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그리워지는 고향 바닷가

잔인한 오월이지만 새벽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봄비는 

잠시 나만의 소확행, 행복 채우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갯까치수영과 땅채송화]<br>
[갯까치수영과 땅채송화]
[닭머루(닭머르)]

올레 18코스로 알려진 닭머루(닭머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해버렸지만 

지는 해가 아름다운 모습은 늘 설레게 한다.

[닭머루(닭머르)]

동네 친구들과 추억을 담은 소풍 장소이자 

갯바위 낚시터, 깅이와 보말을 잡았던 우리들의 닭머루는 

들과 바다, 그리고 남생이 못과 어우러져 어린 시절 놀이터이었지만 

지금은 인생 샷을 담는 힐링 장소가 되었다.

닭머루의 숨은 보석 

하늘을 향해 나팔부는 '갯메꽃' 

까만 현무암 위로 무리 지어 유혹하는 '땅채송화' 

긴 타원형의 잎을 가진 '갯질경' 

모래땅에 살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소금 바람에 돌 틈에 뿌리내린 '모래지치' 

짠맛 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상추라 불리는 '번행초' 

바닷가 모래땅이나 돌 틈에서 자라는 '벋음씀바귀' 

이제 막 싹을 틔운 '나문재'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기름나물(방풍)' 

까만 현무암 위로, 언덕 위로 무리 지어 핀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별 '갯까치수영'이 한눈에 들어온다.

[갯메꽃]
[땅채송화]
[갯질경]
[모래지치]
[번행초]
[벋음씀바귀]
[나문재]
[갯기름나물(방풍)]
[갯까치수영]

닭머루에는 검은 현무암 위로 

은하수 하얀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다.

성질 급한 아이들은 벌써 씨앗을 맺고 있는 걸 보면 

올해는 서둘러 꽃이 피어 여름을 일찍 맞는다.

갯까치수영은 

앵초과의 두해살이풀로 제주도와 울릉도, 남해안에 분포한다.

뿌리를 내릴 약간의 흙만 있어도 바닷가 바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터를 잡는 염생식물이다.

다른 이름으로 갯까치수염, 갯좁쌀풀, 해변진주초로 불리기도 한다.

잎은 윤기 나는 두터운 육질로 되어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주걱처럼 뒤로 말린 모습을 하고 있다.

잎 표면이 반질거리고 두꺼워 수분이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영리함을 터득했다.

겨울부터 봄까지의 잎은 붉은색을 띠고

어린잎은 나물로 식용하기도 하고 구충제로 이용했다.

줄기는 붉은빛이 돌고 곧추선다.

바닷가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고 

하나의 개체로 자라거나 군락을 이루기도 한다.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은 

7~8월까지도 피며 꽃은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하얗게 뭉쳐 핀다.

꽃 피는 기간이 길어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가을에 지름 5mm 내외의 둥근 열매가 달리는데 

열매는 삭과로 8~9월경 녹색~붉은색~갈색으로 안에는 종자가 들어있다.

익은 씨앗은 열매 끝에 구멍을 통해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바위틈이나 마른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갯까치수영은  

바닷가의 거친 바람과 바람 타고 스며드는 염분을 견디며 

여름을 기다리는 여름 바라기이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갯거시에는

하얀 별이 쏟아져 내리 듯 돌 틈 사이를 하얗게 물들인다.

갯까치수영의 꽃말은 '친근한 정, '그리움'이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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