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주지역본부)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주지역본부)

도내 요양원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고령을 이유로 일방적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요양원 측은 정년초과를 이유로 들었지만 노동자 측은 노조에 가입한 것이 사실상 해고 사유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주지역본부(이하, 노조)는 5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된 두 노동자의 공통점은 사업주 비위에 맞지 않는 노동자라는 점"이라며 심인요양원·제주도립요양원에서 최근 발생한 "부당해고와 직장 갑질" 상황을 전했다. 

노형 심인요양원에서 일하던 박숙희(66)씨는 지난 5월 27일 전화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박씨에 따르면 정년 초과(만 60세)가 그 이유였다. 박 씨는 어이가 없었다.  2019년 요양원에 입사 당시 박 씨의 나이가 64세였다. 

사용자 측의 계약만료 명분은 취업규칙이었다. 심인요양원은 당초 정년을 만70세로 보장하고 있었지만 작년 5월 취업규칙을 변경해 정년을 만 60세로 축소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집단 동의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기습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놓고, 계약 만료 통보 4일만에 박씨를 쫓아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이에 관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 없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해 왔다면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 관계를 해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박 씨는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 땄다. 의자를 없애고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라는 지시도 견디면서 성실하게 일했다. 억울하다"며 돌봄 노동자가 행복해야 돌봄 서비스 질도 올라간다"고 했다. 

노조는 제주도립요양원 역시 ‘정년은 만 65세까지로 한다’라는 노사 단체협약이 있지만 아직 정년이 되지 않은 이익선 노동자(만64)에게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고 했다. 이 씨의 정년은 올해 12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내년 12월 말까지는 정년 퇴직 대상자가 아니다. 정년이 지난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돼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고 할 수도 없다. 

이에 노조는 박 씨와 이 씨가 노조라는 점, 그간 요양원 운영의 비합리성을 문제제기해왔다는 점을 들며 "제 눈 밖에 난 노동자를 하루 아침에 잘라버리거나 직장갑질로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전횡은 거의 모든 요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며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굴욕과 복종만을 강요하는 노인요양시설 업계 전반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씨와 이 씨의 복직과 부당해고, 인권침해 등에 관한 사과를 사용자 측에 요구했다. 

이날 노조는 제도 부재와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같은 상황을 키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의 무능과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 등 관계 당국의 무관심이 이같은 현실을 부채질 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들과 노동상담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무법천지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장기요양요원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사업계획과 예산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며 "코로나 19가 돌봄에 관한 경종을 울렸다면 정부와 도정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박봉, 단기계약, 직장내 괴롭힘, 산재위험, 인격모독, 성폭력 위험 등 열악한 상황에 노출된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에 내맡긴 돌봄 서비스를 이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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