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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제주농업]농가소득 역대 최고, 살림살이 나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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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제주농업]농가소득 역대 최고, 살림살이 나아졌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8.30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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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투데이 창간기획 농업 시즌Ⅰ
농가소득 ①현실을 왜곡한 통계

“그런 뉴스를 봐도 그냥 ‘그런가 보다’해요. 남의 일처럼 느껴지죠. 1년에 1000만원도 못 버는 분들이 많은데….”

“진짜로 가구당 1년에 4500만원 넘게 번다고 하면 농사짓겠다는 사람들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 보세요. 농민이 늘어나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 그거 보면 딱 답이 나오죠. 통계가 엉터리라는 게….”

“주변에 희망적인 이야기가 좀 들려야 하는데…. 반대로 제 주변엔 ‘이럴 거면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나’, ‘차라리 땅값이 좀 더 오르면 다 팔아서 편하게 노후 보낼까’ 이런 고민하는 농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은 4503만원.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375만원이 조금 넘는다. 정부는 농가소득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농가 살림살이도 역대 최고 수준일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하나 같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농가소득 통계 홍보 자료.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가소득 통계 홍보 자료.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농가소득은 경상소득과 비경상소득을 합산해 구한다. 경상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외소득, 이전소득의 합이다. 농업소득이란 농업으로 벌어들인 총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금액이다. 농외소득은 겸업소득과 사업외소득으로 나눠지는데 겸업소득은 농업 외의 사업으로 얻은 소득이다. 농민이 농사가 아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얻는 소득은 농외소득에 포함된다. 

이전소득은 비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수입으로 공적 또는 사적 보조금을 뜻한다. 최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경상소득은 우발적인 사건에 의한 소득을 뜻하는데 경조사로 얻은 수입이나 사고보상금 등이 포함된다. 

농가소득 = 경상소득 + 비경상소득
경상소득 = 농업소득 + 농외소득 + 이전소득
농업소득 = 농업 총수입 – 경영비
농외소득 = 겸업소득 + 사업외소득
이전소득 = 비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수입
비경상소득 = 우발적인 사건에 의한 소득(경조사 수입 등) 

소득 종류별 농가소득. (사진=통계청)
소득 종류별 농가소득. (사진=통계청)

#‘평균’이 감춘 ‘양극화’

농가소득은 증가했다고 하는데 농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민들은 ‘평균’이라는 두 글자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감춰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시보다 농촌이 빈부격차가 더 커요. 농업 특히 축산업 같은 경우는 장치산업(생산수단으로서 거대한 설비와 각종 장치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란 말입니다. GNP(국내총생산)를 예로 들면 1년에 1200억원 버는 재벌이 있다고 합시다. 평균이 크게 오르겠죠. 통계가 왜곡되는 거죠.”  -한태호 뱅디자연농원 대표

“농산물 수입을 개방하고 신자유주의 농정이 시작되면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아주 심각해지고 있어요. 소규모 농사짓는 사람들은 돈을 점점 못 벌고, 자본을 가진 대규모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점점 더 많이 벌고 있죠. 이걸 단순히 1/n로 나눴으니 물론 허수가 많죠.”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

“연간 소득이 1000만원 안 되는 분도 있고 몇백만원 안 되는 분도 있고 그런데 평균치 내다보니까 그런 분들은 통계에선 안 보이네요.” -오인자 넘버원농장 대표 

#4503만원과 1603만원의 차이

농가소득 통계에서 아예 배제된 농민도 있다. 바로 1인 농가(단독농가). 통계청이 농가소득을 집계해 발표하기 시작한 건 1962년이고 그때부터 조사 대상은 2인 이상 농가였다. 당시엔 대부분이 2인 이상 농가였기 때문에 1인 가구 포함 여부는 평균을 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60년 가까이 지난 지금 1인 가구 농가 수는 전체 농가의 20%에 이른다(통계청 ‘2020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집계결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1인 가구를 통계에서 제외하면 농업 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국내 1인 농가는 영세하고 고령인 특징을 갖고 있어 소득이 낮은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인자 넘버원농장 대표가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감귤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9일 오인자 넘버원농장 대표가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감귤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실제로 1인 농가 소득을 통계에 포함할 경우 농가소득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지난해 1인 가구 농가 평균소득은 1603만원이다(통계청, ‘2020농가경제조사’). 통계청은 지난 2013년부터 100개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1인 가구 농가소득을 집계하고 있지만 농가소득엔 반영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측은 그 이유를 “과거 통계와의 연속성이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1인 농가를 포함해 평균 농가소득을 계산했더니 지난 2019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4118만원에서 3308만원으로 떨어졌다. 무려 810만원의 차이가 났다. 

#농업 통계, 무엇을 담아야 하나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선 어떤 통계가 필요할까. 한태호 대표는 ‘1인 농가소득 반영’과 ‘중위소득 사용’, ‘농업소득 중심으로 전환’ 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60년 전과 비교해서 농업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 아직도 그 당시 통계 방식을 고집하는 건 질못됐다”며 “과거와 비교해 현재는 농촌의 고령화와 귀농자의 증가로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 환경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농가소득 관련 통계를 낼 땐 1인 가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은 도시보다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평균 소득 통계는 의미가 없다”며 “평균이 아닌 중위소득 개념으로 변경해 통계를 발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다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가구가 있다면 소득 수준이 정확히 50번째의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이 된다. 

지난 18일 한태호 뱅디자연농원 대표가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8일 한태호 뱅디자연농원 대표가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농업 구조가 가진 약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통계 모델을 변경해야 한다”며 “농가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에서 농업 활동으로 얻는 수익인 ‘농업소득’을 중심으로 통계를 집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진행하는 심층 면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정책위원장은 “단순 수치만 집계하는 통계도 의미가 있지만 전문가들이 마을로 직접 들어가 표본농가를 심층적으로 면접을 하고 모니터링하는 조사가 지금의 농촌 현실을 진단하는 데 유효할 것”이라며 “물론 조사단은 일반 직원이 아닌 관련 분야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로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소득②로 이어집니다.

※창간 기획 [불끈!제주농업]은 시즌제로 진행된다. 시즌1에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제주농업 현안에 초점을 맞춘다. 충분한 논의와 취재를 위해 3~4주마다 한 주제씩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보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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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 2021-08-30 10:51:47
실적 때문에 속에 감춰 드러내지 못 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만들죠. 농가의 평균 소득에서 벗어나 중위소득 외에도 농가에서의 빈부격차 얼마나 심한지도 궁금하네요.