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차용석 이사장을 만났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경제·환경·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2021년  ‘제1회 제주를 밝히는 사회적 가치 실현 대상’ 기업 4곳을 선정했다. 사회적경제기업 부문 최우수에는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대표 최영열)가 우수상에는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대표 차용석)가 뽑혔다. 중소기업부문 최우수상에는 주식회사 제우스(대표 김한상)가, 공공기관부문 공로상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대표 김정학)가 수상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 일자리제공,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업을 펼처온 이들 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감개무량하면서도 부끄럽다. 10년 넘게 이 바닥(사회적경제)에서 버티고 있는 기업들도 많은데 4년 차 밖에 안된 저희가 받아서…”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인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제주인)’ 사무실에서 만난 차용석 이사장은 제1회 사회적가치 실현 대상 기업 선정 축하 인사에 부끄럽다고 했다. 업력이 긴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제치고 ‘제주인’이 해당 부문에서 먼저 수상한 것이 겸연쩍어서다. 

그러나 지나친 겸손이다. ‘제주인’ 자체는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0년 넘게 사회적경제에 몸을 담근 차 이사는 제주사회적경제 초창기 멤버로 잔뼈가 굵다. 

최근 사회적경제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지만 학자들마다 정의하는 바도 국가나 지역마다 추구하는 형태도 다르다. 제주인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란 무엇이냐고 묻자 차 이사는 망설임 없이 설명했다. 

일반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다. 반면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결사체들은 그 반대다. 시장과 국가가 실패한 영역을 해결하면서 이윤까지 창출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극단으로 드러낸 비사회성은 실업과 빈곤이다. 사회로부터 배제된 취약계층을 다시 사회에 참여하게 하고, 후퇴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 민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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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나눔가게 '요디가게'에서 판매하는 새활용 제품들. 헌 천을 이용해 수급자들이 만들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인’ 역시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던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시작한 사업이 종료되자 지난 2017년 12월 설립된 조합이다. 그는 제주지역 자활근로사업단에서 함께 일했던 취약계층 노동자(기초생활보장 수급자) 7명과 제주인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쩌다 보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10년 넘게 왜 이 ‘미친짓’을 하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사회에서 퇴출당하거나 도태돼 미래를 상실한 사람들은 대게 집안에 틀어박혀 술만 마신다. 경제주체가 되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대인관계를 끊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분들을 일상으로 복귀시켜야 하지 않나.”

사회적 가치 창출로만 경영이 유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기업 경영과 사회적 가치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원금에 의존하다 무너지는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많다. 차 이사가 조합을 꾸리면서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도 자립이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다. 제주인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고작 3년. 해서 취약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자전거수리센터와 재사용나눔가게(요디가게) 운영 이외에도 셀프빨래방부터 도소매, 사무기기 대여 등 영리사업도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차 이사장은 “사업을 이것저것 확장하고 있는데, 제가 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볼멘소리를 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엄혹한 시기에도 제주인 매출 성적표는 꽤 성공적이다. 매출액이 2018년 7700만원에서 올해 약 14억 정도로 껑충 뛰었다. 직원수도 7명으로 시작해 현재 41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취약계층 고용비율은 73%에 이른다. 

제주인이 수거하는 무색 페트병 (사진=제주인)
제주인이 수거하는 무색 페트병 (사진=제주인)

제주인은 작년부터 무색페트병 수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제주개발공사가 도내 71개 재활용도움센터에 투명 페트병 별도수거 시설을 뒀는데, 작년 3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모아진 무색페트병은 재생섬유 등 생산을 위해 육지로 보낸다. 

또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배출량이 증가한 추자도 내 폐페트병 수거도 제주인이 맡았다. 그뿐 아니라 조업 중 발생하는 어선 내 폐페트병 수거도 수협과 협업하고 있다. 

그는 “6월 한 달 수거한 양만 30톤 정도다. 화환 싣는 1톤 트럭에 폐페트병을 가득 실어도 200㎏이다. 트럭 5대가 있어야 1톤이다. 30톤이면 얼마나 어머어마한 양인지 상상이 가냐”며 “30톤도 제주시만 수거한 양”이라고 했다. 

그래서 차 이사는 자금만 충분하면 제주에서 플레이크(flake, 조각)를 만들어 환경분야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고 했다. 수거된 페트병은 사람 손으로 선별 과정을 거친 뒤 압축·세척·분쇄된 후 작은플레이크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는 “플레이크 생산 기술을 갖춰 도내 생산되는 페트병에 10% 정도 다시 사용하면 플라스틱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제주에 이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 육지로 모두 보내지는게 안타깝다고 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고 묻자 ‘저장 강박증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꼽았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남식)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정학)가 진행한 ‘해피플러스’ 공모사업 일환이었는데, 쓰레기를 버리지 못해 함께 거주하는 일명 ‘쓰레기집’이 도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그는 “일단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삶을 포기했던 사람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햇빛이 들어가는 것 만으로 삶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행정의 후속 지원이 중요한 것 같다”고 당부했다. 

그가 '이 바닥에'서 '미친짓'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작년에 70세가 넘은 조합원의 칠순잔치를 해드린 일이다. 자활센터부터 제주인까지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70세까지 그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 일이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차 이사는 "제주인은 그분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분들을 위해 끌고 가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아니었다면 제주인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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