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역습... 날마다 지구와 생명체가 죽어간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플라스틱. 페트병, 비닐봉지, 칫솔, 면봉부터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까지 용도도 모양도 제각각, 우리 생활 구석구석 여러모로 사용된다.

해마다 생겨나는 플라스틱은 4억 6000만 톤. 다 모으면 83억 톤이나 된다. 누군가의 예언대로 마침내 ‘플라스틱 시대’가 도래한 것. 놀랍게도 일회용 페트병은 1초에 2만 개씩 소비된다. 대부분 잠시 보이다 곧바로 사라진다. 비닐봉지 수명은 단 15분. 누구나 편하게 쓰고 쉽게 버리면 그만이다. 무심코?! 아니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데 웬걸, 탈이 나고 말았다. 우리 곁을 떠나 그동안 잊고 있었던 플라스틱, 어느 샌가 다시 돌아와 뜻하지 않게 역습을 시작했다. 썩지 않는 까탈스런 행색에다 살 떨리는(?) ‘괴물’로 부메랑처럼 휘몰아친 것. 여태껏 지구상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50억 톤, 그 가운데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만도 50조를 넘는다.

눈으로 가늠조차 힘든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 곳곳은 물론 우리네 먹거리에도 스며들었다. 죽은 새나 거북의 배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한 장면은 너무도 흔한 일. 볼 때마다 섬뜩하다.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거라는 끔찍한 경고가 나온 지도 오래. 더군다나 플라스틱이야말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자초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언젠가 접했던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영상 하나. 태평양 어딘가에 있다는 거대한 쓰레기 섬.한반도 7배나 되는 크기란다. 무턱대고 버려진 수많은 폐기물들이 해류를 따라 떠다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섬처럼 몰려든 것. 사람 손길 하나 닿지 않아 깨끗하다 철썩 같이 믿었던 외딴 그곳. 이제는 되레 오물투성이로 날마다 썩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쓰레기 대륙’이 생길 날도 머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이 편하자고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利器)’가 오히려 지구와 생명체 모두를 죽이는‘위험한 존재’로 탈바꿈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이상 다가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눈앞에 닥친 ‘오늘의 재앙’이다. 

제주개발공사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소를 위해 제품생애 전 과정을 아우르는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제주개발공사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소를 위해 제품생애 전 과정을 아우르는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제주개발공사의 담대한 용기... 그린 홀 프로세스

제주개발공사가 모처럼 용기를 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나 감소하겠다는 것. 참으로 담대한 결정이다. 생산부터 유통, 회수, 새활용에 이르기까지 제품생애 전 과정을 아우르는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5월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친환경 소재기업 SK케미칼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공사가 폐플라스틱 삼다수병을 제공하면 SK케미칼은 재생페트(r-PET)로 가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고품질 재생원료로 화장품 용기나 섬유, 가전시장으로 자원순환 가치사슬을 확장한다 그런다.

그뿐 아니다. 페트병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산업 화학물질(MEG)을 바이오 원료로 대체하는 ‘제주삼다수 바이오’프로젝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나 줄이고, 100% 재활용도 가능한 생산시스템도 도입한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제주개발공사는 환경부 ‘투명 페트병 별도배출 시범사업’에도 열심이다.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시설, 페트병 자동수거보상기, 어선 페트병 집중수거사업으로 200톤 넘는 폐플라스틱을 별도로 수거했다. 게다가 누구나 탐내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새활용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도 한 몫 톡톡히 거들었다

핑계 김에 필자도 용기내서 제안한다. 별도배출, 별도수거를 거친 투명 페트병을 업사이클링(Upcycling)하는 제주만의 자원순환모델을 그려 보자. 도내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은 한해 6000여 톤 남짓. 그 가운데 20% 정도, 1000여 톤만이라도 플레이크(에서조각)로 만드는 것. 고품질 재생원료로 말이다. 부가가치도 높을뿐더러 지속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왕이면 지역주민과 사회적경제조직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새로운 공공(New Public)’이면 더욱 좋겠다.

플라스틱 걱정 없는 섬(Plastic Free Island) 제주, 제주개발공사가 앞세우는 슬로건이다. 바로 놓쳐서는 안 될 본업(本業),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핵심가치다. 세계에서 최고의 기업(Best in the World)이 아니라 세계를 위한 최고의 기업(Best for the World)으로 발돋음하는 지렛대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2021 JEJU 용기냉가게'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2021 JEJU 용기냉가게'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탈(脫) 플라스틱으로 한 걸음 더! ‘용기냉가게’

사회적경제도 용기가 충만하다. ‘용기냉가게’ 용기를 내서 가자는 제주어다. 날로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까? 고심 끝에 제주사회적경제기업들이 뭉쳤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는 공익 캠페인에 나선 것. 기업 매장을 방문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직접 인증샷을 찍는 시민참여형 챌린지다. 선착순 1,000명에 한해 캠페인 리워드 물품이 제공된다. 경품으로 친환경세제나 밀폐용기세트도 준다. 참여기업은 모두 15군데, 아쉽지만 이번 주가 마감이다.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하나 둘 선보였다. 용기보증금제도 확산을 위한 ‘꽃마리협동조합’의 용기의 재사용, 불필요한 랩이나 비닐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종이봉투를 장려하는 ‘제주다’의 용기의 대안, 텀블러 재사용 세척공간을 마련한 ‘섬이다’의 용기의 여행, 연잎 같은 재료로 자연친화형 포장용기를 개발하는 ‘페인트닥터’의 새로운 용기, 다회용기 렌탈시스템을 도입하는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의 지속가능한 용기. 다들 코로나로 어렵지만 탈(脫) 플라스틱이란 깃발아래 한데 모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 다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애월읍 ‘일회용품 쓰지 말게’ 공익 캠페인,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가져오면 락앤락몰 적립금을 지급하는 제주올레의 ‘러브 포 플래닛', 제주해안을 따라 여행하면서 쓰레기도 줍는 바이크쉐어링의 ‘바이클린’, 렌터카와 연계한 텀블러 대여서비스를 진행하는 푸른컵, 자가(JAGA)의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한달살기 챌린지', 핸드메이드 편집샵 ‘포스트 아일랜드’를 개장하는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등등. 지역주민과 소비자들도 ‘즐거운 불편’에 스스럼없이 용기를 낸다. 

플라스틱 없는 제주를 위한 커뮤니티 솔루션

어쩌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비칠지 모른다. 플라스틱의 역습. 정말 충격적인 쓰레기 대란, 환경재앙 앞에선. 그냥 사소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커다란 힘이자 중요한 모멘텀이기 때문.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켜켜이 쌓이는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다.

특히 시민사회, 아니 환경단체는 오래전부터 용기 있는 활동을 펼쳐왔다. 철마다 해양쓰레기를 조사하기도 하고 일회용품 퇴출을 위한 갖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고삐 풀린 플라스틱 사용을 하루빨리 억제하자 목소리 높이기도 여러 번. 하지만 별무소득. 정부의 그린뉴딜이나 제주형 뉴딜 어디에도 시민사회가 설 자리는 없었다. 오로지 기술입국이나 산업부흥만 부르짖을 따름. 결국 ‘자본의 길’, 이것만으론 탄소중립(Net Zero)사회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지역과 함께 ‘공동체의 길’을 찾아야 한다. 뉴욕에선 그린뉴딜 예산의 40%를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에 건네지 않았던가. 커뮤니티 솔루션(Community Solution), 지역주민들의 공감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제안과 계획이 필요하다. 다시금 용기내서 외쳐본다. 탈(脫) 플라스틱 제주, 모다들엉 용기냉 가게!

강종우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뉴턴의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호박벌은 절대로 날 수가 없다. 날개 길이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호박벌은 날아다닌다. 마찬가지로 통상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협동조합은 장기적으로 실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협동조합을 호박벌에 비유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근로빈곤층 자활사업이란 말죽은 밭에 빠져 근 20여년간 시민경제를 업으로 삼아온 강종우 센터장. 그가 매달 세번 째 금요일에 연재하는 '호박벌의 제주비상'은 가장 약한고리조차 날아오르는 경제,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을 노래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