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라지고 있다. 평균 근무연수가 2년 내외이고, 30대 초반의 청년들도 평균 2번 내외의 이직 경험을 갖는다. 또한 ‘사이드프로젝트(현재의 직업 외에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프로젝트 참여)’, ‘프로엔잡러(여러 업에 참여중)’는 이제 청년들에게 평생직장이란 개념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집중하는 것은 지금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귀례님은 다양한 꿈을 꾸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지금도 여러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해볼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하고 싶다는 귀례님이다. 스스로를 ‘프로엔잡러’, ‘노마드라이프’, ‘취미부자’로 말하는 귀례님. 여러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귀례님. (사진=호야 제공)
귀례님. (사진=호야 제공)

▶프로엔잡러.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오늘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3가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공간을 관리하는 매니저일과 도시재생 관련 워크숍에 참가하여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을 하는 일, 마지막으로 스펙트럼 제주라는 공간에서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오늘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른 일도 계획 중이신가요?
“구체적인 상황은 아닌데요. 나중에 창업, 문화, 로컬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과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어요. 여러 일을 하면서 제가 주로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는 일이 연결하는 일, 기획하는 일이고 그중에서 로컬 콘텐츠를 통해 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의 재능을 연결하는 판을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 일을 제 시간을 나눠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라면 집중해서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생각한 목표를 이루면 또 다른 일을 계속 찾아갈 것 같아요.”

▶프로엔잡러, 노마드라이프. 지금이야 흔하지만 몇 년 전에는 쉽지 않은 삶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먼저 저희 가족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저희 집은 각자의 일과 선택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안정적인 응원과 더불어 선택에 따른 책임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조언해주셨어요. 내가 한 선택인 만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혹여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건 내 몫이기에 선택을 할 때 거침없을 수 있던 것 같아요. 

대학을 다닐 때에도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봐야 하는 그런 생활을 했어요. 친구들이 저에게 “귀례는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말해요. 그만큼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본 것 같아요. 타 지역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교환학생을 1년 동안 했고, 해외 경험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지금 할 수 있을 때 다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여러 나라를 다녀오기도 했죠. 

저는 아직도 대학생활을 하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본다고 생각하는 중이어요. 지금 나이대에게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고, 나중에 여유가 있어도 못할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 좀 무리해서라도 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잦은 새로운 도전이 두렵진 않나요?
“저는 목적의식이 높은 편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가능한 바로 계획을 짜는 편이죠. 계획을 짤 때에는 여러 가지 수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을 선택해요. 예를 들면 타 지역 생활을 위해 교환학생을 할 때 가까운 친척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알아보고 최대한 생활비, 타 지역 생활의 안정성을 찾았어요. 다른 나라인 경우에도 가고 싶은 곳 중에 지인이 살고 있는 곳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가끔 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생활수준을 맞추는 계획을 짜는 편이에요. 경험하고 싶은 것을 경제적인 이유로 못하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평소에 여행 혹은 취미생활 등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돈을 꾸준히 모아두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두려워하는 포인트를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못 할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귀례님은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꿈꾸시나요?
“앞서 말한 것과는 다르게 저는 안정적인 삶을 꿈꿔요. 요즘 비혼족이 많다고 하지만 저는 결혼을 해서 자녀를 키우는 안정적 가정생활을 꿈꾸고 있어요. 아마도 제가 가족으로부터 받은 에너지가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있는데. 가정을 꾸리는 일, 함께 살 곳을 꾸미는 일에 많은 관심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 등 이 과정이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나라는 사람을 주제로 만들어나가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저에게는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 싶어요. 결혼을 함으로써 얻는 것이 있는 반면 잃는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순간에 최대한 후회하지 않고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제가 지금 에너지를 더 내는 것도 있어요. 혹여나 나중에 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금 많이 경험해두자라는 생각으로요.”

▶청년들이 다양한 도전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이루어지면 좋을까요?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는 1,2학년 때 다양한 교양수업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3.4학년때는 각자의 전공 분야를 살려서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지원 사업이 많아졌으면 해요. 

물론 교내외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모전이나 대외활동들이 있지만 같은 전공분야의 학생과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생각보다 타 전공분야의 학생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밋업(MEET-UP)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획뿐만 아니라 실행단계까지 연결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과제나 공모전 등을 통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봤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거든요. 

근데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실행하고 결과 보고까지가 마무리인데, 이 부분에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실행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고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도전을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두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청년들이 보다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으려면 너무 거창하고 큰 것부터 생각하기보다 작고 사소하지만 나, 혹은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하나씩 도전하고 성취하다 보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보다 도전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일이지만 쉽지 않다.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선택의 장벽을 만든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을 하면 이 장벽을 해소한다면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다. 귀례님도 이와 같은 고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와 흥미를 먼저 고민하고 내 가치와 맞는 일이 맞는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장벽이 없는 제주가 청년들에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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