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도민이 옳았다.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피해지역 주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반대한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들이 옳았다. 도민이 옳았다. 국책 연구기관에 이어 환경부가 그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인정했다.

환경부는 20일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와 같은 결정은, 국무 총리실 산하 국가정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의 검토의견에 기초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2공항의 타당성 결여의 이유로 인접 철새도래지 서식 환경 악화 및 항공기-조류충돌 문제, 숨골 문제, 소음 문제 등을 거론했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철새도래지 보전 방안과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 방안이 모순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항공 안전을 위해서는 조류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는데 철새도래지 서식 환경 보호와 상충된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이 같은 문제는 국토부가 제2공항 입지를 결정한 사전타당성조사 당시 철새 영향 평가를 누락한 데 기인한다. 이보다 앞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다른 후보지 모두를 대상으로 철새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한 바 있다.

철새도래지 환경 악화, 항공기-조류충돌 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거론한 사안 대부분이 이미 피해지역 주민과 도민 사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다. 일부 제2공항 추진을 바라는 진영이 비전문가들이 국책사업을 반대한다고 냉소했지만, 결국 도민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기관에서 인정한 셈이다. ‘비전문가’인 도민들이 힘을 모아 국토부와 토건 ‘전문가’를 이겼다.

2015년 11월 10일 제2공항 입지선정 발표 이후 지난한 갈등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졌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의 강력한 문제 제기를 통해 검토위원회가 꾸려지는가 하면, 이어 여러 차례의 토론회들이 이뤄지면서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들이 도민에 공개되었다.

도민의 삶을 흔들 수 있는 초대형 토건사업의 추진 여부를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는 갈등 끝에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 여론조사 절차를 밟았다. 이후 도민의견 수렴 결과, 제2공항 건설 사업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결정에 선행해 ‘제2공항 반대’라는 도민의 판단이 있었다. 이는 국책사업 추진에 있어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홍명환 제주도의원은 20일 자신의 SNS에 “6년간 점철되었던 갈등이 종식되는 합법적 절차가 이루어졌습니다. 위대한 제주도민 집단지성 승리의 날이기도 합니다.”라고 환경부의 이번 ‘반려’ 결정에 대해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발벗고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비전문’ 도민의 승리의 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환경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에 개발보다 환경 보전을 우선하는 도민들은 반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2공항 외에도 제주도에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신항만 건설 사업. 계획대로라면 탑동 앞바다에 대규모 해양 매립이 불가피하다. 제2공항 건설사업에서 빛을 발한 ‘보다 많은 민주주의’는 제주신항만 건설 사업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 관계자들은 일방적으로 대형 토건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키우기 전에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겨야 한다. 주민수용성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한다. 다가오는 제주신항만 건설사업 과정에서 제2공항과 똑같은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참담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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