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회용 컵(사진=픽사베이)
스타벅스 일회용 컵(사진=픽사베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지난 7월 6일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없애는 실험을 시작했다. 제주지역 매장을 대상으로 테이크아웃 시에도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다회용(리유저블) 컵을 보증금 1,000원을 내고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시범 운영되는 곳은 총 4곳으로 서해안로 DT점, 애월 DT점, 칠성점, 협재점 등이다. 사용한 다회용 컵은 제주 지역 4개 매장과 제주공항에 있는 무인 반납기에 넣으면 보증금이 반환되도록 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가 직접 생활쓰레기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사례는 국내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시도다. 그만큼 스타벅스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스타벅스가 제주를 대상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스타벅스가 제주에서 운영되는 상황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인구 대비 스타벅스 매장이 꽤나 많은 곳이다. 제주시 14개, 서귀포시 9개로 총 23개가 있다. 23개 매장이 많은 것인가 싶겠지만 전라남도 전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총 23개다. 국내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강원도 지역도 25개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 70만 정도의 도시로 보게 되면 제주보다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스타벅스 매장에서 발생하게 될 일회용 컵 쓰레기가 엄청날 것이란 것을 너무나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11곳이 관광객이 주로 드나드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일회용 컵의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9개나 된다.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높은 고객충성도를 고려해 본다면 상당량의 일회용 컵이 쓰여 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하게도 스타벅스가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스타벅스가 프랜차이즈 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이와 같은 마케팅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2025년 일회용 컵의 완전 퇴출 등 ESG 경영을 본격 선언한 스타벅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생활쓰레기 문제해결에 대한 여론이 높은 제주도에서 진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청정제주와 쓰레기문제와의 간극에서 나타난 상징성을 충분히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과는 별개로 스타벅스의 사회적 책임에는 충분히 박수를 보내야 한다. 수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많은 고객들이 찾는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일회용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 이외에 이에 대한 뚜렷한 대응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스타벅스에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회용 컵이 제공되지 않는 매장이 앞으로 어떻게 더 확대될지에 대한 정책이 없는 것이 현실인데다 특정 리워드를 걸고 진행되는 이벤트 등이 일회용 컵 사용을 부채질한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또한 다회용 컵은 높은 재사용률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내구성이나 수명으로 이를 만족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지적도 있다. 내구성이나 수명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다회용 컵의 폐기량이 늘어나 일회용컵 사용에 따른 문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회용 컵 대여의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나 다회용 컵을 대여하는 소셜벤처 등과의 어떤 호환성을 구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마냥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란 기대로 기다리는 것 역시 현명한 일이 아니다. 생활쓰레기 문제는 더욱 빠르게 심각해져 가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술혁신은 그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특성상 높은 매출을 목표로 하기에 일회용에 대한 유혹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요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영향이 적잖은 것 역시 사실이다. 다만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기에는 제주도의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을 만들어가는 소비자운동과 함께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최근 제주도와 시민사회가 환경부장관의 권한인 일회용품에 대한 제한규정을 제주도지사에 위임하도록 하는 7단계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는 지금 노를 힘차게 저어야 비로소 넓은 대양으로 나아가 신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번을 기회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제도개선이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