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박호형, 박원철, 오영희, 안창남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왼쪽부터)박호형, 박원철, 오영희, 안창남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최근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이 제주도청 고위 공무원(4급)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제주도의원들이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제397회 임시회 1차 회의를 열고 문예재단 노동조합이 제출한 ‘2021년 제주도 하반기 정기 인사에 따른 공무원 재단 파견 철회’ 청원 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이날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2동갑)은 “이승택 이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1년 가까이 경영기획실장직이 비어있었다”며 “지난해 상임위 회의에서 이 이사장에게 ‘공석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도청 공무원이 갈 자리를 열어주는 게 아닌가’하는 질문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이 (문예재단에)와서 조직을 개편한 뒤 조직 장악력이 부족해서 공무원을 파견한 건 아닌가”라며 “앞으로 임기가 8개월 남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파견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아하다. 재단이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원철 의원(제주시 한림읍)은 “4급인 고위 공직자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재단 파견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면 재단 스스로 ‘우리가 일을 못해서, 무능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파견 와서 기획 홍보나 재무 회계, 인사를 총괄해달라’는 것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출범한 지 20년이 됐고 정원이 56명에 연간 사업비가 170억원 정도인데 이를 처리 못한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이번 파견을 위해 결재 라인에 있는 관계자들이 휴가 중인데도 불구하고 이사장이 시급하게 (결재를)요청을 한 것은 그만큼 재단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역시 “공무원 파견 요청을 위해 직원들이 휴가 중에 결재를 했다”며 “결재 시간을 보니 불과 2분 사이에 이사장까지 결재가 다 끝났더라. 누가 봐도 재단에 문제가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따졌다. 

안창남 위원장(무소속·제주시 삼양·봉개동)은 “지난 2017년 재단이 인원을 24명에서 47명으로 늘리면서 이사장이 관리할 수 있다고 해서 사무국장 자리를 파견 받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조직이 비대해진 반면 조직을 결속시킬 관리자의 장기간 부재로 업무 추진이 어렵다’며 파견해 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이사장이 무능하다고 밝히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자리가 그냥 경영실장직이 아니라 기획경영실장으로 문화예술재단의 사업과 관련한 기획 및 홍보를 하는 책임자”라며 “일반 행정직이 가서 할 수 있겠느냐. 인사와 재무회계를 하라고 서기관을 파견하는 건가. 서기관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자린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경영기획실장 자리를 개방형 직위로 뽑으려는 기획안이 이사회에까지 뿌려진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공무원을 파견해달라고 바뀌었다”며 “이는 이승택 이사장의 불통을 대외적으로 확실하게 하는 것이고 제주도 역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이 더욱 노력했다면 문화예술재단 노동조합에서 이런 청원을 올릴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구성원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설득시키지 못해서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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