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10월 제주 모슬포 군 비행장 설치 백지화를 외친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대정 안덕 지역주민과 도내 시민사회 단체, 재경학우회, 재경도민회, 지역 청년, 학생들이 연대했다. (사진=송동효 작가)
지난 1988년 10월 제주 모슬포 군 비행장 설치 백지화를 외친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대정 안덕 지역주민과 도내 시민사회 단체, 재경학우회, 재경도민회, 지역 청년, 학생들이 연대했다. (사진=송동효 작가)

알다시피 우리 제주는 지난 2월 제2공항 건설 찬반에 대하여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문서로 합의하여 주민투표에 갈음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다수의 제주민이 건설반대를 결정하였다. 이는 국책사업을 주민들의 절차적 의사표시로 막아낸 드문 사례다. 

그럼에도 3월에 도지사 원씨가 제주민의 결정을 배반하고 국토부에 제2공항 건설 찬성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주도의회는 결의문 하나 발표하고 침묵 내지 방관하고 있으며 제주민의 여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국토부는 지난 6월 1년 만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하여 환경부에 제출하였다. 이제 환경부의 부동의나 동의 또는 조건부동의의 결정이 남은 상태다.

그동안 도지사 원씨는 제주민의 반대 결정에 아랑곳없이 버스정류장과 공영버스에 제2공항 추진 홍보영상을 내보내고 찬성 홍보 책자를 배포하는가 하면 틈날 때마다 제2공항 건설 추진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도지사 원씨의 도민 배반 행위를 규탄하고 지금 우리 제주가 처한 위기 상황을 제주민들에게 알리고자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시청앞 거리연설 시위도 어느덧 날수로 1백일을 넘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주민들의 제2공항건설 반대결정이 희석되고 찬성측의 추진 시도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직접 제주민들과 접하여 제주민의 반대결정을 일깨우고 제2공항 건설추진의 본질과 찬성측의 기만을 알리는 실천적 싸움의 지점이 되기를 바랐다.

다시 제2공항 건설 추진의 본질을 말하라면 이는 제주섬의 개발 드라이브의 정점이다. 나라에서 5조를 주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 돈 가지고 10개의 오름 깎고 숨골 메우고 지하동굴 파괴하고 철새들 내쫓고 멀쩡한 제주의 자연을 파헤치고 뒤집어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칠갑을 해야만 건설업자 개발업자의 잇속을 챙길 것 아닌가. 그래야만 제주도정이고 도의회고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아닌가. 제주의 자연이 아작이 난다고, 농민들이 피땀 흘려 지은 농지가 뭉개진다고, 무슨 상관인가.

버스 찬성 홍보영상에는 현 공항이 포화가 되어 제주민과 관광객의 안전과 편리를 위하여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가 지난 2016년 도두앞바다에서 고기 잡는 어민들이 똥냄새가 나서 못살겠다고 제보를 하였다. MBC에서 취재를 해보니 파이프를 먼바다까지 이어서 밤에 몰래 똥물을 쏟아내는 곳이 다름 아닌 도두하수처리장이었다. 

당연히 주민들이고 언론이고 난리가 났다. 대책을 물었더니 하수 처리용량을 늘리겠다고 하였다. 5년이 지난 지금 도두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은 얼마나 늘었을까? 하나도 늘지 않았다. 아직 착공도 못했다. 알다시피 한라산 다음으로 잘 보인다는 노형동의 드림타워. 하루 삼다수 취수량보다 많은 4900톤의 지하수를 쓰면서 그 오염된 물 어디로 버리겠는가. 

이미 5년 전에 하수 처리용량을 초과한 도두하수처리장이 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이처럼 이미 애저녁에 포화가 된 제주민의 직접적인 생존과 생활과 직결된 하수처리장 문제는 나몰라라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현공항 확대와 보완으로 충분히 안전과 편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용역 검토결과에도 끝내 제2공항을 추진하려는 저의가 무엇일까.

제주도의회는 어떤가. 얼마 전 오등봉공원부지에 1400세대 14층의 고층 고급아파트를 건설하는 계획 등이 도의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제주시의 공원부지 중 가장 아름다운 입지에 이 같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길 원하는 제주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공원부지가 아파트의 사유지처럼 조성되고 쓰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실제로 지난 4월 도의회 상임위에서 현장실사를 하면서 상수도 확보와 하수 처리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는 걸 텔레비전에 보도까지 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두 달이 지나서 전혀 보완되지않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지 않았나. 

제2공항 반대결정과 도지사 원씨의 배반 이후 도의회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그깟 종이 쪼가리지만 그 내용에는 청와대가 제2공항 건설 문제를 하루빨리 결정해달란다. 아니 제주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남들한테 그 결정해 달라는 말이지 않은가. 

지난 1988년 10월 제주 모슬포 군 비행장 설치 백지화를 외친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대정 안덕 지역주민과 도내 시민사회 단체, 재경학우회, 재경도민회, 지역 청년, 학생들이 연대했다. (사진=송동효 작가)
지난 1988년 10월 제주 모슬포 군 비행장 설치 백지화를 외친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대정 안덕 지역주민과 도내 시민사회 단체, 재경학우회, 재경도민회, 지역 청년, 학생들이 연대했다. (사진=송동효 작가)

그런 청와대는 믿을만한가? 지난 부신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현장까지 내려와 바다에 활주로를 짓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가덕도신공항 강행의지를 보이지 않았는가. 그 당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자를 환경부장관으로 앉히지 않았는가. 제주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국토부는 여전히 제2공항 추진의사를 갖고있음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제주의 국회의원 세 사람은 짜고 치는 듯 성산 대신에 가시리의 정석비행장 활용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는가. 그래도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들은 제주사람 아니냐고, 고향땅 팔아먹고 고향사람 못살게 구는 껍데기 제주사람이 어찌 제주사람이겠는가.

이 같은 도지사, 도의원, 국회의원도 청와대 국토부 환경부도 제주사람의 반대결정일랑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지 않는가. 우리 제주민을 무시하고 깔보고 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주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모습, 어찌 낯익지 않은가.

아름다운 남쪽바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 있다. 제주사람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짓지 않았나. 한반도를 지킬 요량이면 남해안 해군기지를 쓰면 되지, 바다 한가운데 태평양 말고 중국밖에 더 있는가. 중국을 경계하고 세력다툼을 벌이는 나라 미국 아닌가. 언제든 필요에 따라 자기들의 기지로 쓸 수 있지 않은가.

이미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는가. 일제 때 대정의 알뜨르비행장, 우리 제주민들이 원해서 지었나. 제주민들의 갖은 노역으로 지어진 그 비행장을 중국 본토 폭격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지 않았는가. 뿐만인가 패전을 앞둔 일제가 5만명의 병력을 주둔, 옥쇄의 각오로 본토 수호 최후의 보루로 삼은 곳이 바로 제주섬이지 않은가.

이제 강정해군기지와 짝하여 성산에 제2공항이 들어서면 공군기지 들어서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미 건설 중인 덕천리 30만평의 레이더기지까지 더하여 이제 제주는 완벽한 군사기지로 화하여 전쟁의 최첨병 노릇을 강요받지 않겠는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전쟁기지가 되고 주민들의 삶터에 전쟁의 맨앞줄에 배치될 군함이며 전투기를 배치한다면 맨 먼저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을 모른다 하는가. 

이거 우리 제주사람들이 원한 것인가. 누가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고 하였나. 역사 이래 제주가 평화의 섬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앞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늘 수탈과 억압과 살륙과 전화戰禍의 고통을 이고온 섬이지 않은가.

이번 저들의 제2공항 건설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같은 역사적 사례를 되풀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없는 까닭이다. 다시 한번 제주사람 아닌 것들에 의하여 원치 않는 개발을 강요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제2공항 건설 반대싸움이 제주사람들이 저들의 계략대로 저들의 농간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임을, 저들의 멋대로 뜻대로 되지않음을 증거하는 출발점으로 서야 하는 이유다. 지금 여기 우리가 꼭 제2공항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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