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소회의실에서는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기간제근로자 퇴직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사진=박소희 기자)
2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소회의실에서는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기간제근로자 퇴직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사진=박소희 기자)

최근 제주도 공공부문 ‘쪼개기 근로계약’ 문제가 불거지자(☞관련기사:클린하우스 청소는 똑같은데 누구는 퇴직금 받고 누구는 못 받고)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제주형 약정퇴직금제도'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고은실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생활임금 조례’ 적용대상 노동자 중 1년 미만 근로계약의 경우에도 계약 기간 비율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제주형 약정퇴직금제도’ 신설 방안이 담겼다. 

퇴직금 성격이 ‘임금’인 만큼 국가 법정퇴직금 제도와는 별개로, 제주도 생활임금 범위에 ‘퇴직금’을 포함시키자는 내용이다. 

1년 미만 근로계약에는 ‘제주형 약정퇴직금제도’를, 1년 이상 근로계약에는 ‘법정 퇴직금 제도’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우선 생활임금 적용대상자에 적용하고, 향후 민간영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차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수진 의원을 중심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법제는 선례가 없다. 

이에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9일 제10차 정책토론회 ‘포스트코로나 시대,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일환으로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보장 조례 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성민 특위 위원장은 안사말을 통해 “공공부문에서라도 먼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취지를 밝혔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에 대해서는 퇴직급여 보장 의무가 없다.

제주도 기간제근로자 계약 체결 현황을 살펴보면 1년 미만의 이른바 ‘쪼개기 근로계약’ 체결이 만연하다. 이 때문에 도가 앞장서 노동법상 퇴직급여 제도 설정 예외 규정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좌담회 토론자로 나선 고호성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정 퇴직금 지급 제도를 회피하려는 일명 쪼개기 근로계약을 해결하려는 개정안인 만큼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적용범위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다. 

고호성 교수는 “공사와 출자·출연 기관까지는 해당 조례 적용에 문제가 없지만, 도(원청)나 산하기관의 공사나 용역 등을 제공받은 민간부분도 포함될 수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상위법(법정 퇴직금제도)에 따라야 하므로 복잡해진다. 이를 어떻게 할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조례로 강제할 수 없으므로 사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 방안 등을 담는 방식의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종휘 제주특별자치도 노동정책팀장은 “생활임금조례의 경우 임금 ‘액수’를 결정하자는 취지라 지급 조건에 해당하는 개정안 8조 ‘제주형 약정퇴직금제도’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의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면 단독 조례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조례 개정에 참여한 도의회 최춘규 정책연구원은 “단독 조례도 검토했지만, 최대 입법 효과를 고려해 생활임금조례 개정을 채택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제주특별자치도 생활임금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명을 ‘제주특별자치도 생활임금 조례’로 바꾸고 생활임금과 생활임금액의 개념을 구분해 정의했다(안 제3조).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도지사가 1개월이상 1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 약정퇴직금을 생활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안 제8조).

나아가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혜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법률대리 센터장은 쪼개기 근로계약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시 운영하는 사전심사제 문제와 상시업무 기준 마련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혜선 센터장은 “지난해  9개월에서 2일 부족한 기간이 명시된 제주도 일자리과 채용공고가 났다. 9개월 이상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해서다. 현장에서는 동일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정규직으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임금 차이가 발생하는 등 고용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공무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자리를 기간제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연중 9개월 지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예상되는 업무’는 상시·지속 업무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시·간헐적 사유로 인한 기간제사용은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사전심사제 원 취지를 살려 심사 기준에 맞는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사전심사제가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따라서 무분별한 기간근로 채용 관행을 바로 잡으려면 상시업무 기준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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