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군락으로 피어 있을까?

물어물어 찾아갔던 곶자왈의 들머리...

어두운 숲 속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희미하지만 은은한 자태 

한쪽 방향으로 꽃을 피운 한 무리의 약난초가 눈부시다.

[약난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면 

키다리 여고생이 단발머리 흩날리듯 묘한 매력 

수수한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신부의 부케를 닮은 '제주백서향'이 곶자왈의 전설을 만들어가듯 

약난초의 은은한 여름향기는 숨은 보석이 되어 곶자왈을 채워간다.

약난초(藥蘭草)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난초과 식물들이 대부분 습기가 많은 숲 그늘을 좋아하듯 

낙엽이 두텁게 쌓인 습기가 많은 반그늘진 낙엽 수림대 아래가 자람 터다.

5~6월에 피는 꽃은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꽃줄기에 15~20개가 한 방향으로 총상 꽃차례를 이루며 반 정도만 핀다. 

꽃줄기는 비늘줄기 옆에서 나오고 곧게 선다.

꽃은 수평을 유지하거나

밑을 향해 달리고 열매는 긴타원형의 삭과로 밑을 향한다.

한방에서는 비늘줄기를 '산자고'라는 약재로 사용하고 

약난초는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5~6월경 묵은 잎이 고사한 후에 개화하는 특성이 있지만 

꽃이 질 때까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꽃줄기에 앞집 모양의 잎이 달리는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자루는 길다.

커다란 긴 타원형의 잎은 가을(9월)에 나와 상록으로 월동을 한다.

[곶자왈의 보석 '약난초']

사람들이여! 

나를 세상 밖으로 내몰지 말아주세요.

곶자왈이 내 세상의 중심이요, 내가 태어나 뿌리를 내린 자람 터요, 

앞으로도 여기를 떠날 생각 전혀 없으니 부디 보고만 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빛난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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