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제주제2공항 백지화 결정 촉구 도민결의대회 행사 포스터.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지난 6월11일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건설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보완하여 환경부에 제출하였다. 알다시피 지난 3월 제주도지사 원씨가 제주민의 반대 결정을 뒤집고 국토부에 제주도정의 찬성 입장을 전한 뒤 이제 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2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발표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하여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라 씀)’는 지난 토요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 결정 촉구 도민결의대회’를 열었다. 

한마디로 참담하였다. 주차장 한 귀퉁이에 급조한 행사장에 시민들이 주차장 바닥에 쪼그리고 앉거나 조형물광장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무슨 전가의 보도인 양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 사전에 준비한 시민연설과 가수의 노래 무대에 “각성하라, 규탄한다”는 구호와 막판 스티로폼 퍼포먼스까지…. 날짜와 장소만 다를 뿐 판에 박은 식상한 행사 진행은 허탈하기까지 하였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고 위태로운지, 대체 결의를 하고 싸울 마음이 있는지, 이제 앞으로 어떻게 싸우겠다는 건지 막막하고 캄캄한 심정이다. 지난 3월 도지사 원씨의 찬성입장표명 이후 국토부의 이번 절차까지 비상도민회의는 어떤 대응을 취하고 싸워왔는가. 도청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시청 앞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피해마을에서 몇 번의 촛불집회, 청와대와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면담 등 그러한 대응과 싸움을 통하여 무얼 얻었나.

도청, 도의회와 청와대, 정부청사 앞에서의 기자회견이 더이상 아무런 압력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도지사도, 도의원도, 국회의원도 제 잇속 챙기고 제 앞길 계산기 두드리고 있고, 청와대도 국토부도 환경부도 제2공항 건설 추진 기회만 엿보고 있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끝내 우리 제주민의 뜻과 결정이야 아무 상관 없는, 우리 제주민을 장기판의 ‘쫄’로도 여기지 않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하여 환경부에 제출할 것임을 이미 알지 않았는가. 환경부장관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이 아닌가. 그런 이를 장관에 앉힌 데가 청와대 아닌가. 이제 더이상 저들에게 무얼 기대하고 무얼 얻어낼 것인가. 정치적인 시기조절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저들의 셈법이 달라질 턱이 없지 않은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까지 제2공항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3차 국제자유도시 안에도 성산지역에 제2공항 연계 혁신도시계획이 떡하니 들어있지 않은가. 단적으로 버스정류장과 공영버스 안에서 제2공항건설추진 홍보영상이 버젓이 뜨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더이상 규탄이고 퇴진이고 각성이고 촉구고 백날 공염불임을 모른다 하는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도지사 원씨가 제주도를 탄소배출제로 모범사례로써 연설하고, 수십억의 돈을 들여 외국의 정치인과 학자를 불러들여 포럼인가를 치르고 그 자리에서 원씨가 같이 기후위기의 해법을 토론한단다. 이 같이 제 가오 살리는 데 좇아 활갯짓하고 다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여론조사 싸움 이후 지금까지 제2공항 싸움에 대한 맵이 보이지 않는다. 비상도민회의는 싸움을 끌고 갈 역량 이전에 싸움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비상도민회의에 속한 제주의 내로라하는 정당과 단체 사람 중에 이런 문제 제기나 비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는 한건가.

지금까지의 싸움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의 싸움에 대한 맵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싸움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지역선거와 결합되어야 한다. 앞글에서 밝힌 대로 내가 시청앞에서 거리연설을 계속하는 이유는 지금 싸움이 제2공항 반대싸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는 제주민의 생존을 위한 싸움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함을 알리고 그 싸움의 고리를 잇기 위함이다.

이는 지역선거와 연계하여 어떠한 동력으로 싸워갈 것인지 싸움의 고리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며 당연히 원씨로 대표되는 제주도정과 무능과 부실과 배신의 도의회가 그 중심고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집회에서 원씨 규탄이 빠진 것은 넌센스다. 원씨와 도의원의 작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할 것 아닌가.)

오래전 밀양 송전탑 싸움이 있었다. 밀양 할매, 할배들과 연대자들의 지난하고 감동적인 싸움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고 공감하였다. 공권력의 행정대집행이 있던 날, 밀양에 상주하다시피한 부산지역 반핵활동가는 사람들에게 어서와서 막아달라고 호소하였다. 아니, 같이 당하고 같이 아픔을 나누자는 말이었을 것이다. 이건 활동가의 몫이 아니다. 뻔히 보이는 행정대집행에 대하여 그 과정과 이후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저들에게 있어 예정된 수순이고 반대측의 움직임에 콧방귀를 뀌고 있는 현실이라면 냉철하고 적절한 대응을 통한 저들과의 싸움이 절실하고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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