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제주 관덕정 앞에서 제주4·3특별법개정쟁취공동행동이 관덕정 앞마당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3월5일 오전 제주 관덕정 앞에서 제주4·3특별법개정쟁취공동행동이 관덕정 앞마당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24일 시행됐다.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 입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또다른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어 70년을 넘게 기다려온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애닳게 하고 있다. 

특별법 제12조(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에 따르면 “제주4·3사건 피해로 인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경우에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거나 기록을 정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4·3 당시 출생이나 혼인, 사망신고를 즉시 하지 않고 실제보다 늦거나 다른 날로 신고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 출생신고를 늦게 하거나 4·3 당시 군경에 끌려간 이들의 가족들은 연좌제 등의 우려와 생존을 위해 먼 친척이나 지인의 호적(지난 2008년 이후 가족관계 등록부로 대체)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21년 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또 억울하게 새겨진 ‘죄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제주4·3’이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이번 전부개정을 통해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조항이 마련되자 유족들의 기대도 커졌다. 

1일 오후 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 입법 방향 및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일 오후 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 입법 방향 및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친족법 및 상속법 상 중대한 영향…법원 절차 엄격

70년이 넘도록 아버지를 아버지라, 어머니를 어머니라, 오빠를 오빠라, 누나를 누나라 하지 못했던 유족들은 이제야 가족들이 제대로 된 호칭을 가지리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선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특별법 관련 조항에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라는 표현 다음에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라는 표현이 포함된 이유다. 

가족관계를 정정하게 되면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도 “단순 정정이라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이와 관련 제주도 4·3지원과는 “가족관계등록 정정 권한을 제주4·3에 한해 특례적으로라도 법원이 읍·면·장에게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원과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 전부개정으로 가족관계 등록 정정 관련 조항이 마련됐고 시행이 됐다고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난항을 겪고 있다”며 “가족관계 정정이 필요한 사례가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각각의 경우를 건건이 소송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속관계나 재산권이 얽힌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행법으론 어렵다”며 “하지만 고령이 되신 유족이나 희생자의 아픔을 하루라도 빨리 달래드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하게 정정만 하면 되는 경우라면 이런 분들이라도 우선 해드릴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주 4.3특별법이 개정되었지만 미완의 과제는 여전하다. 우리는 과연 4.3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사진은 제주 4.3 행불인 묘역
제주 4·3 행불인 묘역. (사진=제주투데이DB)

#행안부 “법원 및 관계부처와 절차 협의 중”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측은 “가족관계 정정 절차를 두고 관계부처 및 법원 등과 계속해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원단 관계자는 “정정과 관련해 다양한 사례가 매우 많아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희생자로 결정된 수만 1만4000명이 넘는데 이분들에 대한 재적이 다 파악되지도 못해 분석 자체가 힘든 측면이 있다. 전부개정안 중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어 “희생자 결정 당시 참고했던 심사 자료에 근거해서 가족관계 정정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후 절차에 대해 법원이나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다른 과거사 사례를 수집해 정리가 이뤄져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배·보상 용역 결과를 같이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관계 정정이 빨리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만약 우리는 된다고 했는데 대법원에서 안 된다고 하면 유족분들께 불편을 끼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 열린 제주4·3특별법의 배보상 관련 보완 입법 방향 및 과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에 대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배보상이 적절히 이뤄지기 위해선 부정확한 신분 관계로 인해 배제되는 유족이 없도록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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