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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농업]지렁이와 도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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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농업]지렁이와 도시화
  • 고기협
  • 승인 2021.07.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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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사진출처=픽사베이)
지렁이(사진출처=픽사베이)

비가 오면 지렁이는 왜 도로 위로 기어 나올까?

비가 쏟아진다. 서식처를 잃은 지렁이들이 도로 위로 기어 나온다. 차들이 지나간다. 지렁이의 슬픈 운명이 도시화에 대한 단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산업화로부터 기인되었는데 산업화는 제3공화국이 제2공화국이 수립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3공화국은 부족한 자본을 ’덕수(광부)’와 ’영자(간호사)’가 독일서 보낸 돈, 대일청구권 포기와 맞바꾼 원조와 차관, ’변진수(파월 군인)’와 ’채규장(파월기술자)’의 송금액 등으로 충당하였고, 저곡가정책으로 이촌향도를 부추기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였다 .

젊은이들은 일을 찾아 정든 고향 역을 떠나 ’럭키서울’로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그리하여 1960년대 250만이었던 서울인구는 1970년대 500만, 1980년대 1000만으로 증가하였다. 서울에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게 되자 정부는 1989년 분당·일산·평촌 등 5개 신도시를, 2003년 김포(한강)·화성(동탄)·수원(광교) 등 10개 신도시를 조성하여 2500만 명을 수도권에 받아들였다.

또 중화학·수출주도 산업육성을 위해 포항·울산·여수 등의 공업단지를 건설하면서 1960년에 9개에 불과했던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가 1985년에는 36개로 증가하여, 지금은 국민의 91.8%가 국토면적의 16.6%밖에 안 되는 도시에 살고 있다.

제주에서의 산업화는 관광개발의 역사였다. 1963년 제주 최초의 민간호텔인 제주관광호텔(현 하니크라운호텔)이 문을 열고, 1966년 서울-광주-제주 정기노선이 부활하면서 제주관광산업은 시작되었다.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연동과 노형 마을은 1977년부터 개발되어 지금은 인구 10만이 넘는  ‘신제주’가 되었다. 신제주를 개발한 목적 중 하나가 관광을 통한 외화획득이었기 때문에 기생파티 장소인 송림각, 버드나무집 등의 요정, 고급 잠자리인 그랜드호텔(현 메종 글래드호텔), 환락을 제공하는 유흥시설이 관청과 주택·아파트와 함께 들어섰다. 그리고 2020년, 높이 169m의 드림타워가 우여곡절 끝에 개장되어 신제주 개발의 종점을 찍었다. 드림타워는 고용창출, 경기활성화라는 포장으로 퇴폐 소비, 쓰레기 발생, 교통 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제주도민에게 안기고 이윤은 투기자본이 가져가는 제주관광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광개발은 대규모 단지개발’이라는 인식을 뿌리박게 한 중문관광단지 개발사업은 1978년  가파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227ha의 농지를 밀어제치면서 시작되어 43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급성장하던 제주관광이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금강산관광 등으로 빛을 잃기 시작하자, 제주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6년 2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제정하고 ‘국제자유도시’라는 구호를 내걸며 골프장, 영어교육도시, 영리병원 등 파헤치고 짓는 데 매진하였다. ‘제주특별법’은 투자유치를 위해 규제 완화, 인허가절차 간소화 등 제주에서의 개발을 특별히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였다. 그 결과 1232ha의 농지와 초지가 사라지고, 곶자왈 전체면적의 33.6%가 훼손되었다.  

농업 관점에서 보면 산업화는 농업·농촌의 사양화이다. 산업화 결과 우리나라의 농가인구 비중은 1970년 45.9%에서 2000년 4.5%로 감소하였고, 경지면적은 같은 기간 230만ha에서 157만ha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곡물자급률은 81%에서 21.7%로 떨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343억 달러를 지불하고 5422만 톤(2019년 기준)의 농림축산물을 수입하는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이 되었다. 또한 농촌이 급속도로 공동화되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결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2020년 기준)되었다. 현 추세가 지속되면 30년 안에 105개의 시군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도시화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다.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육상·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이는 종내의 다양성, 종간의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시화는 살아있는 유전자와 생명체를 살해하고, 서식처의 풍요로움을 파괴하는 집단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의식주를 생물 다양성의 구성요소로부터 얻어왔다. 또한 의약품의 20%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고, 3000 여종 이상의 항생제도 미생물에서 만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환경오염 물질을 흡수·분해하여 공기와 물을 정화하고, 토양비옥도와 적절한 기후조건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생물다양성 파괴가  지속된다면 인류는 지구역사를 말해주는 화석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가 인류의 미래를 말해주는 것 같아 암울하다. 하지만. 위기를 인식하면 해결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에 희망을 붙들어 맨다. 어린 콩잎 끝에 달려있는 물방울이 물을 찾아 나온 지렁이의 피부에 또르르 떨어진다.

고기협.<br><br><br>​​​​​​​<br>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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