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문현이가 제주학사를 떠난 날 저녁 하늘. (사진=볍씨학교)
지난 21일, 문현이가 제주학사를 떠난 날 저녁 하늘. (사진=볍씨학교)

지난주 월요일, 갑자기 문현이가 제주 학사를 떠났다. 문현이의 부모님이 문현이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셔서 데리고 가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문현이의 의지로 나간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선택으로 나갔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문현이와 나의 관계가 한 번에 깨졌다는 것이다.

볍씨에서 9년째 같이 지내고 있는 받침반은 지낸 시간 만큼 서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관계를 쌓아왔는데 그 관계를 깨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점이 보여도 쌓아온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아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문제점이 보여도 “쟤는 원래 그래”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받침반은 문제점도 보지 않고 싸우지도 않는 그저 놀 때 만나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지난 3월, 처음 문현이가 제주학사에 왔을 때는 문현이의 밝은 기운이 나에게도 와서 나도 더욱 밝아졌다. 그렇게 처음 문현이와의 관계는 받침반처럼 그저 놀 때 만나는 그냥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솔직히 나는 문현이와 맺은 친한 형, 동생의 관계를 깨기 싫었다. 그래서 문현이에게 문제 제기도 거의 하지 않았고, 문현이가 다른 친구들을 뒷담화 할 때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같이 동요하고 비난했다. 그러면서까지도 그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다. 육지에서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받침반끼리 관계가 깨지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코멘트하기로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받침반과 다르게 문현이의 성격은 불편한 것을 참지 않는 성격이었다. 또 자존심도 강해서 코멘트 수용을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남이 틀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문현이의 성격이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문현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극을 받았다. 나 또한 문현이 덕분에 내 문제점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내 문제점은 코멘트를 받으면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반박하고 화를 낸다는 것과 또 남을 깎아내리며 내 잘못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또 남에 말에 꼬투리 잡으면서 비아냥거리듯 대하는 점이었다. 나는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문현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문현이의 성격이 꼭 피해만 주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나의 성장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문현이와 자주 싸우고 비난하고 뒷담화도 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문현이가 떠나기 직전까지 나는 문현이와 반찬 뜨는 것부터 벌레잡는 것까지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짜증 내고 감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싸우고 화를 내며 코멘트를 했다. 싸우면 서로 힘들기만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이야기 하면 할수록 감정이 올라오고 속도 상하고 관계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활하면서 서로 불만을 가진 채로 생활하는 것이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싸웠던 상황을 다시 짚어보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감정이 올라온 상황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서로에게 어떤 것들이 걸리는지 알아가고 화해하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런 진짜 관계는 문현이 말고는 맺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문현이가 제주학사를 떠날 때 너무 아쉬웠고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문현이가 있을 때는 문현이가 한사람, 한사람을 다 자극하면서 숨기고 있었던 서로의 모습들, 습관이 되고 있던 모습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문현이가 없어서 제주학사가 조용해졌다. 서로에게 지적하거나 싸우거나 자극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이런 면에서 문현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문현이가 있었기에 자존심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현우도, 동생들과의 관계를 너무 위아래로 나누어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 새누도 지금은 그런 갈등상황들이 나오지 않는다.

모두 관계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참고 있고 그렇기에 모두 성장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진정한 관계는 갈등으로부터 시작해 서로를 알아가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길러 성장하고 성찰할 때 만들어진다.

지금은 문현이가 떠났지만 이 상황을 배움으로 가지고 가서 서로 자극하고 코멘트하고 깨져야한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 또한 지금까지 숨겨온 문제들을 들춰내며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배운 경험들을 통해 계속 나를 성찰하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겠다.

김민찬

안녕하세요. 저는 3월에 제주도에 내려와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지내고 있는 김민찬입니다. 저는 제주학사에서 친구들과 지내며 같이 일도 하고 같이 밥도 만들기도 하며 서로에게 보이는 문제점들을 고쳐주고 진정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 하나가 매일 저녁 함께하는 하루나눔입니다. 하루나눔에서는 하루를 지내며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서로의 모습, 불편한 것들, 문제점, 공유해야 하는 것 등을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빠짐없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그중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뿌듯했던 일 하나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담은 하루나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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