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지역의 정착촌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은 이를 결사 반대했다. 지난 5월 6일 이스라엘 정부가 일부 유대인의 1948년 이전 소유권 주장을 받아들여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역의 팔레스타인 가족 6세대를 강제 퇴거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5월 10일 이스라엘의 무리한 조치에 항의해 하마스(이슬람 저항 운동 단체이다. 정당이자 준군사단체paramilitary organization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가 로켓 공격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무자비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폭격은 5월 21일 휴전협정 전까지 11일 동안 계속됐다. 이에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가 열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성사되기까지 시위는 주말마다 계속되었다. 제주투데이에 [런던in지민] 칼럼을 써주고 있는 김지민 씨는 이를 계기로 소속된 학교의 학생 단체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King's College London Students For Justice For Palestine (킹스칼리지런던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단체)의 관계자와 만났고,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제주투데이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사진=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들)
2019년 11월 27일 영국 탬즈강 다리에서 교내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들. (사진=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 단체)

◆  간단한 자기소개와 단체 소개를 해달라

저는 샐마(Salma Duqah, 19세)라고 합니다. 현재 '킹스 칼리지 런던(이하 KCL)' 2학년을 마쳤고 신학기부터 3학년이 되고 문화 담당관으로 단체 활동을 이어 갈 예정입니다. 저희는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연대하는 학생 운동 단체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우리 학교가 더 이상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 통치에 가담하는 것을 막고, 사회 정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입니다. 또한 영국 내의 다른 학생 단체들과 교류하며 연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오프라인 활동에 제약이 많아 주로 온라인으로 퀴즈 대회를 열거나 연사들을 초청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작년에는 좀 더 직접적인 시위를 했었는데, 탬즈강의 다리들에서 배너를 내걸기도 하였습니다(사진). 또 국회의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학생 로비의 날’ 캠페인도 진행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우리의 목표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팔레스타인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특히 가자 지구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고요, UN은 2020년이면 사람이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과 관계없이요. 가자 지구의 사람들은 깨끗한 물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고 하루에 고작 4시간 정도의 전기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50%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선 이하의 수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분노를 일으킨 것은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시민들에게 강제 퇴거 조치를 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와 영토 갈취는 국제법상으로 불법입니다. UN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이주는 불법이고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정작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는 없었습니다. 상황은 라마단(이슬람교 선지자인 무함마드가 성전 '코란'을 배운 신성한 달로, 이슬람력에서의 아홉 번째 달이 해당. 이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다섯 번의 기도를 드린다) 때에 고조되었는데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고무탄과 섬광탄을 쏘았습니다.

결국 이는 폭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왜냐하면 가자 지구에 근거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의 강제 퇴거 등의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대응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스라엘이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하마스는 로켓탄을 이스라엘에 발포하였고 이후 5월 21일 휴전협정 전까지 11일 동안 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 무고한 희생자가 많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국제 사회가 분노했다

무력의 차이가 매우 큰 상황이고 가자 지구는 아주 국한된 지역이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모여든 난민들이 많습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 하마스는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무장 단체인데요, 이스라엘의 방위 시스템은 하마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민간 건물들을 폭격했고 매일 많은 시민 사상자가 있었습니다. 2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 66명은 어린이 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의료종사자들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가자 지구의 유일한 코비드 검사 연구실과 언론사들이 모여 있는 건물을 타격했습니다. 이에 국제 사회가 대단히 분노했는데요, 이는 전범에 준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마스의 기지로 예측된다며 폭격을 정당화하고 자행하였습니다. 알자지라나 AP통신 등 언론사 건물 사이에 하마스가 은신해 있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측 변명은 사실상 납득이 어렵습니다. 이 폭격으로 인해 7만2000명의 사람들이 거처를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학교나 NGO 단체 등에서 대피하고 있었으나 그곳들도 곧 폭격을 당할 위험이 있다며 집이 없더라도 다른 곳으로 피신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들은 지난 5월 스트랜드 캠퍼스, 워털루 캠퍼스, 가이 캠퍼스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행동의 날 (Palestine Day of Action)’ 날 캠페인을 벌였다.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들은 지난 5월 스트랜드 캠퍼스, 워털루 캠퍼스, 가이 캠퍼스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행동의 날 (Palestine Day of Action)’ 날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킹스 칼리지 런던 학생 단체)

◆ 국제사회가 보여 준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나 연대는 경이로웠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들에서의 지지는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조차 시위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두려움 때문에 시위를 잘하지 않는데 자국에서도 이스라엘 제품을 불매하는 등의 많은 활동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단합과 국제 연대는 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누구도 죽지 않고 팔레스타인이 독립하는 그날이 될 때까지요.

◆ 현재 활동 내용과 향후 계획을 들려달라

KCL의 경우, 우리의 주된 목표가 학교가 이스라엘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 학교는 500만 파운드 이상을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이스라엘 회사들에 투자했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BDS (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불매・투자회수・제재) 캠페인입니다. 인권운동의 일환으로 이스라엘 제품에 대한 불매와 이스라엘 회사들에 대한 투자회수 그리고 이스라엘이 자행한 전쟁범죄와 국제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국제적 캠페인입니다.

인권을 수호해야 할 학술기관이 군수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KCL에 입학하기 전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입학 후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되어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에 아무런 기여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정체성을 가진 저와, 교육의 기회를 지속하고 싶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내년에 캠퍼스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활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시위나 현수막을 통해 캠퍼스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자세한 상황 등에 대해 알리려 합니다.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온라인상으로 많은 노력을 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언급한 '학생 로비의 날' 같은 것이요.

또한 성명서에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서명하여 총장님에게 전달하기도 했었죠. 학생들은 학교와 뜻을 달리한다는 것을 알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요. 특히 역사적으로 학생 운동은 많은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대학생들이 시위와 캠페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 국제 개발학을 전공한다고 들었다. 팔레스타인은 어떤 식으로 다뤄지는 지 궁금하다

식민지배 이후 또는 탈식민지화 후의 개발에 대해 주로 다루는데, 팔레스타인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학과 차원에서의 성명 발표도 없었고요. 학생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피력하는 이메일조차 보내지 않았어요. 백인 학자들이 탈식민지화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도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저 ‘너무 폭력적이다. 평화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 라며 뒷짐을 지는 형국이에요.

◆ 단체 모두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구성됐나

일부 팔레스타인 출신이지만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팔레스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려는 사람들이죠. 우리의 운동은 탈식민지화 운동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취지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연대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번 더 연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그 어떤 작은 일이라도, 불매 운동과 같이 개인적으로 하는 행동이라도 그 연대는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좀 더 주변인들에게 BDS 캠페인과 같은 활동들을 알릴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샐마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녀가 강조한 연대와 작은 실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지금,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 또한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연대를 보내는 것이야 말로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노력이 될 수 있다. 전쟁을 끝내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보며 한국의 상황이 겹쳐 보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사실상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을 뿐, 과연 이것을 평화라 부를 수 있을까. 매년 6월이 되면 잠시 호국보훈의 분위기가 형성되지만 그 분위기가 종전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더 이상 우리는 통일이나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마치 남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종전과 평화라는 단어가 갖는 어딘지 모를 어려움과 서먹함에 개인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마냥 남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그 어떤 변화도 불러올 수 없다. 작은 무언가라도 실천으로 옮길 때 비로소 실재하고 힘을 쌓기 시작한다. 샐마가 말했던 것처럼, 개인이 하는 그 어떤 작은 일이라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소개해 본다. 이 기사를 읽은 후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서명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작년 한국전쟁 발발 70년인 작년 2020년부터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전 세계 1억 명의 서명을 통해 지지와 연대를 구축하고 한국전쟁의 종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명을 한 후에는 모두가 힘든 시기인 지금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김에 링크를 공유하는 것까지 해 보는 것은 어떨지. 서명과 공유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이고 모여 연대는 큰 힘이 되어 시민들이 직접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인터뷰어 김지민씨는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제주 4·3에 대해 연구 중인 김지민은 온 마을이 키운 박사 과정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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