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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의_제주비상] ‘정말 특별한’ 자치제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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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의_제주비상] ‘정말 특별한’ 자치제주를 보고 싶다!
  • 강종우
  • 승인 2021.07.15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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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렸지만 소중했던, 가뭇한 기억 하나

벌써 15년이나 흘러버렸나?! 가뭇하지만 2007년 7월 이맘때가 맞다. 오라1동 복지회관 어르신들한테 고별인사를 건넸다. 신문 접지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반갑잖은 소식과 함께. 다들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다른 일이라도 달라며 두 손을 꼭 부여잡곤 놓지 않으셨다.

그 몇 해 전부터다. 여든 살 가까운 어르신들과 겁 없이 신문 접지에 도전했다. 매월 혹은 격월로 발행되던 타블로이드 시군 홍보지. 월 대여섯 차례, 대개 5000부 내외지만 많게는 2만부가 넘기도 했다. 접지 한 부당 13원 가량. 주소록 띠지 작업이나 신문 수발 업무는 자활에서 거들었다. 매번 어르신 열대여섯 분이 모여들었다. 처음엔 아침 8시경에 시작하면 우편집중국 마감도 빠듯했다. 꼬박 예닐곱 시간이나 걸린 셈. 그런데 몇 차례 거듭되자 점심 무렵이면 다 끝낼 정도로 어르신들 손놀림도 빨라졌다. 정말 신명나하셨다. 왜 아닐까. 15만원 남짓 용돈벌이도 되는데다 한데 모여 수다 떠는 재미도 쏠쏠했으니 말이다. 지친 기색도 없었다. 화투판 마당질(?)보다 한결 낫다 농(弄)을 부리기도 하셨다.

그 소중한 일감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특별자치도가 생기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졌으니 어쩔 도리는 없는 노릇. 오다가다 맥없이 지나치시는 어르신들이 눈에 밟히길 여러 번. 왠지 모르게 속상하다 못해 울컥해졌다. 오죽하랴. 얄궂게도 마지막 접지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알리는 도정신문 ‘다이내믹 제주’였다.

어쩌면 블랙 코미디라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다. 그게 뭐 대수냐며 타박할 지도 모르겠다. 억지스럽지만 애써 되묻고 싶다. ‘특별한’ 자치로 ‘정말’ 무엇이 좋아졌는지?! 정작 소중했지만 어느새 잃어버린 건 없는지? 끝내 지켜내지 못해 지금도 안타까운 건 없는지?

# 협동조합지자체와 지역주권법에서 배우자!

"이 나라에서 국민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제3섹터(sector, 분야)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자원봉사 조직과 공동체, 시민단체, 그리고 사회적기업들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중략)... 우리는 이들에게 재정을 투자하고, 권한을 부여하여 그들 스스로 공동체를 건설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중략)... 정부와 제3섹터 사이의 파트너십은 더 강력하고 더 공정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큰 사회(Big Society)’. 2010년 영국 캐머룬 정부가 던진 화두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시민사회와 지역을 통해 사회발전을 주도하겠다는 것. 영국은 이미 8-90년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앞장섰다. 시장경쟁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한 것.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되레 턱없이 치솟는 가격과 질 낮은 서비스만 늘어났다. 이처럼 공공가치 실종을 반면교사로 영국은 제3의 대안을 찾았다. 

협동지자체
영국의 협동조합 지자체 실험 모델

협동조합 지자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방행정 실험도 그 중 하나. 협동조합 지자체란 지방정부를 협동조합으로 설립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지역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이 받는 공공서비스의 성과(outcome)를 함께 정의하고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혁신적인 시도를 확장시켜나간다는 뜻이다. 선도적인 지자체 23곳이 모여 ‘협동조합 지자체 혁신 네트워크(Co-operative Council Innovation Network)’를 결성, 공공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런던의 람베스를 비롯 이슬링턴, 에딘버러, 글라스고우, 요크, 뉴카슬, 리버풀 등이 회원이다.

‘생산적이고 활기찬 지역공동체를 만들자!’ 협동조합 지자체의 비전이다. 핵심가치는 네 가지. △공평(Fair) : 모든 지역주민이 공평한 기회를 누리도록 한다 △책임(Responsible) : 지역주민의 자립과 상호부조를 촉진한다 △협력(Collaborative) : 공동 목표달성을 위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역주민과 정직한 관계를 맺는다 △민주(Democracy) : 지역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보를 공유하여 지자체 운영에 지역주민이 핵심이 되도록 한다.

이들이 모색하는 혁신적인 해법은 일자리 창출, 복지, 돌봄 등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민관이 함께하는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으로 전환하는 것. 람베스의 경우, 협동조합형 위탁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보유한 지식, 정보, 기술, 디자인을 활용하여 공공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 간다. 게다가 구 소유의 유휴공간, 임대주택, 도서관, 학교, 공원 등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조합에 이전하고, 조합 중심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이렇게 생겨난 협동조합들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자치단체만으로는 도저히 하지 못하는 공공의 안전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구나 람베스는 행정조직마저 과감하게 바꿨다. 노인복지과나 일자리과처럼 특정 주제가 아니라 위탁사업지원국, 서비스제공국, 서비스운영국으로 협동조합형 위탁사업 프로세스에 맞춰 개편했을 정도다.

지역주권법
영국의 지역주권법

이런 공공혁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바로 지역주권법(Localism Act). 이 법의 요지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시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촉진하는 것. 지역주권법은 지방정부에게 지역주민의 필요나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권한, 즉 자유와 유연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변화를 주는 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를 위한 권리와 권한도 부여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일. 지역주권법이야말로 우리 제주가 그토록 추구했던 특별지방정부의 원형 아닌가. 연방제 수준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 ‘정말 특별한’ 자치제주를 위해

특별자치도 15년, 요새 들어 부쩍 제주특별법이 뜨거운 감자다. 정치권에서도, 시민사회에서도, 언론까지도 내남없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목청을 돋운다. 이미 한물간 국제자유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반 쪼가리’ 특별법도 죄다 뜯어고치자 한목소리다. 중앙에서 광역으로, 온갖 특례를 앞세우며 어지간한 권한들은 가져왔다 치자. 그런데 웬 영문인지 딱 거기서 멈췄다. 아니 얼토당토않게 엇나갔다. 그 바람에 기초자치단체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도 송두리째 없어졌다. 무엇이든 독식하는 제왕적 도지사만 생뚱맞게 몸집을 부풀렸다. 가히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나마 도의회 정도가 가까스로 맞상대할 따름, 도민들은 불만 가득한 민원인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지금의 제주특별법은 그저 허울뿐,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자치란 곧 분권의 분권이다. 권한은 나눌수록 풍성하고 성숙해지는 법. 그렇다. 영국 ‘협동조합지자체’를 눈여겨보라. 비록 토양과 풍물은 달라도 ‘지역주권법’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다. 무엇보다 도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자면 잃어버린 지역주권부터 되찾아 와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하자. 내친 김에 ‘풀뿌리 대동제’든 ‘마을공화국’이든, ‘정말 특별한’ 자치제주로 나아가자. 길채비를 서두르자. 

물론 이 길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절양장(九折羊腸). 건너야 할 계곡도, 넘어야 할 산도 겹겹이다. 좋든 궂든 제주도민. 바로 우리 모두 오롯이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길. 함께하면 길은 등 뒤에 생긴다.

 

 

강종우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뉴턴의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호박벌은 절대로 날 수가 없다. 날개 길이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호박벌은 날아다닌다. 마찬가지로 통상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협동조합은 장기적으로 실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협동조합을 호박벌에 비유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근로빈곤층 자활사업이란 말죽은 밭에 빠져 근 20여년간 시민경제를 업으로 삼아온 강종우 센터장. 그가 매달 세번 째 금요일에 연재하는 '호박벌의 제주비상'은 가장 약한고리조차 날아오르는 경제,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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