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름 <미련>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Sufjan Stevens <Mistery of Love> <Viosion of Gideon>

한 낮의 무더움을 견뎌내고 맞이하는 서늘한 여름밤을 좋아한다. 여름밤이면 늘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제목 그대로 여름방학동안 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되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15살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옥주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영화 곳곳에서 신중현의 <미련>이 흐른다.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의 움직임들이 노래와 함께 무심하게 펼쳐진다. 장현, 임아영, 김추자 3가지 버전으로 다양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각자의 지나간 여름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반면 여름이 배경은 아니지만 한 여름의 뜨거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가 있다.

셀인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작년에 봤던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은 1770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여성화가 마리안느와 결혼을 앞둔 귀족의 딸 엘로이즈 사이의 감정을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하게 연출한다. 마치 유화를 보는 듯 짙은 색조의 영상미, 세밀하게 녹음된 듯한 거친 느낌의 음향이 만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음악이 거의 흐르지 않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터져나오는 비발디의 여름 3악장은 숨쉴 수 없을 만큼의 깊은 감동을 준다.  

안드레 헤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을 원작으로 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리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보다 다양한 여름의 느낌을 뿜어낸다.

1983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열 일곱살 엘리오가 보내는 몽환적인 여름날의 이야기다.

어느 날 별장으로 찾아온 청년 올리버에게서 엘리오는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당혹한  감정에 대해 신경질적인 마음이었지만 서서히 그 낯선 감정을 받아들이고 서툴지만 진솔한 첫사랑을 경험한다.

스크린을 튀어 나올 듯한 선명한 질감과 내내 푸르게 빛나는 여름날의 풍경들,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여러 음악들은 서사를 더욱 깊게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되는 Sufjan Stevens의 <Mistery Of Love>는  영화속 내용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사가 압권이다. 알렉산더 대왕과 그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헤파스티온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되었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슬픔이 녹아든 가사는 애잔하고 아릿하다. 더불어 엘리오의 명연기와 함께 흐르는 <Visions Of Gideon>의 비장하고 황홀한 선율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Call Me By Your Name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and I'll Call You By Name

나는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양진우
양진우

음악행위를 통해 삶의 이면을 탐구해나가는 모험가,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양진우 씨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The Moon Lab 음악원 대표이며 인디레이블 Label Noom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네번째 월요일 음악칼럼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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