레물은 

가문 잔치에 쓸 돼지를 잡을 때에 제격이었다.

[4 수룩물(남탕)]

수룩물은 남탕과 여탕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탕이 먹는 물, 채소 씻는 물, 빨래하고 목욕하는 물

등으로 쓰임에 따라 칸이 나뉜 것과 달리, 

남탕은 칸 구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목욕만 했던 곳으로 보인다.

[3 수룩물·수덕물(여탕)]

수룩물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성들이 이 물로 덕을 닦았다고 하여 '수덕물' 이라고도 불린다.

조천의 여인들은 수룩물을 생명과 풍요의 물이라 여겨 

이곳에다 제물을 차려 놓고 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2 절간물]

물이 맑고 풍부하여 먹는 물과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한때 이곳 주변에 두부 공장이 있었는데 

이 물을 사용하여 만든 두부가 유독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한다.

[1 궷물·궤물]

바위나 궤(동굴)에 물이 있다 하여 '궷물'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주로 먹는 물로 사용했으며 오리, 원앙, 백로, 왜가리 등의 물새 서식지이다.

 

제주도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용천수

과거부터 마을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되었지만 점점 사라져 간다.

용천수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마을 주민은 물론 도민 모두의 자주의식이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헤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하는 물닭]
[조천포구 '일몰']

석양으로 물든 조천포구 

주황빛으로 덧칠한 하늘 배경으로 실루엣이 드러난 원당봉 뒤로 노을이 걸려있다. 

고된 시간을 달려온 잿빛 세상에 보상이라도 하는 듯 

일상 속에 스며든 특권, 숨죽여 바라본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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