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를 읽고이종철, 보리
《까대기》
이종철, 보리

《까대기》는 2019년에 나온 책이다.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까대기’는 택배 회사에서 차에 물건을 내리거나 실어주는 일을 말한다. 국어사전은 창고나 부두에서 노동자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이라고 ‘가대기’를 정의한다.

《까대기》는 작가가 스스로 택배 일을 6년 동안 하면서 틈틈이 그린 작품이다. 아침 시간에는 택배 일을 하고 낮엔 만화를 그렸다. 한 달에 80만 원을 벌었지만 방세를 제 달에 낼 수 없자 낮에도 일을 한다. 새벽에 3~4시간 쪽잠을 잔다. 그는 20대 나이로 혼자 살아서 그마다 다행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기도 하고 딸린 식구들이 있어 일이 힘들어도 그만두지 못한다.

그마나 ‘까대기’를 하는 사람들은 하루 일당을 바로 받는다. 하지만 택배 기사들은 월급을 제 때 못 받는다. ‘까대기’를 하는 사람이 그만두면 그 일도 택배 기사가 한다. 그 택배 일도 점점 큰 회사들이 다 가져가면서 택배 하나 나르는 돈이 준다. 택배 하나를 나르면 800원을 받았는데 700원으로 준다. 택배 화물차 한 대를 몰면 한 달에 500만 원쯤 든다. 기름 값과 차 수리비를 더하면 그렇다. 택배 회사에서 일 한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자기 돈을 쓰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있지만 택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여서 회사에 맞서기도 힘들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파업을 하면 그나마 벌이도 할 수 없고, 못 받은 돈도 더욱 받기 힘들까봐 서로 눈치만 본다.

이 책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입니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몸도 마음도 튼튼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있고, 택배 물품이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있다. 택배 일은 힘이 들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커피 한 잔, 막걸리 한 잔 나누면서 서로 마음을 다독인다.

하지만 택배 회사를 이끄는 관리자는 일하는 사람들을 그냥 기계 부품으로 본다. 쓸모없으면 버리고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일회용품 말이다. 장갑이 더러워도 새로 바꿔주지 않는다. 까대기 일만 하러 왔는데 화장실 청소도 시킨다. 택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곳을 평생 일터로 생각하지 않는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일터다. 어떤 사람은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택배 일을 한다. 또 어떤 이는 은행원이었다가 택배 일을 한다. 어떤 이는 창업을 하다가 망해서 택배 일을 한다. 모두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택배 노동자보다 택배 물품이 더 소중하다. 택배 물품이 망가지면 택배 노동자가 책임을 진다.  

지금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택배 물품을 받는다. 물건을 더욱 빠르게 받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 때문에 택배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택배 단가가 더욱 저렴해졌다. 그 부담은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택배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을 하다 죽기도 한다.

《까대기》를 읽고 나서 이런 생각도 해 봤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물건을 만들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를 덮어서 뜨거워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택배로 물건을 받는다. 그럴수록 지구는 더 더워진다. 사람 하나하나는 편해지는데 모두가 불편한 세상이 왔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이 제 목숨대로 살 수 없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써야 물건을 덜 만든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딱 4시간만 일을 하고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들이 불편하게 살면 지구에 있는 생명들이 제 목숨대로 살지 않을까. 택배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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