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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농업]밥 한 끼로 시작되는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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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농업]밥 한 끼로 시작되는 세상의 변화
  • 고기협
  • 승인 2021.06.29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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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난. (사진=국립세종수목원 제공)
다윈난. (사진=국립세종수목원 제공)

다윈난초를 아시나요? 찰스 다윈은 28㎝가 넘는 거(距·꽃에서 꽃받침의 일부가 길게 돌출한 부분)가 달린 마다가스카르섬에서 자생하는 난초를 선물로 받습니다. 다윈은 거의 끝에 꿀샘이 있는 것을 보고, 그 난초의 화분 매개충은 주등이의 길이가 30㎝가 될 거라고 추론합니다. 곤충학자들은 그렇게 긴 주둥이를 가진 곤충이 있을 리 없다고 비웃습니다. 하지만 40년 뒤에 마다가스카르섬에서 30㎝가 넘는 주둥이를 가진 나방이 발견되어 크산토판 박각시나방이라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다윈난초의 기다란 거 밑의 꿀을 얻기 위해 크산토판 박각시나방의 주둥이도 길어졌다는 다윈의 추론은 공진화(共進化) 가설의 단초가 됩니다. 공진화는 하나의 종이 진화하게 되면 그 종과 상호작용을 하는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미쳐 그 다른 종도 진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치타가 빨리 달리도록 진화한 것은 빨리 도망가는 가젤을 잡을 수 있는 다리근육을 지닌 치타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공진화는 상리공생하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숙주와 기생생물,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서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먹거리의 소비자와 생산자도 공진화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먹거리를 먹기 위해서는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어야 하고,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먹거리를 선택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격과 모양에는 민감하지만 이력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먹는 쇠고기가 질병과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공장형 농장에서 사육된 소에서 나온 것인지, 내가 마시는 커피가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든 커피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건강과 지구를 해치고, 온난화를 가속시키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먹거리를 구입함으로써 그런 먹거리가 더 생산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공식 마크.
공정무역 공식 마크.

건강과 환경을 살리는 먹거리가 더 많이 생산되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건강과 환경을 살리는 먹거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어떤 먹거리를 얼마만큼 생산할지가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결정됩니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농업방식과 생태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하는 먹거리 선택이 지구를 살릴지 아니면 죽어가도록 내버려둘지를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인과 공진화할 수 있는 소비자의 먹거리 선택 기준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먹거리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하여 어떻게 유통되는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이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 바른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

정부에서는 축산물, 식품 등의 생산·가공단계부터 유통·판매단계까지 각 단계별로 이력정보를 기록·관리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식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차단·회수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이력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mtrace.go.kr, 건강기능식품과 영유아식품 등은 tfood.go.kr에 접속하여 제품에 표기된 이력번호를 입력하면 원산지, GMO 여부, 생산자·제조사, 제조일자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영팟산, 제주산 등 가능한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로컬 푸드는 푸드 마일리지가 짧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킵니다. 또한 농업인과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로 실명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아는 사람의 먹거리에 장난치기는 힘든 법입니다. 원산지 확인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셋째, 제철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제철이 아닌 농산물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난·냉방시설에서 재배됩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지고 농약도 더 치게 됩니다. 제철음식이 영양성분과 기능성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넷째, 힘들어도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민족은 슬로우푸드를 즐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루면서 ‘빨리 빨리’문화가 식생활에도 관철되어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5년 1조7000억원에서 2020년 5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외식산업도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전년대비 10% 감소했지만, 2009년 69조원에서 2019년 150조로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은 부패방지를 위해 합성보존료,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발색제와 화학향료,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MSG 등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들이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시 노형동 한살림제주 담을장센터 내 전경. (사진=한살림제주 홈페이지)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한살림제주 담을장센터 내 전경. (사진=한살림제주 홈페이지)

다섯째, 될 수 있으면 친환경농산물을 먹어야 합니다. 친환경농산물을 먹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어머님의 밥상을 되찾는 일이고, 농업적으로는 증산 위주의 고투입농업(높은 노동·토지 생산성을 추구하는 농업의 형태로 많은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일으킴;편집자)에서 지속가능한 저투입농업으로 전환하는 길이며, 철학적으로는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에서 자연 속의 인간으로 변화하는 행위입니다.

제주도민 모두가 투명하고, 거리가 짧으며, 시간적으로 가깝고, 가공되지 않는, 환경을 생각하는 먹거리 소비로 땅심은 살아나고, 용천수는 맑아지며, 생태계는 다양화되고, 농민과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넉넉해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드라마 <추노>에서 언년이가 송태하에게 “드시지요. 어떤 크고 장대한 일도 밥 한 끼로 시작한답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고기협.<br><br><br>​​​​​​​<br>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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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린이 2021-06-29 22:19:58
농산물 이력서도 정말 중요하네요~!!
우영팟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고요
농부와 소비자의 공진화도 필수 이네요^^
좋은글 감사드려요

꼬마농부 2021-06-29 20:46:46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하여 어떻게 유통되는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이력정보를 확인하고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농부의 역할도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재료로 퇴비를 만들고 어떠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내가 먹을 음식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과 애정을 느낄 수 있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것을 생각 할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