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7월 20일, 환경부는 국토부가 1년여 만에 재보완하여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이는 사업계획 확정 이전 국토부가 환경 부분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환경부에 물어 그 동의를 얻는 절차인데 환경부가 이를 다시 반려함으로써 더 이상 보완이 어렵다고 보면 성산의 제2공항 건설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2공항 반대싸움 승리의 의미

이에 그동안 제2공항 건설 반대싸움을 이끌어온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로 씀)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하여 제주도민의 반대결정이 이끌어 낸 승리임을 천명하며 제2공항 건설백지화를 선언하였다.

실제 지역개발을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은 유례가 드물다. 더구나 개발사업의 꽃이라 할만한 공항을 짓는 사업이라면 장밋빛 청사진으로 도배가 된 ‘개발논리’, ‘투자논리’가 압도적인 여론으로 자리함은 당연한 이치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주도의 1년 예산에 버금가는 5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주민투표에 갈음하는 여론조사를 통하여 다수의 제주도민이 반대를 결정하였음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끝내 환경부의 반려 결정을 이끌어냄으로써 대규모 국책사업을 주민들의 절차적 의사표시로 막아낸 주민운동 역사의 유례없는 쾌거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나 평생 피땀 흘려 이룬 자신들의 농지가 하루아침에 비행장의 활주로로, 또 공항 부지로 편입되는 날벼락을 맞은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에게 있어 지난 5년여의 지난한 싸움 끝에 끝내 이겨낸 기쁨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또한 이 싸움을 이끌어온 비상도민회의에도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제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이 깊어진다. 앞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주민들의 반대로 막아낼 수 있었음은 한편으로 그만큼 지금 여기 제주의 자연 생태 환경의 위기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제주의 자연이 난개발 과잉관광으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제주도민들의 불가피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제주시청 앞 1인 시위에 함께해준 이들과.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시청 앞 1인 시위에 함께해준 이들과. (사진=이성홍 제공)

어제 지난 3월 말부터 이어온 시청앞 거리 연설과 시위를 마감하였다. 날수로는 100일을 훌쩍 넘겼고 74회를 오간 것인데 그동안의 구호나 주장을 보면서 혼자 웃었다. ‘제주는 공항 하나면 충분하다’거나 ‘도지사 원씨를 쫓아내자’ 하였건만 대통령 해보겠다고 제 발로 뛰쳐나오고. 

시청앞 시위를 이어오면서 줄곧 주장해온 것이 제2공항 반대싸움은 앞으로의 싸움을 위한 중요한 고리가 되어야 하며 그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비상도민회의는 보다 발전적으로 이어져 제주 사회운동의 구심점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는 늘 주민을 향한 실천적 싸움으로 향하기를 주장하였고 이를 통하여 지역선거에 임하자고 하였다. (개인적으로 제주민 생존을 위한 비상도민행동,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비상도민회의는 그 역할을 제2공항 반대싸움에 한정하는 듯 보였고 지역선거를 맞이할 단체나 정당들의 모습은 각개약진하면서 제2공항 반대싸움의 시너지효과를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한 성산반대주민들의 투쟁역량을 이어나갈 방도나 제2공항싸움의 역량을 통하여 대규모 토건개발사업에 대응한 정책이나 조직틀 마련같은)

나부터도 당장 시청앞 거리시위를 마감하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그려지지 않는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이들, 특히 지역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제주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틀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꺼리며 또 글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제2공항 반대싸움의 승리를 통하여 대중에 대한 자신감과 힘을 실감한 것이다 (이번 싸움뿐 아니라 지난 1989년 지역주민과 사회단체·청년학생들이 힘을 합쳐 노태우정권의 모슬포 비행장 및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 투쟁의 값진 승리의 기억도 있지 않은가)

끝으로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의 글로 마무리한다.
 
“도민의 힘으로 이룬 제2공항 백지화는 천혜의 자연 생태와 공동체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제주다운 제주, 지속가능한 제주를 향한 작지만 거대한 첫걸음이다. 제주도민의 승리가 개발과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전환을 선도하는 역사적인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창비주간논평에서 재인용)”

이를 조직적으로 실천적으로 꾸려나가는 일, 당면한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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