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 지킴이 이사랑씨
새별오름 지킴이, 자발적 쓰요(쓰레기요정) 이사랑씨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못 본 척 잘도 지나가면서 산에서 마주하는 쓰레기들은 왜인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냥 너무 예쁜 이곳에 쓰레기가 있다는 게 불편했고,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줍기 시작했다.”

2018년 어느날 새별오름 쓰레기요정이 탄생했다. 이 요정의 다른 이름은 자발적 ‘쓰요’.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는 이사랑씨는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이씨가 새별오름 쓰레기를 ‘줍줍’해온 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쓰요로 활동하면서 계절별 새별오름의 쓰레기 투기 상태까지 내다 보게 됐다. 새별오름의 억새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쯤 이씨는 억새 철 ‘쓰레기 파티’를 맞이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줍고. 줍고. 또 줍고. ‘쓰요’의 나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인상 찌푸린 날들도, 웃는 날들도 많았다. 이사랑씨는 ‘쓰요’ 생활을 기록했다. 그 기록을 추려 모아 <새별일기>라는 책으로 묶었다. 부제는 ‘자발적 쓰요의 새별오름 청소 일기’. 쓰요로 살면서 겪은 여러 일화와 소회를 담았다.

짧은 일기들을 엮은 책인만큼 이사랑씨가 새별오름에서 느낀 기분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쓰레기를 주우며 겪은 일들에 대한 내용인데도 여행자가 지니는 설레임이 일렁인다. 심쿵하거나, 깔깔대며 웃은 대목도 적지 않다. 이씨는 새별오름을 찾는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을 보면서-새별오름은 하필(?) 커플이 많이 찾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연애의 각오(?)도 다지고 자기 내면의 화도 들여다본다. 쓰레기를 줍는 게 이렇게 쓸모가 많은 일일 수가.

 <새별일기> 중 사진 이사랑  

그런 요정을 대하는 새별오름 방문자들의 태도는 어떨까. 새별오름 방문자들에게는 요술 방망이 대신 종량제봉투와 집게를 들고 있는 이 요정이 ‘관리소’에서 나온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 씨가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을 때면 방문자들이 마치 ‘이동식 쓰레기통’처럼 대하는 경우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쓰요는 생각보다 꽤 ‘단호박’이니까. 정중한 외투를 두른 무례한 요청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요정이다.

“어느 분께서 일회용 컵을 내밀면서 정중하게 ‘이것도 버려주실 수 있을까요?’ 했다. 거기에 바로 ‘아니요, 그건 본인이 버리셔야죠.’ 아주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이렇게 우아하게 혼쭐을 내다니! 4년차 쓰레기요정 답다.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을 ‘이동식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행위들은 쓰요를 화나게 만든다. “옆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버리진 않겠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를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다. 그런 태도에 화가 나는 건 왜일까. 몰랐는데 화가 많다는 걸 쓰레기를 주우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음.”

분노한 쓰요는 ‘예쁘게 입기’ 전략으로 맞섰다. 등산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 옷을 찾아 입는다. 새별오름 쓰레기요정의 유니폼 규칙이다. 쓰요의 장비 목록은 집게, 쓰레기봉투 그리고 참을 忍자 3개다. 그리고 물이나 음료를 넣는 텀블러로 가지고 다닌다. 요술봉은 없다.

이사랑씨는 작가의 말에서 “저라는 부족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쓰레기를 주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삶도 어떤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새별오름 쓰요는 <새별 일기>에 이런 말도 담았다. “역시 텀블러는 스탠리지.”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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