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이제 공염불로 끝나버렸고,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도 박근혜 정부 시절 7.4%보다도 못한 7.3%에 그치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노동존중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고문만 반복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미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킨 바 있다. 산입범위 확대는 중소 제조기업이나 대기업 하청업체 등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가는 꼼수로 활용되면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켰다. 누구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려야 할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망을 문재인 정부가 걷어차버린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경총 등 사용자단체에서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소상공인이 어렵다며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총은 소상공인이 아닌 주로 재벌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단체다. 실제 경총의 주요 임원진은 재벌 또는 준재벌급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10대 재벌기업이 작년에 낸 영업이익이 60조를 넘는다.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배경에 과연 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나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갑질 행위가 없었을까. 경총이 진정 소상공인을 걱정했다면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막대한 영업이익 중 일부라도 소상공인을 위해 환원하겠다고 나서야 했다.
 
최저임금은 헌법과 최저임금법에 근거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법에는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가.

'저임금 노동자 가계부를 통해 본 실태 생계비'라는 조사에 의하면 저임금 노동자의 평균 근로소득은 236만6856원인 반면, 가계지출은 254만1804원으로 월 17만5000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소비 지출에서 전체 비용의 45.1%가 기본 의식주에 사용되어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밖에 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되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액인 9.160원을 대입해도 월 191만 4440원에 불과해 저임금 노동자의 적자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재벌대기업은 위기를 틈타 더욱 살쪄가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격차에 저임금 노동자는 한 끼 식사비를 걱정하며 불안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정부가 각종 지원금을 뿌리고 있으나, 여전히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 시대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을'들간의 싸움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노동존중을 표방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청산대상으로 전락했던 야당의 지지가 다시 회복되는 불리한 정치적 상황에서 중도보수 대중의 표를 고려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존중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원칙은 촛불항쟁이 끌어낸 것이었다. 그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원칙인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정치적 상황을 핑계로 훼손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끝으로 한 정치평론가의 말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전한다.
‘원칙은 불리할 때 지켜야 원칙이다’

부장원 민주노총제주본부 부장원 조직국장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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