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30분, 모두가 먹을 가마솥밥을 짓고있는 김한가람 학생(사진=볍씨학교)
아침 5시 30분, 모두가 먹을 가마솥밥을 짓고있는 김한가람 학생(사진=볍씨학교)

볍씨학교에는 '지기'라는 역할이 있다. 지기는 우리가 함께 일상에 지내며 필요한 공동의 일들을 나눠 맡는 역할을 말한다. 안청소 지기, 화장실 지기, 하루 일정을 책임지고 조율하는 하루지기 등 여러 지기가 있다. 지기는 광명에 있는 본교 볍씨학교에서부터 해왔다. 그러나 우리 제주학사에만 있는 특별한 지기가 있다. 바로 밥지기 이다.

본교에도 같은 이름의 밥지기가 있지만 학교에 있는 점심 한끼의 밥을 압력밥솥에다 밥을 짓는다. 제주학사 밥지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밥솥, 압력밥솥이 아닌 가마솥 밥을 짓는 것이다.

제주의 밥지기는 하루에 2명씩 돌아가며 역할을 맡고 있다. 밥지기는 모두의 일상이 시작되기 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한명은 모두가 먹을 국과 반찬을 만들고 다른 한 명은 세 끼니를 먹을 수 있도록 대략 50인분 정도의 가마솥밥을 짓는다. 하루 세 번, 매 끼니마다 모두의 밥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기에 밥지기는 부담감이 있지만, 매우 중요하고 성장하기 좋은 역할 중 하나다.  육지에서는 엄마가 어릴 적에 가마솥 밥을 했다는 것만 들었지 내가 직접 가마솥 밥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 제주에 내려와 처음 가마솥 밥을 하게 되었다. 제주 학사에 온 첫날 먼저 배운 것이 가마솥 밥을 짓는 방법이었다. 가마솥 밥은 많은 사람 들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가마솥 밥을 짓는데 중요한 것은 가마솥을 수평으로 맞춘 뒤, 뚜껑을 잘 닫고, 3번 이상 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을 세게 지핀 뒤, 가마솥에서 나오는 ‘눈물’이라는 것이 나오면 불을 줄여 뜸을 들여야 한다. 이 모든 사실을 이해하고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마솥 밥을 잘 짓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감이다. 

감을 잡고 지은 가마솥 밥은 일반 전기밥솥에서 한 밥보다 훨씬 맛있는 밥이 나온다. 그리고 가마솥의 장점을 바로 누룽지다. 압력밥솥으로도 만들기 힘든 누룽지를 아주 크게 만들 수 있다. 밥이 아주 잘 지어지면 노릇하고 맛있는 누룽지도 같이 나온다. 

사실 나는 가마솥 밥 짓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가마솥 밥을 잘하는 요령 자체를 잘 모르고 있기도 하니 제대로 밥을 할 수 없었다. 작년 1년 차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반에 가마솥 밥을 설익혔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밥을 하기로 했고, 시간을 들여 연습한 만큼 어느 정도 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밥을 짓는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로 나는 가마솥 밥을 태우기 시작했다. 탄 부분의 두께가 5㎝정도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이 탔었다. 5㎝는 전부 누룽지였기에 그것을 버릴 수도 없어서, 누룽지를 다 먹어야 했고, 나는 그때부터 가마솥 밥을 싫어하게 됐다. 그 뒤로부터는 절대 가마솥 밥을 태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계속 태워먹어 3층 밥을 하기 시작했다. 물도 더 넣어보고, 수평도 맞추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밥이 타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졸업(1년차)을 하게 되었다. 

제주 2년 차를 하게 되면서 올해는 정말 태우지 않고 맛있는 밥을 하고 싶었다. 1년 동안 가마솥 밥을 했는데 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고 받침반 동생들에게도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는 오랫동안 가마솥 밥을 한 엄마에게 잘하는 방법을 여쭤봤다. 엄마가 알려준 것은 불을 세게 땐 뒤, 가마솥에 ‘눈물이 나오면’ 불을 조절해서 약하게 만든 뒤, 뜸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압력밥솥과 원리는 똑같다고 했고, 엄마는 "사실 가마솥 밥은 다 감으로 하는 거야"하고 하셨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아쉬웠다. 내가 이미 배운 것이었고, 들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3층 밥을 할까 봐 걱정됐다. 걱정과 두려움 부담이 몰려왔다. 

제주 생활 2년 차인 만큼 3층 밥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가마솥 밥은 누구나 해야 하는 법. 나는 긴장을 하며 가마솥 밥을 했다. 

나는 밥을 짓고 놀랐다. 가마솥 밥에 누룽지가 노릇하게 잘 익어있었고 밥도 3층 밥이 아니라 맛있게 잘 되었다. 2021년 처음으로 가마솥 밥을 한 뒤 엄마가 말한 그 '감'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물론 그 '감'이 맞기는 한 건가? 매번 의심도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가마솥 밥을 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가마솥 밥을 짓는 과정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보며 하고 있어서 아닐까 생각했다. 1년 동안 가마솥 밥을 하면서 선배들한테도 요령을 많이 배웠다. 박스를 바닥에 깐 뒤, 그 위에 화장실 휴지를 올리고, 그리고 장작을 그냥 눕히는 것이 아니라 벽에다가 세워서 놓는 것이다.

불은 성냥으로 피우는 데 가장 잘 타는 이면지나, 신문지를 이용해서 먼저 태운다. 그 안에 작은 장작들을 넣어서 큰 장작이 탈 때 동안 많이 넣어준다. 큰 장작은 불이 별로 크지 않고, 오랫동안 타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작은 장작으로 많이 넣다가 눈물이 많이 나오면 작은 장작을 줄여서 큰 장작만 넣고 뜸을 들이는 시간으로 쓴다. 그렇다면 뜸도 잘 들여지고 센 불도 적당하다면 맛있는 밥이 된다. 그렇게 내가 모든 걸 생각하며 밥을 하니 밥과 누룽지가 맛있게 된다. 모든 것이 밥을 잘 짓기 위한 마음으로 배우고, 연구해서 알 수 있게된 것들이다. 

밥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고, 싫을 때도 있지만, 막상 하고 나면 뿌듯함이 몰려오고 그저 가마솥을 즐기게 된다. 가마솥 밥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제 가마솥 밥을 익숙한 듯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저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에 하면 될 텐데 불편하게 왜 가마솥을 쓰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여기서 살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성냥과 장작, 최소한의 종이를 쓰며 에너지를 절약하니 자연에도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또 가마솥 밥에는 철분 함량이 높아 철분이 부족한 사람은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마솥 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학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립,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서다. 가마솥 밥을 지을 때 시행착오를 겪지만, 우여곡절 끝에 '감'을 찾아 스스로 해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고, 내가 직접 가마솥 밥을 짓는 요령을 알아가면서 다른 일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나의 가마솥 밥과 누룽지를 보면서 잘했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잘했다고 만족하지 않으려고 한다.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잘했다고만 생각하면 앞으로 긴장을 하지 않아서 맛있는 밥을 못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가마솥 밥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은 가마솥 밥을 지어보는 경험을 꼭 해보면 좋겠다. 가마솥 밥을 처음 짓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며 자그마한 자신감이라도 생긴 그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보길 바란다.

김한가람

저는 9년 동안 볍씨 생활을 졸업하고 제주학사에서 2년차로 사는 17살 김한가람입니다. 제가 9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 한 것 중 가장 문제였던 것, 저에게 가깝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환경에 대한 문제, 그리고 평화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학교 과정은 졸업을 했지만 제주학사에서 1년 더 살면서 친구, 동생들과 함께 더 나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볍씨를 졸업하고, 군대에 간 오빠에게 제주도의 평화에 대한 문제를 듣게 되었습니다. 잠시 흐릿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를 오빠로 인해서 그리고 비자림 숲에서 제주환경선언을 한 뒤, 확실하게 느끼게 되고, 나의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두가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람들에게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려서 사람들이 생각을 다시 생각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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