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주청년 실태조사 중 ‘제주가 가치가 있는 곳이냐’라는 질문에 56.2%의 청년이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제주가 나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냐’라는 질문에는 26.5%의 청년이 ‘그렇다’라고 29.7%는 ‘아니다’라고 답을 했다. 

많은 청년들이 제주를 좋아하지만, 제주의 다양한 가치가 청년들에게는 배제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이처럼 제주가 청년들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주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에 인터뷰한 스펜서님과 이 고민을 함께 나눠봤다.

스펜서님.
스펜서.

▶제주에서 계속 살아오셨는데, 스펜서님에게 제주는 어떤 곳인가요?
“저는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상당히 좋아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괸당’문화이죠. 저는 살아오면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쉽게 도움을 얻었어요. 제가 직접적으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연결을 통해 금방 도움을 얻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제주를 상당히 좋아하고, 나름 제주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괸당’문화를 말씀해주셨는데요. 단점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이죠. 제가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했는데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해요. 다 한두 다리 건너면 알게 되는 사람들이라서. 주변의 시선에 많이 위축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2~3곳의 경조사를 가야 하는 부담감, 어른들의 말에 따라야 하는 거부감 등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제주를 정말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런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죠. 그래도 아직은 제주가 좋아서 제주에 남아 살고 있습니다.”

▶제주의 청년으로 살면서 불편한 상황이 있나요?
“많이 말해도 되나요? (당연하죠.)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어쩌면 한 내용이 될 수도 있어요. 많은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대표적으로 일자리와 경험의 기회인데요. 제주는 확실히 한정된 일자리 속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주변 또래 친구들을 보면 대기업, 공기업을 원하지만 막상 많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요. 

전체적인 일자리 수는 많을지라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죠. 그리고 대학생 때 많은 대외활동을 했었는데. 타 지역에 사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주가 한참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청년이라는 나이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보는데 막상 제주에서 그것들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스펜서님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는 청년활동, 교육, 정치 이렇게 세 가지 주제에 요즘 관심을 두고 있어요.”

▶다르지만 어쩌면 하나의 큰 갈래가 있는 주제들이네요. 어떤 청년활동을 계획 중이신가요?
“제주4.3 청소년 문화예술제 청년기획단에서 함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영어교육학을 전공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기회가 될 때마다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 제주 청년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어요. 호야님도 많은 활동을 통해 아시겠지만, 제주 청년 활동가들이 활동과 삶에 많이 지쳐 있잖아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서로의 활동에 도움도 될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청년활동은 너무나 공감되네요. 교육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교육학 전공이라서 평소에 교육 현안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최근 교육에 대한 고민은 정치와도 연계되어 있어요. 제가 영어교육학 전공을 해서 주변에 평교사 친구들이 좀 있는데 이 친구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 좀 안타까워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편향된 정치성향에 대한 우려를 이해는 하지만 교사도 한 국민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교사들을 대변할 교육의원은 교장, 교감선생님 출신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질 만큼 그들만의 상황이 되어 있는데요. 그들과 평교사의 삶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대변이 되기 힘들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 교육의원 등에 대한 자격 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어서 정치에 대한 고민은 어떤 것인가요?
“같이 일하는 분 중 한 분이 ‘정치는 우리 일상에 상당히 많은 부분 연계되어 있다.’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 사는 것 등 정말 작은 것 하나 모두 정치와 연계되어 있죠. 그렇기에 정치가 올바르게 되어야 우리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봐요.”

▶스펜서님에게 올바른 정치란 어떤 정치인가요?
“정치는 대중의 생각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대중의 생각이 4년, 5년에 한 번씩 적용되는 것이죠. 저는 대중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정치가 올바르다고 생각됩니다. 일부 대표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는 이제 우리 삶의 ‘자기결정권’을 너무 많이 훼손하는 것 같아서. 변화가 필요하죠.”

▶스펜서님이 바라는 제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요. 가능하다면 청년들이 제주도의회에 많은 의석을 차지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현재 도의원 중 가장 젊으신 분이 4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주 인구 중 청년인구가 1/3을 차지하고 있는데. 하다못해 5~8명만이라도 청년 도의원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한 가지 더 있는데요. 기초자치의회가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는 광역자치의회만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되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제주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제주의 모습을 이렇게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혹시 기초자치의회가 생긴다면, 스펜서님은 출마하실건가요?
“네. 저는 출마할 생각이 있습니다. 광역자치의회는 지금의 저에게는 많은 부담스럽고, 기초자치의회가 다시 부활한다면 제대로 정치에 참여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아요. 어쩌면 기초자의회가 청년 정치인을 위한 기회의 장이니깐요..”

▶마지막으로 스펜서님이 보는 최근 제주의 현안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교육의원의 자격 문제예요. 교육의원 폐지 관련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만큼 지금의 교육의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교육의원이 교장·교감선생님 출신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정책 중 교육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9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에서 20세기의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문제들이 발생한다.’라는 말이 있어요. 최근 청소년 친구들 중 기초학업능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고, 불법도박 등으로 인한 생활문제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이 교육의원들의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접점이 많으며 교육의 열정을 갖는 평교사, 교육공무직 분들이 오히려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스펜서님은 주변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편안한 사람이 되어 타인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동행하길 원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된다면 정치든, 교육이든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스펜서님은 이 초심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스펜서님 같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장벽 없이 풀어나갈 수 있는, 보통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도 따뜻한 응원의 시선을 보내는 제주의 공동체를 함께 꿈꿔본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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